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43
글의 부제는 <숨은 bluexmas 찾기>. 글을 싸지르지 못해 안달인 그가 블로그까지 닫아버리고 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아니 어찌 되었든 1주일 절필의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이 글은 금요일 날짜를 달고 올라간다.
달리기가 지난 일요일에 열렸는데, 월요일에 마지막으로 뛰고는 또 뛰지 못했다. 뭐 이래서 될까 싶었다. 설상가상으로, 일요일 새벽에 웬 폭발음이 들려서, 아 천안함 사건도 그런데 전쟁난건가보다 싶어 일어났더니 집 앞의 공업용 산소 공장/창고에 불이 나서 도로가 차단되고 소방차며 경찰차가 오는 난리가 났던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잠도 제대로 못자고 뛰게 되었다. 그러나 혹시 몰라서 3일 전부터 탄수화물을 부지런히 먹었고, 출발 직전에 물 한 병을 천천히 다 마시고 뛰었다. 그 덕분에 처음 8km까지 화장실을 세 번 가는 불상사면 없었더라면 아마 최고 기록을 깰 수 있었을 것이다. 화장실을 찾아서 코스를 벗어나 역주행까지 했으나 결국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야 말았다T_T
어쨌든 2시간 페이스 그룹을 따라잡고 1km 정도 뒤로 보내면서 기록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고, 어찌 되었든 적어도 두 시간 안에는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서 반환점을 돌고 더 열심히 달렸다. 마지막 1km에서 두 시간 페이스 메이커들이 바로 뒤까지 쫓아와서, 기겁하며 절뚝절뚝 뛰어 그들을 다시 뒤로 500m 정도 보내고 안심하며 골인했다. 막판에 절뚝거렸던 이유는, 4km인가를 남겨두고 물이 안 나와서, 자원봉사자들이 마시다가 만 1.5리터짜리 물병을 점프해서 나꿔채 달아나다가 살짝 쥐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달리기는 물 인심이 꽤 후했는데 왜 막판에는 물이 전혀 안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마지막 5km를 달리면서 마음 먹었다, 10월의 춘천마라톤에 도전하기로. 그날 하룻동안 고통스러워서 망설이기도 했는데, 3일만에 다 회복되어서 오늘은 일 때문에 손으로 들 수 없는 무쇠 프라이팬을 배낭에 넣어 등에 메고 아침 여덟 시부터 열 두 시간 동안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원래 계획대로 도전하기로 했다. 5월 초에 전속력 10km, 다시 6월 초에 하프 한 번 더 뛰고 더운 여름에는 근육 운동 위주로 훈련한 다음, 10월에 풀코스에 도전해 보는 거다. 재미있을 것 같다. 사실 재미도 재미지만 뱃살 좀 빼야 되는 것 아닌가… 정기검진 받았는데 복부비만 얘기를 들었다T_T 아니 이정도 뛸 수 있는데 배 나오는 건 뭔가 좀 이상한 거 아닐까T_T
덤사진 몇 장. 그렇다, 머리를 묶고 뛰었다. 원래 모자를 가져갔는데, 이제 머리가 너무 길어서 자꾸 벗겨지는 바람에 쓸 수 없었다. 무슨 운영본부인가에서 굴러다니는 고무밴드를 나꿔채서 임기응변으로 묶었다(집에서는 가끔 묶고 있지만, 밖에 나갈 때는 절대 묶지 않는다). 미국 흑인 운동선수들이 쓰는 까만 두건 같은 건 우리나라에서 살 수 없나.
# by bluexmas | 2010/04/09 00:00 | Life | 트랙백 | 덧글(52)
가끔씩 글도 쉬어주는 게 쓰는 이도 읽는 이도 속편할 수 있죠^^; (첫번째 사진은 ‘뭔가’했는데,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이런 사람들도 뛴다. 여러분도 달려라! 이런 메시지인 줄;;)
아 저분들은 아마 10km 걷기를 하셨을거에요. 같이 들어오신 셈이죠;;; 감히 그런 메시지는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_-;;;
비공개 덧글입니다.
물론 저는 그 근처도 안갔지만요, 세상에는 닮은 사람이 셋은 있다고 하더니…!
닫아두실 때 글을 보고 뭔가 현실에서 일이…? 했는데 그냥 블로그의 신령과의 약속을 지키시느라 그러셨던건가요, 하지만 반은 채웠으니 절필도 반만 하시면 되는 게 아닐까 블로그의 신령씨를 살포시 째려보며 우겨봅니다.
주황색티가 상큼하네요 (요즘 제가 주황색에 빠져있어서)
완주하시고 대단하세요!!
늘 글 올리실땐 그저 ‘그런가보다’했는데, 한 동안 뜸~하시니 궁금하기도 하고,
무슨 안좋은 일이 있나…”a 은근히 걱정도 되는 것이…T.T
빨강 티셔츠에 파란 숏팬츠!
저토록 해맑게, 발랄하게 뛰시는 걸 보니 제가 걱정할 일은 아니었군요.
건강하게 잘 계시니 엄청 반갑습니다^^
참, 저 배만 빼놓고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요T_T 빌어먹을 배 T_T
물론 휴전 상태에서 안정을 찾는 것이 아이러니지만요..
복부에 낀 지방은 평생 안고 가야할 숙명적인 것인가봐요..저도 그 부분에 집중적입니다..ㅜ.ㅜ
좋은 기록 축하합니다, 포스팅이 돌아온 것도요~
포스팅은 반밖에 못 열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T_T 다음에는 절대 닫지 말아야 되겠어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저 역시 힌트를 올려놓았습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고맙게도 글 올려 주셨네요.(다들 쓰신 시간보니 저만 뒷북)
저 위의 끌레오 언니야도 있고…….쩝!(이런 피씨용어 싫지만 딱 이 상황)
마라톤 하셨다니 제가 다 대견하네요.
저한테 제일 필요한 종목인데 평발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