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 삽질 여행기(3)-빛의 교회와 교토 찍기
사실 오늘은 일정 때문에라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날이었다. 내가 머무는 동안 단지 이날 오후에만 또 다른 안도의 건물인 ‘빛의 교회’가 예약을 받고 개방했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은 오후 한 시 반, 그러나 너무 여유를 부린 탓에 오전에 하려고 생각해두었던 백화점 구경도 건너뛰고 정오가 다 되어서 호텔을 나섰다.
어제까지 무진장 삽질을 했고, 또 그 다음날에도 장거리 삽질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기는 했지만, 이날은 그다지 삽질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었다. 예약확인을 위해 전날 저녁에 전화를 걸어 영어로 통화를 해서 가는 길도 다시 한 번 점검 받았다. 그리고 나서야 JR노선의 이바라키 역 위치를 확인하니 교토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빛의 교회를 다 보는대로 교토를 찍고 오기로 했다. 그나마 이렇게 동선이 맞아서 다행이지,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으므로 만약 이바라키가 멀리 떨어져 있었다면 교토를 찍는 것마저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정말 어제의 삽질에 비하면 이바라키에 가는 건 정말 간단했다. 일단 우메다 역까지 가서 JR을 타고(쾌속을 타면 조금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바라키 역에서 내리면 바로 눈 앞에 버스 정류장이 펼쳐지는데, 2번 정류장에서 가스가오카코엔행 긴테쓰 버스(1,2번 모두 다 가는 걸로 알고 있다)를 타면 반환점이 바로 가스가오카코엔이다. 교회는 버스가 들어온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왼쪽으로 보인다.
많이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건물을 실제로 보게 되면 그 기분이 이상할 때가 많다. 아마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연예인을 실제로 보는 기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빛의 교회는 아마 여태껏 보았던 건물들 가운데 가장 그런 느낌이 강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교회는 개방되어 있었고, 반주자가 파이프 오르간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 소리는 장엄해서 바로 그 빛의 교회에 왔다는 느낌을 주면 딱 좋으련만, 솔직히 솜씨가 별로 좋지 않은지 계속해서 더듬어서 그럴만큼의 분이기는 자아내지 못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 그 빛의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는데 역시 대체 무슨 기분을 느껴야만 하는지 감을 조금 잡기 어려웠다. 그보다 오히려 난방시설 하나 없는 공간이 굉장히 춥게 느껴졌고, 거기에 더불어 숨을 공간 하나 없이 뻥 뚫리고 천장마저 높은 이 공간이 교회로서 늘 예배를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곳곳에 난로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신도들 역시 신의 공간이고 또한 안도가 디자인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추위를 느끼는 건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이 춥고 을씨년스러운 교회 건물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외가가 있던 예산의 성당 건물의 새벽 미사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성당은 명동성당과 같은 평면을 가진, 그냥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십자가형 평면에 지붕이 높은, 그런 옛날 성당이었는데, 외가 가족들은 외할아버지의 기일이 낀 11월 마지막 주 쯤에 모여 새벽 미사를 드렸고, 그 시간은 언제나 차가운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요즘 성당에 가지 않은지가 너무 오래라 현대적으로 지은 성당이 공조설비를 내장하고 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빛의 교회에서 받은 지배적인 느낌은 그 빛의 십자가보다는 을씨년스러움과 싸늘함이었다.
바로 옆의 교육관 건물에 들어가니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이 안내를 하고 있었는데, 이분이 영어를 잘 하셔서 영어로 안내를 받으며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구석구석’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사실 구석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었다. 교회 건물과 마찬가지로, 바로 옆에 붙은 교육관(거의 작은 예배당처럼 꾸며져 있었다)에도 역시 숨을 구석이라고는 하나 없었다. 그래서 불경스럽게도 신도들 사이의 불륜행각은, 적어도 교회 안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럴 공간이 없었으니까. 만약 있다면 교육관 2층 맨 안쪽의 사무실의 벽장이 될텐데 거기는 복사용지 등으로 가득차 있었다.
영어를 하고 싶으셨는지, 그냥 말을 하고 싶으셨는지는 몰라도 안내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교회 공간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다. 내가 난방시설이 안 되어 있음을 지적하자, 예산문제로 안도가 천장을 넣지 않았는데 신도들끼리 뭉쳐 있으면 따뜻할 것이라는 식의 잘은 몰라도 지극히 그다운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말했다. 2층의 성가대석에는 건물 전체에 깔린 나무와 같은, 연한 카키색(베이지색?)의 피아노가 놓여 있었는데(사진 참조), 그건 원래 검정색이었던 것을 안도가 싫어해서 그 색으로 칠한 것이라고 했다. 검정색 피아노보다 잘 어울리기는 했지만 어릴때부터 참 많은 피아노를 보아온 나로서는 그런 색의 피아노가 마냥 어색하게 느껴졌다. 1층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먼저 성가대석이 나오고, 그 안쪽으로 부엌과 작은 사무공간이 있었는데 모든 가구들을 다 안도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할아버지는 설명했다(그의 말을 그래도 옮기자면 “저기 복사기는 빼고”, 그러나 뭐 안도가 복사기쯤 디자인 못하겠어 의뢰만 들어온다면…). 건물의 설명이 다 끝나고도 할아버지와 나의 대화는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도)이어져, 우리는 화제를 야구로 옮겨 마쓰이의 앤젤스 이적, 조지마의 한신 이적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동네라면 대부분 한신 타이거스의 광팬이어야만 할텐데, 북해도가 고향이라는 할아버지는 의외로 교진팬이라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일본 사람들은 물론 일본말을 잘 하는 서양 남자까지 너덧명의 방문객이 추가로 찾아왔고, 나도 그들에 섞여 다시 교회 안으로 들어가 빛의 십자가를 보며 잠시 더 추위에 떨었다. 할아버지는 또한 최근에 안도가 텔레비전에서 한 인터뷰에서, 구조적으로 그 빛의 십자가라는 것이 불안정한데 그것은 삶(또는 믿음? 기억이 갑자기 가물가물한다)의 불안정 unstable함을 표현한 것이라 말했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안도 그 자신이 유명인사와 직접 교회로 찾아와 안내를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U2의 보노도 안도와 함께 찾아왔다는 얘기 역시 아울러 해 주었다. 신자수가 백 여명인 이 교회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는 나의 관심 밖이기는 했지만, 40년쯤 된, 교육관 옆의 목사 숙소 역시 안도의 디자인으로 허물고 다시 지을거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나는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을 안내해주는 사이 교회를 슬쩍 떴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이런 건물에서라면 슬쩍 물러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유명한 건물을 기억에 담고, 네 시가 조금 못 되어 교토를 찍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분해는 조립의 역순…이라는 생각으로(아닌가?-_-;;;) 같은 버스를 타고 다시 이바라키 역으로 돌아왔는데, 신쾌속 열차 한 대가 문까지 열고 서 있는 것을 발견, 미친 듯이 뛰어서 탔으나 그대로 출발하지 않았다. 안내방송은 계속해서 나오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열차방향으로 난 자리를 찾아 맨 앞칸까지 옮겨 앉게 된 자리 앞에 억양을 듣자하니 영국인으로 추측되는, 정장을 잘 차려입은 남자가 있었는데 그가 회사 사람들과 전화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이바라키에서 교토 방향으로 조금 더 가서 있는 ‘세쓰-톤부 ‘라는 역에서 사람이 죽는 사고(알아들은 바로는)로 열차가 한 시간 이상 서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그도 일본말은 모르고, 회사로 전화를 걸어 동료들이 웹페이지를 찾아 알려줬다고 했다). 그래서 그 신쾌속 열차는 원래 이바라키 역에 멈추지 않는데 멈추게 되었고, 엉겁결에 나는 그걸 잡아타게 된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타고 20분 정도 지나자 사고처리가 끝났는지 열차가 움직였고, 나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으로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편하게 교토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토에 도착한다고 끝이 아니었던 것은, 내가 도대체 뭘 해야될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채 왔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몇 가지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빛의 교회를 보느라 점심도 건너뛰다보니 배가 고파 그걸 행동에 옮길 수 없을 것이라는 과감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단 뭐라도 먹기로 하고 열차에서 내려 이세탄으로 기억되는 백화점 지하식품 매장을 찾아가 왜 싸게 파는지 모르지만 200엔 깎아 파는 죽순 도시락과, 뭐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좌우지간 열 가지 재료가 들었다는 고로케를 하나 사서 바로 눈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마셨다”. 나의 뉴요커 원작자님께서 교토에는 죽순과 가이세키와 뭐뭐뭐가 유명하다고 열변을 토하셨는데, 가난한 오사너 Osaner 번역가는 좀 싸게 그 맛이라도 볼까 해서 사백 몇 십엔짜리 죽순 도시락을 백화점 지하 매장에 앉아서 까먹는 형국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잘 나가는 원작자님과 비루한 나를 비교해서 딱히 슬프지는 않았지만, 이 나라 문화가 그렇게 밥을 먹는 것이 아닌지 옆 자리에 앉은 아기 아빠가 좀 쳐다봤던 것 같기는 하다. 보거나 말거나, 싸거나 비싸거나 죽순과 잘게 다진 닭고기가 체면치레할 정도로 들어있던 도시락은 좀 차기는 했지만 짭짤함이 두드러지면서 맛있었고, 그 차가움을 고로케가 좀 덜어내어 주어서 “마시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너무 고픈 배를 채워줬더니 잠시 정신이 혼미해져서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감자기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마신 밥이 좀 내려가니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되었고 나는 곧 나는 지금 일본에 와 있는데 이곳이 교토고 나는 이곳을 찍고 가야 하므로 대체 어디라도 가야된다는 임무를 가졌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하여 안내라고는 거의 줄 수 없는(내가 책에 잘 안 나오는 곳만 갔으니까!) 상황에 놓여 슬픈 안내책자를 펼쳐놓고 가장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곳을 찾으니 그곳은 바로 기요미즈데라!(역시 우리 글에는 느낌표가 참 어색하다. 여담이지만 책 번역하면서 어색해서 뺀 느낌표가 대체 몇 개였더라!) 였다. 책에 의하면 좀 멀지만 일단 지하철로 한 정거장, 시조도리까지 가서 걸어가면 갈 수 있다고 해서 그대로 했는데 막상 내리고 나니 한 정거장도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난한 관광객에게 그 정도는 사치…해서 올때는 역 앞의 탑만 보고 걸어오기로 하고 한참동안이나 바보처럼 지도정치를 못 해 버벅거리다가 지도가 아닌 주변 건물을 보고 숲과 산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째 거기가 그곳일 것 같았다. 그런 곳으로 움직일 때 나는 일부러 큰 길 바로 뒷골목으로만 걸어다니는데, 그래야 더 담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건 심지어 강남을 걸어다닐 때에도 마찬가지). 가다가 살짝 불안해 지나가던 여자에게 길을 물었는데, 대강 영어로 얼버무려 물어보자 여자는 방향이 맞지만 ‘롱그, 롱그 웨이’라는 대답을 주었다. 방향만 맞으면 롱그, 롱그 웨이쯤은 무릎이 나갈때까지 걸어주겠다고 생각하고(그러다가 정말 나간 것 같다 아이구야…T_T), 그저 계속해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참으로 걷기 즐거운 길이었다. 역시 다리며 무릎이 좀 아프기는 했지만, 옛날 어느 동네 읍내 같은 분위기의 길 중간중간 오래된 가게들(전통 대바구니 같은 걸 만드는 아저씨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을 지나쳐가는 재미는 쏠쏠했다. 이런 맛에 다리가 아파도 열심히 걷는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중간에 좁은 가로수길이 나타났고, 거기에서 한 가구를 더 거쳐가자 큰 하천이 나왔다. 그리고는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는데, 표지판을 보니 그 길이 바로 기요미즈데라로 통하는 길이었다. 오늘은 이렇게 해서 노동은 남아도 삽질은 끝났구나 싶은 기쁜 마음에 중간 어딘가에 있는 수퍼마켓에서 화이트 초콜렛을 사 먹으면서 씩씩대고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그리하여 도착한 기요미즈데라는 솔직히 일본 절에 관심이 없는 나로써는 1. 전망 좋구나 2. 하나 찍었구나 말고는 딱히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도착한 시간이 다섯시 반이었는데 여섯 시에 닫는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열심히 뛰어서 경내를 한바퀴 돌고는, 이번에는 큰 길을 따라 내려와 다시 시조도리를 만나 그 길을 따라 쭉 걷고, 직각으로 좌회전해서 역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들어가보고 싶은 골목들이 있기는 했지만 빨리 오사카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냥 큰길로만 걸었다. 거대한 건물의 덩어리인 교토역에서 잠시 헤매며 맞는 플랫폼을 찾다가 곧 오사카행 신쾌속에 몸을 실었다. 출퇴근 시간이었는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자리가 나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의 하루 일과가 끝났느냐하면, 절대 그럴리가 없었다. 난바 역 근처의 타워 레코드가 열한 시까지 문을 연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일단 거기에 들러 판을 한 장 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거의 하나의 의식과 같은 것인데, 그냥 새로 나온 것들을 닥치는 대로 들어서 하나를 고르는데 주로 여자 가수의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바보 같은 의식은 2년 전 북해도를 여행했을 때 <Lumiere>라는 히트곡 리메이크 앨범을 사고 난 다음에 생긴 것인데 정말 아픈 다리로 절룩거리며 온갖 것들을 다 들어봤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었고, 결국 눈물을 흘리며 8년 전인가 도쿄에 들렀을 때 샀던 미스터 췰드런의 두 장짜리 베스트 앨범 가운데 두 번째 장을 사서는 절룩거리며 호텔로 돌아왔다.
그렇게 해서 나의 하루 일과가 정말 끝났느냐하면, 절대 그럴리가 없었다. 오사카에 왔는데 다코야키까지 안 먹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짐을 놓고 근처 골목으로 다코야키를 사러 나갔는데 어제 찍어두었던, 록음악을 틀어놓으면서 다코야키를 팔던 ‘다코야키 바’는 벌서 문을 닫은 채였다. 그게 아니면 주변에 다코야키 파는 곳이 없다고 알고 있어서 절망적인 마음으로 골목을 돌아다녔더니 쇠심줄 꼬치 등등을 파는 가게에서 다코야키도 팔고 있었다. 일단 열 개들이 1인분을 시켰는데,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당장 굽고 있는 수십 개가 먼저 받은 주문을 위한 것이라는 요지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다렸는데 그 주문에 맞춰 내주고 다섯 개가 남았고, 굽는 아저씨 둘은 나보고 그걸 가져가겠냐고 물어보았다. 역시 못알아들었지만 나는 곧 분위기를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여주였고, 분명히 추가금이 들어갈 소스도 없이 남은 걸 싸서 딱 반값만 받고 내주었다. 아무래도 이거 가지고는 다코야키를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채워주지 못할 것 같다는 근심에 골목을 다시 쏘다녔더니, 이번에는 조금 더 작은 다코야키를 7개 1인분에 파는 가게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우스!>로 나를 맞은 다코야키 청년은 솜씨가 별로여서, 별 다른 개념도 없이 그저 이리저리 다코야키들을 뒤집기만 하다가 그저그런 것들 여덟 개(하나는 덤이었던 듯?)를 담아 이번에는 소스와 마요네즈까지 공짜로 뿌려 내주었다. 이 다코야키라는 것들이 조금만 식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3분 거리의 호텔을 냅다 잰걸음으로 돌아왔지만 사진에서처럼 다코야키는 그 자체의 김으로 쪼그라들어 있었고, 그저 겉은 익었지만 속은 느글거리듯 흐르고 거기에 문어는 명물이 아니라면 눈치없는 식감의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준으로 자리잡고 있었으니 역시 다코야키는 의무감에서, 아니면 정말 잘 만드는 집이 아니라면 식감면에서 ‘에러’인 지방명물이라는 생각으로 애써 꾸역꾸역 넣고 맥주를 마셨다. 타워 레코드에서 너무 시간을 보낸 탓에 우메다 역 그 수퍼마켓에서 다시 샀던 <도쿄 스타우트>는 짜게…까지는 아니지만 식어 있었다. 오 뜨겁고 맛있는 다코야키를 입에 넣고 차가운 맥주로 식혀가며 먹기로 했던 그 로망은 불가능이었던 것일까… 그렇게 삽질까지는 아니지만 철저하게 노동집약적이었던 사흘차가 지나가고 나는, 내일 뭘 겪을지 차마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 터질듯한 배를 안고 잠을 청했다. 내일 뭘 겪을지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다코야키를 쑤셔 넣고 바로 잠을 자니 눈이 너구리처럼 퉁퉁 부어 비상식적인 외모로 또 하루를 맞을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예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1. 사진을 보고서야 컵라면까지 먹었다는 걸 알았다. 나 왜 그랬을까T_T
2. 나는 내가 사진 못 찍는다는 걸 잘 아는데, 정말 이날 사진은 좀 그렇다. 빛의 교회는 워낙 좋은 사진들이 많아서 정말 사진찍는 것마저도 참 부담스럽다.
# by bluexmas | 2010/03/18 09:06 | Travel | 트랙백 | 덧글(45)
그래초 초반 읽으면서는 아 별로 고생 안하셨구나 하고 안심했는데ㅠㅠㅠㅠ
하여간에 저 마을의 사진들은 너무 오붓하네요 걸어다니다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요…흠!!+_+
곧 올라올 더 호젓한 마을을 기대해주세요 ㅠㅠㅠ 거기는 너무 호젓해서 눈물이ㅠㅠㅠㅠㅠ
(아 나 취한거 막 티내고 있는거죠 지금 ㅠㅠㅠㅠ)
날씨는 정말 참 춥더라구요. 을씨년스럽다고나 할까요.
안내인 할아버지는 제가 갔을 때 계셨던 그분이신 가봐요. 인상착의가 딱 맞네요 ^^;;
위의 포스팅에 교토의 음식문화라는 항목에서. 식사예절과 분위기; 만큼은 혹할 만 하지만 담백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에요. 야채가 많이 쓰이긴 하지만 맛이 진하고 간이 세다고 느껴지는데;; 미국음식과 비교해 그렇다는 걸까요?
물론 책에서 원작자가 펼치는 내용은 당연히 서양음식과의 비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도 저 도시락밖에 먹지 못해서 교토의 음식세계에 대해서는 좀 무지한 편이죠. 더 먹어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었어요.
일본에 골목길이 저렇게 생겼군요..분위가 정말 잘 보여지네요…왠지 모르게 분위기도 조용할거같고, 사진상에 건물들도 고만고만하고~^^
죽순밥에 머가 섞여있는듯했는데, 그게 바로 닭고기였군요~글고 타코야끼가 식으면 쭈글탱이가 되는지 첨알았어요~항상 뜨거울때만 먹어봐서 그런가봐요…ㅋㅋ
일본의 여염집 분위기는 참 우리나라랑 다른 것 같아요. 우리는 유지하고 싶지 않은 느낌, 일본은 그래도 유지하자는 느낌…
일본이 의외로 옛날 사람사는 동네같은 분위기가 많이 났던게 저도 기억납니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중간에 등장하는 영국신사의 통화내용.. 흐흐흐 -역시 여행은 눈치로 다니는 것도 맞아요. ^__^ 외국에서 혼자 나다닐때는 직감과 눈치를 믿는편이 머리를 따라가는 것 보다 나을 경우가 많았습니다.
죽순도시락은 그래도 나름 특별식인데요. ^ㅅ^ (전 전표 뽑아 들어가서 서서먹는 아저씨;오야지 전문 가게에서 혼자 우동을 먹은 적도 있었지 말입니다;;)
죽순도시락 맛있었어요. 저는 여행 나가면 먹는 건 안 가려요. 굶다가 막 마시다가 또 굶다가…
여행에서는 왠지 모르게 엄청 걷게 되요 저녁에 숙소에 돌아오면 진짜 발바닥에 불이 붙은 것 같고 ㅡㅡ;; 하지만 여행이니까! 견딜만 한건지도요 ㅎㅎ
교회는 예약을 별로 많이 받지 않아요. 정말 운좋게 안까지 다 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여행 다니면 언제나 발에 불이 막 붙어 있지요T
_T
안도의 건축물은, 건축의 건.자도 모르는 저도 알고 있을 정도인데,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저도 사실 잘 모르는데 그냥 보러 간거죠 뭐.
다음 번에는 옆 건물도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진 왜요, 근사하기만 한데….. 사진도 근사하고 글도 잘 쓰시고 저랑은 너무 다르시지만 살찔 걱정없이 맛있는걸 많이 먹고싶다는 마음 하나만큼은 일치하네요!
저는 참 사진 잘 못 찍는 것 같아요. 그래도 꿀우유님은 거기에 사시니까 맛난 것도 많이 드시고…ㅠㅠㅠ
벽 뒤에 숨어 새어들어오는 빛을 바라보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사진으로 보는 것관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블루마스님의 사진은 한적함?침묵?고요?의 순간을 포착한 느낌이라 참 좋아해요..제 그림만 봐도 취향이 드러나죠 히히-_-;
저는 사실 고요함이나 평온함이랑 참 거리가 먼 인간인데 사진에서 그런 느낌이 나나봐요.
ㅎㅎ 전 좀 식은 다코야끼도 좋아해요. 바삭하고 속이 뜨거운 갓 구운 것도 좋지만 죽도 식은걸 좋아하는 저로선 저렇게 식어버렸어도 속에 온기만 남아있다면 그것도 부담없는것 같아요. 너무 뜨거우면 맛에 앞서 뜨겁기만 해서..
다코야키는 참 말로 표현이 안 되는 음식이더라구요. 너무 느글거려서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이스트를 쓰기는 하지만 아주 쉬운 레시피라서, 제가 곧 올리도록 할께요. 아시겠지만 요즘 글거리가 굉장히 많이 밀려서…(어떤 분들께서 막 쓴 잡글에 연재를 원하셔서 아마 진짜로 연재할듯?!)
주소는 그게 맞아요. 폭탄도 괜찮습니다 크크크.
전 진종일 일정이 동물원 하나! 뭐 이런 식이어서^^
그러면서 계획은 분 단위로 짜갑니다-_-;;
탈 버스뿐 아니라 가는 도시의 모든 버스 노선과 시간표까지 노트북에 넣어가요.
롱그 웨이;에는 신기해 보이는 가게가 많은걸요. 팁이네요!!!! 저도 나중에 또 여행가면 꼭 큰길 뒷골목으로 다녀볼게요 ^^
90년대 서울 도처에 노출콘크리트 마감이 등장했을 때 ‘뭥미!?’ 했었는데요 나중에 안도 타다오의 건물을 알고 충격받았었어요. 비슷하게는 요즘 서울에 아오야마 프라다 건물 (언제던가 좋아하는 건축가로 언급하셨으니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요) 식으로 리모델링한 짝퉁건물들이 많아져서 볼 때마다 아스트랄합니당.
크래커 레서피는 급한 것도 아닌데 천천히 기다리겠습니다~ 건 그렇고 정대리와의 로맨스 글이 연재되나보네요. 가엾은 정대리
솔직히 노출콘크리트 건물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콘크리트를 마감하지 않으려면 마감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고 하죠. 거푸집을 뜯었을때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안되니까요.
크래커 레시피는 곧 올릴께요~ 정대리와는 사투가 예상됩니다^^
치는 사람 입장에선; 헷갈릴 수도 있겠지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