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아침 일곱 시 반에 오븐을 켜는 것으로 시작해서 오후 다섯 시까지 계속 부엌에 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부엌에 붙어 있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그렇게 열 시간 정도 몸을 움직이면서 다른 생각이 거의 없었다. 무릎도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음식 만드는 걸 즐긴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으니까. 언제나 그렇게 보냈던 토요일 생각은 좀 났다. 다른 많은 순간들은 잊을 수 있어도, 그 수많았던 토요일만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오후 세 시부터 밤 열 두 시까지 이어지던 부엌놀이와 두 병의 포도주 등등. 나 혼자 먹고 마셔도 그저 즐겁기만 했다. 다시 그런 비슷한 시간이 올까? 재료만 좀 풍부하고 술값만 50% 정도 쌌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사는 건 어디에서나 다 거기에서 거기다, 숨이 붙어 있는 한.

 by bluexmas | 2010/03/13 00:33 | Lif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yeah at 2010/03/13 00:55 

재밌는 놀이네요. 장시간 서서 쉡놀이 하실때 요가매트 위에 서서 하면 참 좋더라구요.

물론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게 되지만요. 생각만 해도 좋네요 그 시간이라는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3 00:57

그렇지 않아도 저 부엌 바닥에 요가매트 깔려 있는데 어찌 아셨을까요^^;;; 머릿속이 쓸데없이 복잡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몸만 움직이며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좋더라구요.

 Commented by yeah at 2010/03/13 01:01

취향이 저처럼 할매세요.. 이러구ㅋㅋ 도가니는 소중하니까요!

 Commented by Bonnie at 2010/03/13 02:02 

열시간씩이나! 그리고 그 시간들이 즐거웠다니^ 전 요리는 못하지만 예전에 그림 그릴때의 즐거웠던 기분을 떠올리며 비슷하게나마 공감해보아요. 화실에서 밤새면서도 좋았거든요.

오늘은 줄리엔 줄리아를 계속 틀어놓은 탓에 글을 읽고선 ‘본 아뻬띠’라고,, 흐^

 Commented by 아리난 at 2010/03/13 04:01 

내일 모임 음식준비 하시나봐요. 힘들지 않고 즐거우시다니까 다행이네요!

저는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되어있어요 +_+

책 반쯤 읽었는데, 너무 잼있어요. 가끔 혼자 폭소도 막 터뜨리기도 하고ㅎㅎ

책들고 내일뵐께요ㅎㅎ

 Commented by 아이 at 2010/03/14 01:08

반가웠어요! 아리난님^ㅁ^

 Commented by yuja at 2010/03/13 04:46 

아…정말 가고 싶은데 아쉽네요. 이렇게까지 오랜 못있어도 부엌에서 뭔가 하고 있으면 정말 잡생각이 사라진채 몰두하게 되요. 공부하면서도 굳이 밥을 하는 이유일까.

 Commented at 2010/03/13 06: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3/13 10:28 

모임준비 하셨군요! 아아 저도 정말 가보고 싶네요. ^^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3/13 18:51 

즐거운것에 몰두하셨다니 참으로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루아 at 2010/03/14 14:28 

전 요즘 한 부유한 마나님의 식모살이를 하고 있어서요…실컷 부엌놀이를 하고 있답니다. 재료비는 물론 무제한 😉

제한된 재료로 멋진 요리를 만드는 것도 능력이지만, 돈걱정 안하고 음식을 만드니 제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창의적이고 완성된 음식이 나오네요. 블루크리스마스님도 그러신가요?

 Commented by yunz at 2010/03/17 02:03 

이글루스의 몇 분을 뵈면서(블루크리스마스님도 포함!) 음식을 만드는 일이 제가 지금까지 여겨오던 것과는 다른 면들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이 포스팅을 볼 때, 참 제가 다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면 믿으실랑가요…헤-

‘모임’에 관한 포스팅을 슬쩍 기다리고 있었는데(이런; 민망하네요,,,;;) 그냥- 궁금하고 그래서요- 꽤 많은 분들과 자리를 만든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 ‘부지런’하십니다…ㅋ 그리고 용기도 있으시구요.. 그 날 저는 친한 선배언니 딸내미 돌잔치 갔었습니다. 여기저기 결혼 공격(안갈것 같던 사람들이 둘씩이나 후르륵 간답니다…올해)에 다시금…자아성찰(근데 저 이런 말을 왜 쓰고 있나요..??) 시간을 가졌지요 쿨럭=_=

블루크리스마스님 댁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다녀가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구석에다 글달면 왠지 마음이 편해져요…헤헤헤 (저, 이제 자야할 것 같네요-;;;;;) 참 그리고 그 사만다양의 동영상은 별 이해없이(불가능해서요;;들리지가 않아욬ㅋㅋㅋ) 봤었는데 요즘 자주 들어요. 두번째 노래, 한번 시작하고 다음 시작할때 그 사이 목소리가 좋아서요. 그으럼, 내일은 조금 더 따뜻한 봄날을 기도하며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