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뒤의 말
…늘 밖에 나가 말을 많이 하고 돌아오면 아무 것도 쓰지 못하게 될까봐 가급적이면 말을 많이 안하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오히려 말을 많이 하고 돌아온 날 무엇인가 더 쓰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말을 많이 해서 괴롭기 때문에 말을 해서 씻어내고 싶다고나 할까. 그게 누구든 만났던 사람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혼자 있는 시간이 찾아오면 나는 본능적으로 그날의 대화를 처음부터 복기하기 시작한다. 이건 본능적인 복기라서 내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는 게 지겹다고 숨을 참아 죽어볼까 생각해본 사람은 그게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 안다. 나의 경우 복기를 막는 건 그만큼이나 바보짓이다. 복기 과정에서 하지 말았어야할 말들은 본래의 맥락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벌처럼 주인을 쏜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무슨 단단한 껍데기라도 쓰고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쏘아대는 걸 참기 힘들때도 있다.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 by bluexmas | 2010/03/09 00:48 | — | 트랙백 | 덧글(17)
비공개 덧글입니다.
저처럼 글솜씨 말솜씨 모두 없는 사람은 늘 집에 오면서
오늘 내가 어떤 말 실수를 했나 되내이며 머리에 꿀밤을 꽝꽝 ㅠㅜ
상대방이 과연 나를 벌처럼 쏘는 창피한 나의 말들을 기억 할 수 있을까?
제가 남의 이야기를 좀 제대로 안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상대방의 기억에 남아 창피함을 선물 할 만한 상대방의 말은 기억이 잘 안나더라고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물론 몸으로 때우기는 하지만 ㅠㅠ
힘들죠 그것 휴
심지어 XX년 전에 한 실수까지도 계속 떠오르면, 자다가도 소스라치고 다들 신경 안쓸텐데 뭐 하고 억지로 달래고, 제가 꽤 소심한 주제에 또 말은 막 해서…☞☜
저도 남의 말 별로 기억 안하니 남도 그렇겠지, 하고 덮으려다가도 안되는 걸요( ..)
->이러면서 남이 자기 실수가 떠올라서 미치겠다고 그러면 남은 신경 안쓸테니 너도 신경쓰지 마~ 하고 쿨한척(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