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삼청동]레콜두스/팔레트의 무난한 디저트 몇 가지
지난 주에 아는 분이랑 레콜 두스의 케이크며 디저트 몇 가지를 먹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음식을 먹어보는 건 거의 처음 같은데, 워낙 그렇게 먹고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기록을 위해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라서 질이 썩 좋지 않은 건 미리 양해를 구하고…
먼저 롤케이크. 고백하건데 내 마음 속의 롤케이크는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한 번 얻어 맞은 뒤로 무서워서 가지 못하고 있는 태극당의 ‘로-루 케잌’과 같이 밀도가 높고 계란 맛이 진하게 풍기는 종류이다. 예전에 할머니께서 롤케이크를 좋아하셔서 사가곤 했던 고려당이나 파리바게트의 롤케이크에는 크림보다 딸기잼과 호두가 들어있었는데, 그걸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러나 이 롤케이크는 그것과는 아주 다른 종류이다. 밀도가 그렇게 높지 않고, 굉장히 폭신폭신하다. 거기에 그냥 생크림을 너무 빡빡하지 않게 올려 넣어 단순하게 마무리했는데, 입에 넣으면 그냥 녹아 사라지는 듯한 롤케이크+크림의 식감이 정말 훌륭했는데, 그에 비해 맛은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했다. 같이 드신 분은 일본의 롤케이크를 모델로 해서 만든 이런 롤케이크의 경우, 크림이 일본의 그것에 비해 솔직히 떨어지기 때문에(유지방면에서, 북해도산 크림은 유지방이 55% 함유된 것도 있다고 들었다) 맛이 밋밋할 수 있다고 얘기하셨는데 나 역시 거기에 어느 정도 동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케이크에는 소금이, 크림에는 설탕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아울러 할 수 밖에 없었다. 딱 한 겹 정도의 맛이나 향, 예를 들어 레몬제스트 정도만 크림에 넣어주었어도 이 심심한 느낌은 덜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너무 달지 않은 디저트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단맛이 어느 정도 두드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롤케이크는 단맛이 조금 부족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예쁘게 포장해서 파는 파운드케이크를 먹고 조금 더 두드러졌다. 물론 내가 잘 모르는 부분도 있을텐데, 보통 음식을 한 사람의 조리사가 만들면 소금간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처럼 디저트도 한 사람이 만들면 그 단맛의 수준이 비슷해야 되는 건 아닐까? 어쨌든, 롤케이크가 심심했던 것에 비하면 파운드케이크는 적당한 수준의 단맛을 지니고 있었다. 다 먹고 조금 시큼한 뒷맛이 남는 건 뭔지 알 수 없었지만…
피스타치오 마카’홍’이었나? 그럭저럭…같이 드신 분은 우리나라 마카롱들의 파스텔톤이 마음에 안 드신다던데, 솔직히 나도 그렇다. 색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왕 쓸거면 마카롱에는 좀 화려하게 넣는 게 더 좋아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틀 때문에 인기가 많은 건 아닐까 짐작되는 카늘레(정확한 발음이 뭔지 모르겠다. ‘Cannele’ 면 ‘카넬레’가 되어야 하나?). 그도 그럴 것이, 이 날 먹어보고 또 며칠 있다가 삼청동을 지나가게 되어서 팔레트에서 두 개를 더 사다 먹어보고 조리법도 찾아봤는데 기본적으로는 럼을 섞은 커스터드 반죽인 이 과자, 또는 빵을 그대로 만들어서 머핀 틀에 구워봐야 그 느낌이 안 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주 대단한 구석은 없는 카넬레를 한 개에 2,800원에 파는 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째 틀의 희귀함에 값을 치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질척한 반죽을 높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동안 구워, 겉은 거의 탈 정도로 카라멜화가 되어 씁쓸하고 바삭해서 속의 부드럽고 쫄깃함과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그래도 반죽의 속성 때문에 밀도가 높은 디저트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것 역시 롤케이크보다는 달았는데, 정말 그 정도면 딱 적당한데? 라는 수준이었다. 다 먹고 나니 롤케이크가 상대적으로 더 심심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둘러보면 이만큼 하는 가게도 찾기 힘들지 않나? 다음에는 가게도 직접 가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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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bluexmas | 2010/05/04 13:18 | Taste | 트랙백 | 덧글(14)
롤케이크는 한강진역 패션5도 맛있어요! 작게 파는 것 말고 한통으로 사서 잘라 드셔야 ;ㅁ;b
근데 정말 맛나용 한통 다 사서 그자리에서 드실 정도로!
팔레트의 까늘레와 마카롱이 전부 레꼴두스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분도 까늘레와 마카롱은 국내에서는 상급이라고 하니 맛이 좋을거 같네요
레꼴두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까늘레 발음은 프랑스애도 모르던데요 ㅋ 구글에서 찾아보라며. –,,, 롤케익 생크림에 분당이 아주적게들어간듯해요 그리고 계란맛은 바닐라빈을 넣어주면 훨씬 덜할듯하고.
레 꼴두스는 일본제과의 영향때문인지. 화실히 덜달아요 단거못먹는 한국사람입맛에 맞게 레서피를 좀 바꾸신건지 .. 단건 달아야 제맛인데 .
단게 안달면 죄받는데 ㅋㅋㅋ
참 본토에서 먹어본 까늘레는 여기보다 더 달고 질기고 겉은 더 바삭했어요 약한오븐에서는 두시간도 걸리더라고요 레꼴두스는 맛있지만 뭔가 4% 아쉬워요 ㅎ
단 건 달아야 제맛이죠. 너무 안 달면 지방이 두드러져서 더 느끼해지거든요. 저도 틀을 좀 구해서 구워보려구요. http://chocolateandzucchini.com/archives/2005/10/caneles.php 그래도 나름 프랑스 사람의 레시핀데 믿어도 될까요? 선생님께 조언을-_-;;;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맛인가요?
까눌레에 대한 포스팅을 하셨던 분께서 정말 맛있다며 적극 추천하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