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산신령과 생일맞이 불가능 도전 행사
어젯밤, 어이 없는 꿈을 꾸었다.
글쎄, 블로그의 산신령을 만난 것이었다. 블로그 따위에 산신령이 있다니 어이가 없어지려고 하던 찰나, 그는 더 어이 없어지게도 ‘금블로그가 네 블로그냐 은블로그가’의 멍청한, 나뭇군이 지 밥줄인 도끼를 칠칠맞게 물에 빠트리고 다니던 시절 레퍼토리의 블로그 버젼을 읊어대려고 했다. 아, 대체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그렇지 멜라토닌도 먹었구만
“신령님.”
“…?”
“됐으니까 그딴거 읊어대지 말아요. 아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에헴.”
그래도 민망한 건 아는지, 그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수염을 쓰다듬었다. 철면피 노인네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구만.
“그래도 생일이라던데, 블로그라도 업그레이드 시켜주랴…? 올 연말 100대 블로그는 장담하지 못해도 음식 밸리 탑은 보장해 줄 수”
“그런 건 됐어요. 아니 아무리 댁이 산신령이라고 해도 그렇지, 내용도 없는 김#중 @썬 치킨 샌드위치 이런 거 올려도 탑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 안되지요. 모름지기 블로거라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포스팅의 우량함으로 승부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에헴.”
“대신, 생일을 맞이해서 불가능에 가까운 행사에 한 번 도전해 보려고 하는데, 어떤지나 좀 들어보세요.”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이 별 볼일 없는 블로그 정식으로 꾸려나간지도 벌써 만 5년이고, 이제는 사람들도 고마울 정도로 전보다 많이 오게 되었는데, 단 한 번도 세 자리 덧글을 찍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생일을 핑게 삼아 불가능에 도전해보려고 하는데요.”
“그래? 뭐 전보다는 사람이 아무리 많이 온다고 해도, 세 자리 덧글은 불가능한 것 같은데.”
“그러니까 도전까지 해 본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 뭐 언제나 밝히기를 원하지 않으니까 나도 입에 담지는 않겠노라만, 링크된 사람들의 얼추 1/5만 덧글을 달아도 대략 그 불가능에 도전은 해 볼 수 있겠구나.”
“제 말이.”
어제만 해도 참으로 말도 안되는 일라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입이 술술 열리고 말이 줄줄 흘러 나왔다. 블로그 산신령은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하고 수염을 두어 번 쓰다듬었다.
“그래, 뭐 도전하는 건 네 맘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만일 실패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뭐 일단 실패하면 개망신 당하니까 일단 그것부터 핸디캡 먹고 들어가는 거구요, 그따위 낯부끄러운 도전을 생각했다는 사실을 깊이 반성하면서 일주일간 블로그 절필을 하겠습니다.”
“그래? 으음… 하루라도 남 비아냥거리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안 올리면 두 손을 맞잡고 방바닥을 뒹굴며 우는 네 녀석이 무려 일주일이나 절필을 하겠다니 참으로 지키지 못할 맹세라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그 정도는 걸어야 파워블로거도 아닌 네놈이 무려 세 자리수 덧글이라는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겠지. 어디 한 번 해 보거라.”
“아 네.”
“조건은 다음과 같다. 3월 29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이 글에 덧글 백 개가 달려야 하느니라. 어차피 비로그인은 막아 놓았으니 신경 쓸 필요가 없고, 한 사람이 두 번 단 덧글은 무효이니라.”
“아 네.”
“그럼, 어디 네 놈이 불가능을 이루어 내서 일주일 동안 절필을 하는지 안 하는지 두고 보도록 하겠노라.”
전형적인 산신령 사라지는 “간지”로 등을 홱 돌려 하얀 연기와 함께 블로그의 산신령이 사라지고, 나는 스스로 그러한 불가능을 산신령 앞에서 입에 담았다는 사실에 어이없어 하다가 잠에서 깨었다. 생각해보니 블로그 산신령 따위가 있으나 없으나, 삶은 참 어이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삶이 계속 흐르고 흘러 서른 몇 번째를 맞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나. 난 정말 스물 몇 번째, 서른 몇 번째쯤 이대로 멈추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했었는데.
# by bluexmas | 2010/03/29 23:59 | — | 트랙백 | 덧글(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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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작은 덧글이 큰일을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냐하-
삶이 계속해서 그렇게 흐르고 흘러 어디에 닿을지는 끝까지 가보아야 하는 것이겠죠? 부디 유유자적 흐르시길 바랍니다 🙂
그리고 충분히 세자리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화이팅~!
포스팅의 우량함이라… 배워야겠습니다!
그럼 부디 이벤트 성공하시길 😉
p.s : 아니 그나저나 왜 그 산신령은 도와주는 척 하면서 악담만 하고 사라진답니까.
블로그 글들, ‘맛있게’ 읽고 있습니다. 🙂
부디 이벤트 성공하시고 행복한 생일날 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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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드려요 !
모쪼록 오늘 24시간 동안 최고로 행복하시길 빌께요 🙂
한수 거들고 갑니다.
축하드립니다.
며칠 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축하드려요!!!
산신령한테 한방 크게 날려주세요 ㅋㅅㅋ
서른을 넘어가면 생일 축하가 달갑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축하를 드려도 되나 말아야하나 쓸데없는 고민을 어제부터 하다가, 축하드립니다(/ㅅ)/
평소에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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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꿈에 나온 건가요?ㅋㅋㅋㅋ저도 함 뵙고 싶네요~
저는 링크수도 세자리 못넘기는데… 흐켱…..
여튼 생일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세요 :3 건강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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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먹으면서 킥킥 웃으면서 읽었어요.
전 방금 집에 도착을 했습니다
블로그의 산신령이라니… 호호백발의 할아버지가 최신 IT기기를 섭렵할거같은 분위기네요
***
아, 집에 다녀왔는데 아버지께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책 두권을 선물해드렸어요. 요리를 좋아하셔서 예상은 했지만, 읽어보고 재미있어 하시기에 뿌듯했습니다 (생일 축하멘트로도 괜찮죠?-흐)
축하드려요…생신 ..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