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뒤의 말

…늘 밖에 나가 말을 많이 하고 돌아오면 아무 것도 쓰지 못하게 될까봐 가급적이면 말을 많이 안하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오히려 말을 많이 하고 돌아온 날 무엇인가 더 쓰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말을 많이 해서 괴롭기 때문에 말을 해서 씻어내고 싶다고나 할까. 그게 누구든 만났던 사람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혼자 있는 시간이 찾아오면 나는 본능적으로 그날의 대화를 처음부터 복기하기 시작한다. 이건 본능적인 복기라서 내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는 게 지겹다고 숨을 참아 죽어볼까 생각해본 사람은 그게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 안다. 나의 경우 복기를 막는 건 그만큼이나 바보짓이다. 복기 과정에서 하지 말았어야할 말들은 본래의 맥락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벌처럼 주인을 쏜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무슨 단단한 껍데기라도 쓰고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쏘아대는 걸 참기 힘들때도 있다.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by bluexmas | 2010/03/09 00:48 |  | 트랙백 | 덧글(17)

 Commented at 2010/03/09 00: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0 00:54

오늘 글 올린 것처럼 장소가 바뀌었는데 어떨까 모르시겠어요. 꼭 오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Amelie at 2010/03/09 01:00 

글도 잘 쓰시고 말씀도 (아마) 잘 하시는 bluexmas님이 이러시니,

저처럼 글솜씨 말솜씨 모두 없는 사람은 늘 집에 오면서

오늘 내가 어떤 말 실수를 했나 되내이며 머리에 꿀밤을 꽝꽝 ㅠㅜ

 Commented by 봄이와 at 2010/03/09 01:07

저도 머리에 꿀밤을 꽝꽝에 한 표 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0 00:54

아이고 무슨 말씀들을… 저는 가끔 좀 너무 까놓고 말하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거든요. 사춘기시절부터고칠 수가 없네요.

 Commented by Gony at 2010/03/09 01:14 

ㅎㅎ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저는 마음 편하더라고요.

상대방이 과연 나를 벌처럼 쏘는 창피한 나의 말들을 기억 할 수 있을까?

제가 남의 이야기를 좀 제대로 안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상대방의 기억에 남아 창피함을 선물 할 만한 상대방의 말은 기억이 잘 안나더라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0 00:56

역시 고니님은 종종 느끼는 건데 눈치가 없는 구석이 있으신 듯 합니다. 뭐 칭찬도 아니고 비난은 더더욱 아니고, 느낀대로 말씀드리자면 그렇다고나 할까요? 사실 그게 살기에 편하기는 하지요…

 Commented by RyuRing at 2010/03/09 01:28 

말을 주워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요. 그런 날이 꼭 있더라구요.. ‘그 말 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었는데!’ ‘이렇게 말했으면 더 좋았을껄’ 이라거나.. 더 보태고 싶었던 이야기, 덜 했으면 더 좋았을 이야기.. ㅠㅠ 언제나 너무 아쉽죠;ㅛ;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0 00:56

언제나 너무 아쉬운 그게 삶이라고 치부하지만, 그래도 아쉽기는 아쉽죠T_T

 Commented at 2010/03/09 04: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0 00:58

그런 기분은 느낀 적 없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이 블로그만 보고 생각하는 저의 이미지에 대해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좀 재미있기는 하지요. 제가 그렇게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딱히 아닌데 결국은 그렇게 보도록 만드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3/09 11:54 

저는 가이든데도 말 많이하는걸 싫어해서 큰일입니다…

물론 몸으로 때우기는 하지만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0 00:58

그럼 춤을 추셔야…-_-;;;

 Commented by december at 2010/03/09 14:52 

정말 저도 싫어하는 제 습관 중 하나인데

힘들죠 그것 휴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0 00:58

적당한 선에서 넘겨야지요 뭐-_-;;; 그나저나 고국은 등지고 사는 겁니까 요즘.

 Commented by JuNe at 2010/03/09 15:43 

꿀밤꽝꽝에 한표 추가합니다( ..)

심지어 XX년 전에 한 실수까지도 계속 떠오르면, 자다가도 소스라치고 다들 신경 안쓸텐데 뭐 하고 억지로 달래고, 제가 꽤 소심한 주제에 또 말은 막 해서…☞☜

저도 남의 말 별로 기억 안하니 남도 그렇겠지, 하고 덮으려다가도 안되는 걸요( ..)

->이러면서 남이 자기 실수가 떠올라서 미치겠다고 그러면 남은 신경 안쓸테니 너도 신경쓰지 마~ 하고 쿨한척( ”)a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10 00:59

아이고 그렇게 신경쓰시면서 살면 저처럼 되니까 그러지 마세요. 사는 게 뭐 다 거기에서 거기인데…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