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 봄색가방

물론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이었다. 3년 전인가 사서 열심히 쓰고 있는 코치 가방이 슬슬 주저앉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여 이제는 좀 덜 써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몇 권에 물병에 넷북까지 다 쑤셔 넣고 팔이 늘어질 때까지 들고 다녔기 때문에 더더욱 쉽게 망가지는 모양이다.

몇 년 전부터 사고 싶었던 가방은 우리나라에서 살 수 없고, 미국에서도 뉴욕이나 가야 살 수 있는 것이라서 당분간은 살 생각을 접었다. 마침 백화점을 하릴없이 왔다갔다하다가(요즘의 나에게는 굉장히 드문 일… 귀찮아서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마네킹이 들고 있는 이 가방을 발견했다. 그야말로 대박 큰데다가 무엇보다 색이 마음에 들어서 3개월 무이자로 질렀다.

겨울에는 추워보이겠지만, 봄여름으로는 괜찮을 이 가방의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은, 지퍼가 저질이라는 점이다. 여러군데 백화점에서 보았던 모든 것들이 다 지퍼가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게 여닫기는 꼬라지를 보여주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세계 본점에서 포장도 뜯지 않은 새 것을 가지고 왔으나 집에 와서 “뜯어 확인해보니 이건 매끄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지퍼의 이가 눕는 부분이 꽤 많았다. 요즘 세상에 이런 지퍼도 나오나 싶어 매장에 전화걸어 교환을 요청하고, 본사 소비자 상담실에 전화를 걸어 기본적으로 지퍼의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응대하기는 했지만, 소비자 상담실에 있는 사람이 물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손님이 말하는 제품의 하자가 무엇인지, 들어도 금방 안 와닿지 않을까? 어쨌거나 주말이 지나고 물건을 구해왔다고 해서 다시 바꿔왔는데, 어차피 전반적으로 다 그런 품질이라서 지퍼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소비자 상담실의 담당자는 지퍼가 고장날 경우 반드시 수리해주겠다고 말했지만, 그보다 중국 공장 책임자나 자재 구매 담당자 같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지퍼의 품질관리에 신경쓰라고 얘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쓰기 시작도 하지 않은 가방을 놓고 수리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좀 웃기지 않나?). 물론, 이건 씹으려기 보다는 이 가방을 둘러싸고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어 쓰는 것이다. [아 이 회사 #같은 가방 만들었으니 빨리 조치를 취해주셈]과 같은 메시지를 동네방네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큰 가방이 좋다. 이 가방은 옛날옛적에 배낭에도 잘 안 들어가던 큰 스케치북마저 넉넉하게 넣고 지퍼를 잠글 수 있을 정도로 크다(남자들 정장을 사면 담아주는 가방에 딱 맞게 들어갈 정도로 크다). 녹색의 옷도 있기는 한데, 깔맞춤까지 하면 너무 치명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같은 이유로 보색의 옷을 입고 드는 것도 조금 웃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아직 개시조차 하지 못했다.

 by bluexmas | 2010/04/18 19:26 | Style | 트랙백 | 덧글(35)

 Commented by ra at 2010/04/18 19:44 

으와 가방 예뻐요. 말씀 그대로 봄.색이네요. 저도 커다란 가방 가방이 나를 짊어진건지, 내가 가방을 짊어진건지 모를 정도로 큰 가방을 좋아해요. 그런데 저 가방 짐이 많이 들어가면 어깨가 아프지 않을까요. 남자분이라 괜찮으려나. 저도 요즘에 햏자가방 하나 사려고 벼르고 있어요. 히힛.그리고… 색의 대비 같은건 잘 모르지만, 저는 녹색이랑 갈색의 어우러짐을 좋아합니다. 나무 같잖아요 하하.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25

아예 들어가서 지퍼를 닫아버리고 싶은 큰 가방도 가지고 싶지요… 아주 짐을 많이 넣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게 튼튼하게 만든 것 같지 않아서요. 정말 녹색이랑 갈색은 나무 같은 느낌을 주네요^^

 Commented by JuNe at 2010/04/18 19:45 

꽤 오래전에 산 앵클부츠는 몇번 신으면 굽이 반드시 떨어지려고 해요. 웨지힐이라 앞쪽이나마 붙어있어서 뒤쪽 떨어진다고 당장 난리나는건 아니지만;;

오래전에 사고 얼마 안있어서 떨어진걸 몇년 박아뒀다가 수선맡겼더니 군말없이 해주기는 하는데, 작년 봄에 수선해서 두번 신고 또 떨어져서 맡겼더니 이번엔 좀더 튼튼하게 붙였는지 다섯번쯤 신으니까 또 떨어져서 이걸 어째야하나 생각중이라지요; 저는 발도 커서ㅠ_ㅠ;

수선해준다고 오가는 교통비며 시간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반드시 수리해주겠다고 해봐야 어쩌겠다는건지 모르겠다니까요.

그러고보니 전에 잘 쓰던 가방도 주머니의 지퍼가 나가서 못쓰고 있는데, 가방 지퍼 고장은 정말 치명적인것 아닌가요; 그정도면 단 한가지의 단점 정도가 아니라 다른 장점 모두 덮어버릴 단점인데ㅠ_ㅠ; 신발 굽이 덜렁거리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26

얼마전까지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은 사실 지퍼가 없는 것이었어요. 괜찮은데 비가 오면 난감해지더라구요;;; 그래도 어디까지가나 한 번 써 보려구해요~

 Commented by essen at 2010/04/18 19:53 

녹색! 주로 검정/갈색/베이지/흰색 가방만 봤는데 녹색이라 눈에 확 들어오네요.

전 이상하게 갖고 다니는게 많아서 백팩으로 바꿀까 하는데.. 지금 한 쪽으로 매고 다니는 가방을 사용하는데 3월 초에는 어깨가 너무 쑤셨어요. 그래서 그 물건들을 가방 두 개에 담아 양 어깨에 하나씩 매고 다니지요=_=.

지났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35

저도 검은색 가방 투성인데, 이런 색 가방, 그것도 큰 건 처음이에요. 가격이 아주 비싸지는 않아서 도전해본거죠… 가장 좋은 가방은 “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쑤셔담고 달리는거죠-_-;;;

 Commented by Maria at 2010/04/18 20:56 

으앗 예쁘네요 ;ㅁ; 깔끔하고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확실히 가방에 노트북부터 이것 저거 가지고 다니다보면 금방 닳는 것 같아요. 제 가방은 뚫리고[…] 있습니다. 좋은 생일축하네요! 생일 축하드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35

아, 생일은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이 가방도 너무 많이 넣고 다니면 안될 것 같아요.

 Commented by cleo at 2010/04/18 21:01 

저도 저런 가방 하나 갖고싶네요. 너무 멋져요!

자켓 안에 입는 남방이나 셔츠를 보라색으로 받쳐입고 저 가방 들면…근사할 것 같아요(순전히 제 취향지만서도-.-) 생일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36

오오, 보라색셔츠… 그 생각은 못해봤는데 괜찮을 것 같아요. 요즘은 옷을 잘 안사요. 사실은 밖에 잘 안 나가거든요. 외출이라봐야 일주일에 하루이틀 하는 정도니까요.

 Commented by 응앙앵 at 2010/04/18 21:53 

녹색은 제가 요새 열광하는 색인데 >.<! 그게 색 맞추기가 은근 애매한데, 저는 그냥 아무색이나 다 매치해서 다니는데 딱히 이상한것 같진 않았어요. 연두색이랑 녹색이랑 같이 있어도 그닥 안이상했다능. 근데 남자는 좀 다를것 같긴 하네여 -,.-;

제 생각을 살포시 말해보자면 초록색은, 그러니까 저렇게 예쁜 초록색은 흰색과 잘어울리는것 같슴다. 흰색 피케셔츠 같은거랑 저 가방이랑 베이지 면바지 입은 남자 보면 저는 반해버릴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하고 있어효.

블루마스님, 흰색 폴로 티셔츠 같은거 하나 지르고 개시한 후 두개 같이 매치해서 착샷을 올리셔서 저의 눈을 즐겁게 해 주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37

그러게요. 말씀하신 코디가 사실 제 취향이기도 해요. 사실 하얀 폴로셔츠도 긴팔, 짧은팔 다 있구요. 문제는 요즘 살이쪄서…흐흐흐흑. 한 번 노력은 해 볼께요…T_T

(아아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T_T)

 Commented by mew at 2010/04/18 22:02 

빨간 재킷에 강추 -_-)bbbbbbb

보색!!!!!!!!!!!!!!

그냥 함 보고 싶네요. 크리스마스 분위기 될 듯..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38

그렇죠!!! 크리스마스에 제가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Commented by mew at 2010/04/20 09:11

지금 하세요!!!!!!!!!!!!!

 Commented by 나녹 at 2010/04/18 22:19 

축하드립니닷. 근데 무슨 가방이 뉴욕에서 밖에 안팔죠? 구경이라도 가보고싶네요 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38

아, Relwen이라는 브랜드의 가방이에요. 구글 검색해서 홈페이지 가 보시면 바로 찾을 수 있을듯. 스티브 앨런 뭐 이런 매장에서만 판다네요… 아무개 님께 혹시 근처에 가시게 되면 봐달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으나 그 뒤로 소식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Commented by  at 2010/04/18 23:36 

할부를 하셨으니 저렴한 물건은 아닐텐데 지퍼 부실이라니… 곤란하군요.

녹색 옷에 녹색 가방은 정말 치명적일 것 같구요^^;;;

보색 계열인데 톤을 낮추면 어떨까 싶어요.

히끄무리 매가리 없는 팥죽색이라든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39

할부는 5만원 이상이니까요. 보통 식비를 빼놓고는 할부로 사거든요. 팥죽색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Commented by yeah at 2010/04/19 01:34 

색상이 정말 이쁘네요. 초록색 사랑하는데 탐나는 색이군요. 그러나 저런 크로스백은 훈남의 전유물로 남겨두어야 한다며 보는걸로 만족할게요 😀

단순히 지퍼가 뻑뻑한 것이라면 -이전의 댓글들에 솔루션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초칠로 간단히 해결해보세요. 뭐 꼭 그게 문제가 아닐수도 있지만서도,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서 남깁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40

아, 초칠도 괜찮을거에요. 일단 한 번 좀 써보지요 뭐… 도움말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4/19 02:08 

녹색이 깊어서 예쁩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40

그러게요. 좀 깊은 녹색이지요. 빨간 셔츠라도 입어줘야 할 듯^^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4/19 02:33 

대단하시네요. 너는 겁나서 선택하지 못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넉넉한 크기라면 괜찮을 것도 같습니다. 어쨌든 주인장님은 무리없이 소화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배우 같으신 사진 아직 기억하거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40

으하하 영화배우라뇨 무슨-_-;;; 너무 민망해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손이 떨립니다 크크크

 Commented by mako at 2010/04/19 03:19 

깔맞춤 옷이나 빨간 상의와 매치한 사진 기대하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41

빨간 상의가 아무래도 대세인 것 같습니다. 찾아보면 뭔가 있기는 할 거에요…

 Commented at 2010/04/19 12: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41

비공개님 키를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좀 클 것 같아요. 저한테도 엄청나게 크거든요. 백화점 가면 사실 수 있으니 한 번 가보세요~

… 센스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_< 별로 없는 것 같은데…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4/19 23:41 

생일 선물 멋집니다요.저도 책 넣을 수 있는 큰가방,물색 중이에요.

웬지 만화적 로망처럼…하늘하늘한 줄무늬 남방에 폴로 면바지가 어울릴 것 같으니…전 정말 따분한 고전파 같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42

오,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그게 은근히 제 취향이거든요. 그게 따분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4/20 01:34 

사진으론 그렇게 커보이지가 않는데 큰가보군요

지퍼가 어떤지 감이 좀 오는군요… 그런걸 몇 번 봐와서…

그나저나 저 녹색 소화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닐거같네요

저같으면 머플러랑 깔맞춤정도?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43

네, 좀 큰 가방이에요… 머플러와 깔맞춤도 괜찮을 것 같네요. 흰 버튼다운 옥스포드를 바깥으로 내서 입고 베이지색 면바지에 갈색 드라이빙 모카신, 비슷한 색의 머플러면 괜찮겠네요.

 Commented by yunz at 2010/04/20 01:52 

봄색이 참 좋네요- 생일선물로 아쥬 딱이예요. 그리고오, 조금 지나면 지퍼도 약간은 부드러워지겠지요…헤헤 (저도 내내 밝은 색 가방 사고 싶어라 돌림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그걸 사도 들고 다닐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조용히;;;; 지냅니다 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0 02:43

저도 사실은 들고 다닐데가 별로 없는데, 스트레스가 지름을 정당화하나 봐요^^ 아니 사실은 여기에서웃지 말고 울어야 하는건가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