잡담과 울타리와 뭐 그렇고 그런

잡담

1. 어제는 우리나라에 온지 1년 만에 치약을 사게 되었는데, 매대에 빌어먹을 연예인 얼굴이 안 찍힌 치약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왜 그렇게 묶어서 팔아? 쓰고 싶은 치약은 하나도 없는데 이게 다 서너개 짜리 묶음이면 당황스럽다. 서로 다른 치약을 써 보는 것도 자질구레한 삶의 즐거움인 것을 이마트는 모른다는 말인가? 이번에 산 치약이 마음에 안 들었을 때 그걸 조금씩 써 가면서 어떤 것일지도 모르는 다음 치약을 꿈꾸는 그 설레임도 은근히 삶의 원동력인 것을… 어쨌든 연예인 얼굴이 안 나오는 치약을 찾고 찾다가 찾은 게 결국 미국에서도 늘 보던 암 앤 해머였다. 싫은데.

2. 볼 수록 애교 빵점, 아니 -500점… 지난 번에 보았을 때에는 그렇게 망가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무슨 시트콤이 그렇게 모래알 같이 흩어지는지… 하이킥과 비교하지 않아도 정말 너무 재미없더라.

3. 오늘은 쓸데없이 부지런을 떨어 아침부터 무엇인가를 만들고 청소도 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타르트는 정말 아주 오랜만에 해 먹었다. 역시 버터가 들어가야…

4. 집에만 하루 종일 있으니 바람이 그렇게 많이 부는지도 모르고 운동하러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5. 동네 이마트에는 먹을 수 있는 플레인 요거트가 없다. 유일하게 덴마크 플레인 요거트가 요거트 향이 들지 않은 플레인 요거트인데, 언젠가부터 들여놓지를 않는다. 그거 하나 사러 롯데마트 가야 되는 건가? 그리고 롯데마트보다도 못한 이마트는 대체 뭐냐.

6. 그러고 보니 롯데마트에서는 일년 내내 칼을 갈아준다더라. 이마트에서는 맡겨보지도 못하고 끝났다.

7. 향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이 났는데, 합성착향료 안 든 오렌지 주스는 <아침에 주스> 하나 밖에 없을 걸? 이것도 물을 너무 많이 탄 느낌. 뭐 나야 너무 진한 오렌지 주스는 싫으니 괜찮기는 하지만…

8. (썼다가 지웠다. 진지하게 대꾸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 같아서. 또 조만간 시간이 나면 좀 더 자세하게…)

9. 이 글 쓰고 어제 올렸던 mp3 파일 내려야 되겠다. 하루 종일 민망했다.

10. 민망하지 않으려면 연습을! 이라고 생각하고 잠깐 쳐 봤으나 역시 너무 못 치더라.

11. 뭔가 몇 가지 더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12.” 이 다음 생에는 야근 없는 은하계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T_T 문어처럼 생긴 외계인이어도 좋겠어요 야근만 없다면 ㅠㅠㅠㅠ”

두 겹 짜리 인간과 울타리와 뭐 그렇고 그런

생각보다 자주, 나는 스스로를 두 겹 짜리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스스로에게 보이는 호의적인 반응이 아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울타리 안과 바깥의 사람으로 가른다. 울타리 밖의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친절하지만, 안의 사람들에게는 아마 그 반대일 것이다. 얽히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다. 어차피 얽히지 않을테고 그건 곧 사생활을 나누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니까. 친절하게 보이는 만큼 거리를 둔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밖에 있는 사람과 안으로 들여야 되겠다고 생각할만큼 친해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 밖에 있는 사람은 그냥 밖에 있는 사람일 뿐이다(물론, 나에게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나눌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여부를 따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런 내 나름대로의 이분법에서 문제가 있다면, 울타리 밖의 관계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울타리 안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푸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가끔 그냥 삶 전반에서 느끼는 좌절이나 분노 같은 것이 쌓이고 쌓이다가 터져버린다. 왜 그러는지 아는데 설명할 수가 없다. 아니, 설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너무 자질구레해서 설명할 수 없거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나 때문에 힘들게 살지도 모른다. 나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서 어떤 특권을 내가 보장할 수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사실 누군가에게 특권 같은 걸 보장할 수 없는 게 지금의 내 처지 아니었던가.

가끔은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거둔다. 원망 자체를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원망할 수 없는 사람들이어서 그렇다. 나도 다 자란 인간이니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겠지만, 내가 다 자라지 않았던 시절 부득이하게 스폰지처럼 흡수해야만 했던 것들의 잔재 앞에서는 무력하다. 잔재치고는 참 조각이 큰 것들이다. 때로 이번 생을 열심히 살면 다음 생에서는 지금보다 덜 짜증나는 성격을 가지고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정작 나는 내세나 다음 생 같은 걸 믿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그런 생각마저 슬그머니 거둔다. 그러나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둥글둥글하고 회사도 잘 다니고 예민하지도 않고 생각도 별로 하지 않으며 밤에 잠도 잘 자는, 조금 무디면서도 씩씩한 인간이라면 거 참 얼마나 좋을까. 돈이나 명예 같은 것도 없이 사는 건 아쉽지 않은데 내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받을 밖에 없었던 영향을 거의 평생 굴레처럼 짊어지고 사는 건 때로 좀 불공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만들어졌으면서도 스스로는 그렇지 않은 인간이라고,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 건 옳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도록 이중적으로 프로그래밍이 되어버렸다. 내가 선천적으로 안고 사는 듯한 번민은 다 거기에서 비롯된다. 그 번민의 어디까지가 순수한 책임으로써 나의 몫인지 누가 속 시원히 대답해줄 것인가.

 by bluexmas | 2010/05/12 00:56 | Life | 트랙백 | 덧글(26)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5/12 01:04 

두 겹… 왠지 낯설지가 않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17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요?

 Commented by 달콤 at 2010/05/12 01:10 

아..오늘 바람이 정말 차가웠어요. 이게 무슨 오 월의 바람인가요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18

아직도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더라구요. 이러다가 또 엄청나게 더워지려나…

 Commented by 고양이그림자 at 2010/05/12 01:10 

합성착향료가 들어있지 않은 주스라고 하면.. 아침에주스, 프루티스트, 아임리얼 딱 3가지밖에 못 본 거 같습니다.(근데 뒤의 2개 제품은 너무 비싸요!) 이제는 주스를 거의 마시지 않고, 주스를 먹기보단 과일을 먹자라는 주의로 바뀌어서 잘 모를 수도 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18

그러게요, 차라리 과일을 먹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아요.

 Commented by nabiko at 2010/05/12 03:07 

치약은 DIO를 추천하고싶습니다만 늠 비싸서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18

아 그런 치약도 있나요? 제가 산 건 한 개에 2,200원 꼴이었어요…

 Commented by nabiko at 2010/05/21 13:56

네~국내 회사 제품인데..한개에 13500…..근데 되게 추천하고 싶어요.

어른신들이 특히 좋아하시던데 전 흡연자라 아침에 일어나면 그 차이가 확 느껴지거든요.

지금은 다 쓰고 샘플로 연명하고 있답니다.ㅠㅠ)

 Commented by 히라케 at 2010/05/12 07:55 

1. 게다가 왜 그렇게 묶어서 팔아 22222 한국은 뭐든지 가족과 같이 산다는 전제를 두고 돌아가는 사회 같아요. 봉급이든 뭐든.

7. 신세계에 가보니 오렌지쥬스를 즉석에서 뽑아 팔더군요.. 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19

아니 뭐 다른 나라도 그렇기는 하지만, 또 묶어서 파는 게 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그렇죠. 즉석에서 뽑는 쥬스가 아무래도 맛있기는 하겠죠.

 Commented by 혜정 at 2010/05/12 08:18 

그래서 저는 올리브영에 가서 미백치약을 샀어요. 효과는 모르겠지만..

낮에 나갔던 주말은 항상 더워서 이제 정말 여름이라 생각하면서 끔찍해하고 있었는데… 또 그렇지만도 않네요. 특히 아침에 나올땐 생각보다 추워서 깜짝 놀라요.

저는 절대 다시 태어나고싶지 않아요..T_T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23

미국에서 치과에 정기검진을 갔는데 옆에서 간호사 겸 의사 부인이 “미백치약 효과 하나도 없으니까 쓰지 마세요” -_-;;;;

저도 뭐 별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데요. 특히 지금의 저라면…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5/12 08:44 

치약 한개짜리와 묶음의 가격이 차이가 나서,소신껏 낱개를 사는 손이 떨리게 만들지요…이해합니다.저도 그러니까요.

볼수록 애교만점은,좋아하는 김성수가 나오니까 억지로 보고 있습니다.그 뒤에 하는 “황금물고기”도 추천해요.”밥줘”에 버금가는 막장 같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24

이야 황금물고기 저도 가끔 틀어놓는데 벌써 제대로 막장일 것 같은 포스가 막 풍기더라구요… 그런데예전에 제가 굉장히 좋아했던 소유진은 나이도 얼마 안 먹었는데 좀 이상해졌더라구요…

 Commented by i r i s at 2010/05/12 12:00 

오렌지 쥬스를 즉석에서 뽑아주더라구요, 롯데백화점 식품관에서는. 작은 크기에 3500원 하던데 병에 오렌지 5개가 들어가더라구요. 한번 사먹어볼까 했는 데 하필이면 지갑을 집에 깜빡하고 놔둬서 못먹어봤어요 T_T 다음주엔 한번 먹어보려구요 헤헷

저는 브랙퍼스트 라는 요플레에서 나온 플레인 요구르트 + 씨리얼(혹은 코코볼)을 즐겨 먹었는 데 어느 순간부터 이 걸 사기가 어려워졌어요 T_T 전 정말 좋아했거든요. 근데 잘 안팔렸나봐요 단종된걸 보니. (어쩌면 우리동네에서만 없어진것 일 수도?) 옛날엔 딸기맛 복숭아맛 등등 꼭 뭔가 들어간걸 좋아했는 데 요즘은 플레인이 좋아지더라구요. 살짝 꿀을 넣어서 휘휘 저어 먹으면 맛있는 것 같아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25

3500원이라면 오렌지 가격의 1.5배 정도 받는 것 같은데요. 아마 그 정도 오렌지라면 주스용으로 더 싸게 파는 것일수도 있기는 하지요. 사실 요거트는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좋기는 한데 맛이 별로에요.

 Commented at 2010/05/12 12: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25

아이고, 저도 괜찮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at 2010/05/12 14: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26

저도 그러는데 이상하게 만들면 잘 안 먹게 되더라구요. 제조기도 있는데, 제가 못 만들어서 그런가봐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5/12 16:48 

집에서 직접 갈아 먹는 게 더 안 진하고 맛있는 것 같아요…설탕 안 넣어도 달구

전 가족 한정 불친절…아예 안 얽힐 사람들에겐 더 불친절…원망했다가 결국엔 자기 스스로를 더 원망하게 되더군요..ㅜ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26

원망했다가 스스로를 더 원망한다는 말씀 알 것도 같습니다 ㅠㅠㅠ

 Commented by Raye at 2010/05/12 20:34 

sober 토요일도 좀 재미있었는데, MP3 다시 좀 올려보세요; ‘씩씩하다’는.. 가끔 제가 듣는 말이네요..저는 너무 한겹이에요ㅠㅜ 그런척은 절대로 못하는;; 저는 꿈꾸는대로 무슨 일이 일어나서.. 그점에서만 좀 예민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02:27

아니 그것도 아신다니 정말 제 블로그에 오래 오신 듯 싶네요. 그거 내렸었나… 좀 잘 만들어서 다시 올려볼께요^^;;;

 Commented by Raye at 2010/05/22 19:39 

처음 블로그를 보기는 작년가을부터이고, 여행문에 Ride를 붙여놓으신걸 보고 음악폴더를 자세히 봤어요. 에코벨리 같은 건 안 좋아하실 줄 알았죠. 아직까지 최일민+메탈리카+ 에코벨리까지 좋아하시는 분은 못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