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길었다

아, 정말 낮에 일하고 밤에 자야 되는데 오늘, 아니 어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지금 바로 이 시간까지 끝내야 될 일이 세 가지가 있었는데 한 세 시까지 안절부절 못하다가 일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나도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방금 일을 다 끝냈다. 오늘은 밤이 좀 길었다. 정말 3월인데 눈이 오니까 기분이 좀 이상하다. 그러나 작년 아틀란타에서도 작년 이맘때 눈을 본 적이 있다. 사실 내가 떠나기 전날-4월 첫째 주-에도 희끗희끗 눈발이 날렸다. 밤이 길었다. 분명히 이렇게 될 줄 알아서 점심 약속을 안 만들어 놓았는데 다행이다.

그냥 상관없는 쓸데없는 이야기.

여행을 다니면서도 계속해서 메일을 확인했는데, 딱 돌아오는 시간 동안 실패의 소식이 하나 날아와 있었다. 뭐라고 밝히고 싶지 않은데 그건 앞으로 줄줄이 그 뒤를 이을 실패들의 전주곡과 같은 것이었다. 기분은 이상하게도 멀쩡했다. 과정에 공을 잔뜩 들였는데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는 걸 알고 무엇인가를 한다면 그때는 어떤 자세로 일을 해야되고, 또 실패를 받아들여야 할까. 그냥 과정에서 배우는 게 있겠지, 라고 자위하고 말아야 되는 걸까 아니면 뭐 살다보면 실패도 하는게지 라고 담담하게 넘어가야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어디 나가서 술이라도 한 잔 빨고 쓰러져 필름 한 번 끊은 다음에 아무 일도 없는 듯 털고 일어나면 되는 걸까.

꼽아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건 꽤 많은데, 그건 이유가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걱정할까봐 말 못하는 것도 있고, 너무 자질구레해서, 그것까지 말하면 옷을 홀랑 벗고 춤추는 것처럼 적나라하게 나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무도 이해 못할까봐(그건 두 가진데 1. 내 이야기가 병신 같아서, 라고 나를 얕잡아봐서 2. 상대방의 수준이 낮아서, 라고 상대방을 얕잡아봐서), 체면 구길 수 없어서, 상대방이 나보다 더 힘든 것 같아서 등등, 말할 수 없는 것 만큼이나 말할 수 없는 이유도 많다. 어딘가에 스폰지 같은 사람은 없나, 나는 또 그렇게 될 수 있나. 다른 사람들이 지켜주기를 바라는 비밀을 머금고 다니다가는 언젠가 너무 무거워 쓰러지게 되겠지만.

아,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아 그랬구나?” 라는 반응을 ‘바라고’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괜찮아”라는 답을 들을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괜찮을 것이라는 건 나도 안다. 어떤 대답을 바라고 말을 꺼내는 것도 잘못일 수 있을까. 그러면 안되는 걸까. 그냥 마음을 비우고 아무런 기대없이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by bluexmas | 2010/03/10 07:09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at 2010/03/10 07: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0/03/10 09: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3/10 13:32 

흠… 토닥토닥.

 Commented by 제이 at 2010/03/10 14:47 

으음. 꾹꾹 토닥토닥

 Commented at 2010/03/10 16: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0/03/10 23:29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