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어쩌면 가장 큰 목적은 거리를 지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가까워지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 요즘 두 세계가 너무 가까워져서 각각 가지고 있는 인력 때문에 모두 조금씩 망가져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로 이루어진 세계를 먼저 지켜야 되겠다는 생각에 이상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얼마간 닫아야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세계 사이의 틈에 손바닥을 간신히 밀어넣을 수 있었다. 적어도 내 두 팔 길이만큼은 떨어뜨려 놓아야 각각의 인력이 미치지 않고, 그래야 둘 모두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나는 너무 가까웠다. 욕심을 냈기 때문이었다. 어디엔가 좀 덜어놓고 와야 되겠다. 그렇게 기다리던 4월이 왔는데 조금도 기쁘지 않다. 화가 나려고 한다. 받아줄 수 없는 대상에게 화를 내는 거라 그래도 죄책감은 좀 덜하다.

 by bluexmas | 2010/04/01 0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