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봄이라고

진짜 그렇게 춥고 바람이 부는지 몰랐다. 겨울복장으로 차려 입고 장갑까지 끼고 달리기하러 나갔는데도 춥네… 정말 꽃샘추위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날씨였다. 맞바람은 계속해서 불어오고, 모자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맨머리로 나섰더니 머리는 계속해서 날리고, 거기에 콧물까지 줄줄… 엉금엉금 기다시피 뛰어서 간신히 10km를 채우고 들어왔다. 무릎은 이틀동안 꼼짝하지 않고 쉬니까 거의 괜찮아졌는데 집 바로 앞 도로에서 보도블럭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 왼무릎이 바깥으로 살짝 꺾였다. 뭐 별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이틀을 내리 죽어지내다시피 했는데 오늘도 뭐 썩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도 자빠져 있으면 정말 아프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억지로 털고 일어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청소 아닌 청소 흉내내기를 잠깐 했다. 부엌은 정말 거의 구제 불능의 상태라서 뭘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데 일단 바닥에 주저앉아 울지 않고 꿋꿋하게 하나씩 치워나갔다. 그러나 그 꿋꿋함의 흔적은 거의 엿볼 수 없을 정도로 부엌은 쓰레기장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게다가 지난 몇 주 동안 재활용 쓰레기조차 내놓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게 살았더니 여기저기 물병이며 계란판등이 담긴 봉지들이 널려있고… 가끔 블로그에 뭔가 글을 올렸는데 거기에 ‘부지런하다’라는 내용의 덧글이 달리면 얼굴이 막 화끈거린다. 나는 게으름을 피는데에만 아낌없이 부지런하고, 다른 모든 것을 하는데에는 게으른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조심해야된다. 지금의 몸상태로 봐서는 3월 말-생일께-에 여느 때처럼 아플 확률이 높다. 아니, 새학년 새반으로 갈려 새 담임과 구태의연한 교육제도에 몸바치던 그때가 지난지도 수십 년인데 나는 왜 이맘때만 되면 그때처럼 계속 앓아눕는거냐.

몸은 계속해서 일본에서 사온 고구마깡-세 봉지나 남았잖아 세봉지나…-과 다용도실에 쌓인 맥스 프리미엄을 부르짖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by bluexmas | 2010/03/17 00:59 | Life | 트랙백 | 덧글(38)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10/03/17 01:13 

전에도 이런 글 올려놓고 결국 짜파게티를 영접하셨던것 같은데 캬캬

과연 맥스 프리미엄에 굴복할 것인가!!

흥미진진하네요!!

달리기가 다이어트에 정말 좋다고해서 날 풀리면 해볼까 싶은데요, 워낙 산동네라 구르면 부산까지 갈 듯한 기세!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34

크 절대 굴복하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안 먹고 잤지요^^ 저도 부산까지는 쉽게 굴러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흐흐…

 Commented by JuNe at 2010/03/17 01:19 

언젠가 제 방을 인증할까 하다가, 그래도 고개는 들고 다녀야지 싶어서 절대 인증을 못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사진찍어야 할 일이 있을때는 바닥에 포장지부터 깔아요orz

날씨는 참… 다들 패딩입고 다니는데 혼자 가디건 입고 다니다가 드러난 목이 추워서 감기들 지경이라 가습기를 뜨거운 가습으로 돌려놓고 뜨끈한 차를 마시고 있네요; 내일은 꼭 겨울옷을 꺼내야겠어요;; 그래서 날이 풀리면 다행이고 안풀리면 입고다니면 되겠지요;ㅁ;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35

아 지난 번에 붕어빵 굽다가 가스렌지 사진이 나와서 얼굴 들기가 힘들어요…

오늘은 눈도 미친 듯이 왔으니 겨울옷 넣기는 좀… 세탁소에서 내일까지 겨울옷 세탁 할인해준다던데 아무래도 좀 연장할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3/17 01:40 

이게 무슨 봄이라고 <- 완전 동감…. ㅠㅠㅠㅠ

진짜 감기 조심하셔야 해요! 감기 한번 걸릴때마다 컨디션이 몽땅 엉망이 되더라고요 ^^; 블루마스님이 좋아하시는 고구마깡은 포스팅에서 언급될 때마다 엄청 먹고싶네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35

이게 완전히 사기에 가까운 봄이죠. 저도 먹고 싶은데 계속 참고 있어요;;;;

 Commented at 2010/03/17 01: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35

아 저는 봄마다 감기에 잘 걸려서… 조심하고 있기는 해요. 비공개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그래서 소식도 자주 들려주시고… 🙂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3/17 02:09 

저는 오늘 남한강변에 갈 일이 있었는데, 날아갈 뻔 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36

아 집에 오는데 그렇게 눈이 미친듯이…3월 17일인데요 오늘이 T_T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3/17 02:20 

독일도 3월 중순이 넘었는데 아직도 최고기온이 5도 쯤밖에 안되요..

정말 봄은 사라지고 어느날 문득 깨달아보니 여름인걸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36

그럴 가능성도 참 높기는 하지요? 이것도 미쳐 돌아가는건지…

 Commented by Cloud at 2010/03/17 07:07 

어제 같은 날 밖에서 달리셨다니. 감기 걸리거나 하지는 않으셨나요?;;

부디 건강한 상태로 생일을 맞이하시길…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36

아 괜찮습니다. 그 정도 달리는 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에요. 생일은 아직 좀 남았으니 조심을 해야겠지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당고 at 2010/03/17 08:57 

그러니까요. 이까짓 게 무슨 봄이라고!

행사도 치루시고 꽃샘추위에 시달려 이래저래 아프신가 보네요. 감기랑 몸살은 후딱 치워버리고 생일은 건강히 맞으시길!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37

이건 뭐 사기도 더 이상 사기일 수가 없지요. 그냥 삐걱거리는데 괜찮답니다. 생일은 11일 남았네요~

 Commented by 점장님 at 2010/03/17 09:22 

갑자기 델리스파이스 듣고싶네요.. 매우 아주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37

델리스파이스는 2집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아무도 그걸 인정하려 들지 않지요. 2집의 노래들도 좋은 건 1집때 쓴 것들이기도 하구요…

 Commented by dobi at 2010/03/17 09:23 

너의 목소리 너의 목소리 너의목소리가 들려워어~

맥스프리미엄 매진이더군요 orz….

어제 혼자 반팔에 후드 입고 나왔는데 다들패딩 입고 다녀서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39

열 한 캔 있는데 또 좀 들어올 모양이에요… 추운데 옷 두둑히 입으셔야 되겠더라구요.

 Commented by 나녹 at 2010/03/17 12:01 

많이 추운가보네요! 이쪽도 비오고 흐리고 바람 붑니다. 게다가 술값이 너무 비싸네요..우어억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40

오 술값이 비싸다니 좋은 도시라 그런걸까요. 몰슨 드시고 오셔야죠. 제 취향은 아니지만 포장은 예뻐서…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3/17 15:31 

생일이 춘삼월(?)이시네요.

어릴때 “삼월생”이란 책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답니다.

몸조심하셔야죠.

저도…꼭 결정적인 순간에 병이 찾아오네요.

이 지독한 코감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40

아, 삼월생이라, 누구의 책인지 모르겠네요. 아직까지는 감기 안 걸리고 잘 버티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러움 at 2010/03/17 15:43 

오늘 완전 헐렁뱅이처럼 입고 왔다가 홀로 겨울을 포풍처럼 만끽하고 있구요.. ㅠㅠ

진짜 감기걸릴까봐 잔뜩 쫄아있습니다; 블루마스님도 조심하세용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40

저는 괜찮은데 러움님은 많이 나아지셨는지요? 스트레스를 덜 받으시면 좀 나을텐데~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03/17 16:46 

남의일같지 않네요. 저도 부억에 잔뜩 쌓아놨다가 100m 단거리경주하듯이 후닥닥 치우고는 합니다.

그리고 급격히 컨디션이 추락하는데 마침 몸이 좀 안좋았다 싶으면 바로 멸망의 길로…

역시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간절기에는 조심해야겠네요. 봄이 없어진지 한참 됐으니..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41

저는 아예 식기세척기를 이용합니다. 모아서 한큐에 다 해버리지요. 그게 물 아끼는 것 같기도 하구요.

 Commented by drtrue at 2010/03/17 19:08 

ㅍㅎㅎㅎ 전 분리수거일 안지키면 집안에 술병들이 넘실거리기 땜에…

저도 목소리님의 부름을 따라 막걸리에 피자를 걸치던 걸쭉한 시간을 보냈….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41

저도 지금 장난 아닌 상황이에요. 내일은 버릴 수 있어야 되는데 제가 너무 게을러서T_T

 Commented at 2010/03/17 22: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41

아 진짜 이렇게 눈이 와도 되는 건가요? 한겨울이에요 한겨울T_T 이럴 수는 없는거죠 정말…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3/17 22:16 

전 굉장히 뜨거운데 한국의 눈에 젖고싶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42

오오 고국의 품에 안기면 열이 좀 식을까요 ㅠㅠㅠ

 Commented by JUICY at 2010/03/17 23:15 

어제 오늘 정말 춥더라구요 ㅠㅠ 애인님한테 “밖에 추워?” 이랬더니 “안춥던데?” 이래서 단벌로 나갈뻔한거 생각하면 아직도 한대때리고 싶어요 ㅠㅠ 일기예보 만큼은 저랑 정 반대에 살지만 가장 정확히 맞추는 아빠를 믿어야겠어요=_=;;;

그래도 bluexmas님 제 방 보시면요…부엌이 훨씬 깨끗하다는게 느껴지실거예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8 02:42

저도 코트 입으려다가 좀 가벼운 걸 입었는데 정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네요.

제 방도 부엌 못지 않게 지저분해요T_T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3/18 08:31 

파름문고 비슷한…여중,여고생들이 좋아하던 문고판 책이었어요.

예전에 그 책을 한번 재미삼아 읽어보려고 찾았더니 절판(?)되었다 하더구만요.

헌책방에 괜히 팔았나 싶었어요.지금은 돈주고 찾아도 없는데.-.-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3/18 17:08 

해는 쨍쩅한데 바람이 불어서 춥더군요 장갑 괜히 안 끼고 나갔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