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 벌써 3월이 왔는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2. 짧더라도 여행을 갔다 온 뒤 괴로운 이유는, 가끔 적응기간 없이 바로 그 전의 일상에 몸을 흠뻑 담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자마자 정신이 하나도 없구나.
3. 다시 달리기를 재개했다. 아직도 일본에서의 삽질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두 무릎이 불평을 늘여놓으려 했으나 나는 닥쳐! 그러려면 다른 주인 알아봐! 라고 윽박질러 놓고는 일단 10킬로미터를 뛰었다. 지들이 딴 주인 찾아가겠어.
4. 사실 여행 가기 전에 절식도 웬만큼 궤도에 올려놓고 달리기도 꾸준하게 하고 있어서 살이 좀 빠지고 있었는데 여행을 가느라…T_T 낮에 쫄쫄 굶다가 밤에 치즈 한 덩어리를 프로슈토 한 봉지에 싸서 술 한 병이랑 먹었으니 어쩌면 좋을까T_T
5. 오늘은 말을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았는데 해야되는 말들이 거의 대부분 대답이었다.
6. 2권이 곧 나온다.
7. 그러나 1권이 생각보다 “잘 안 움직인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8. 아까는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세 방송국에서 모두 동계 올림픽 국민대축제라는 걸 하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에서는 이승기와 강호동의 1박2일인가가 나오더라. 우리는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그딴 프로그램에서 옷 잘 차려입고 말도 따박따박 방송체로 하는 그 진행자들과 그런 걸 해본 적이 별로 없는, 대부분 어눌한 운동선수들의 대화가 오가는 것을 참고 듣지 못한다. 그냥 그 두 가지가 번갈아 가며 나오면서 엇갈리는 것을 참고 들을 수가 없다. 아니 근데, 정말 그런 프로그램은 대체 왜 하는 걸까 왜.
9. 나는 여행가는 동안 파스타가 끝날 줄 알고 있었는데, 아직 멀었나보네? 그 개막장을 대체 언제까지 보라는 거냐고. 오늘 공효진이 텔레비전 부숴버릴 때까지 관자 굽는 걸 봤는데, 원래 관자 손질할때 옆에 붙은 근육을 떼어내야 되는데 그게 그냥 붙어 있었다. 적어도 본접시에 담기 전에 작은 접시에 담아 놓은 것은 그랬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그 관자 요리의 너저분한 장식들은 대체 뭐냐.
10. 정확하게 그 팬들이 식당에서 쓰는 것들인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달리붙지 않는 코팅이 된 것이던데 그걸 소금으로 문질러 닦아도 되나? 무쇠팬 말고는 소금으로 문질러 닦을 필요가 없지 않나?(아니라면 누군가 지적을)
11. 누군가 7080쇼 같은 것들이 세대분열을 조장한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걸까? 우리가 즐길 문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문화가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찾을 시간이 없어서, 그것도 아니면…?
12. 가끔 스스로를 돌아보면 중간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무슨 얘기냐 하면, 솔직히 나는 그냥 이름도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은 블로거로 살고 싶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익명의 존재가 권위를 가지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권위라는 것은 누군가를 지배할 수 있는 권력 따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권위가 없다면 어디에서도 밥을 벌어먹을 수가 없다. 그런 권위를 의미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생활의 달인만 봐도 한 가지 일에 기계적으로라도 달인이 된 사람들이 나온다. 그 기술이 그런 사람들의 권위이다. 나에게도 그런 권위가 필요하다. 나는 과소평가 되는데 질려버렸다. 더 이상 과소평가 받으면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13. 그래서 하는 얘긴데, 나는 일단 판을 벌려 놓으면 그 판이 커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 떠들석한 것도, 번잡한 것도 싫지만 일단 한 번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낯설고 어색하고 조용해서 재미없는 것보다 진짜 떠들석하고 번잡하지만 즐거운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니까. 아, 내 기대가 너무 큰가. 이러다가 수요일쯤에 아, 나도 진짜 이거 도저히 못하겠어, 라고 모든 걸 다 없었던 걸로 되돌리게 되는 건 아닐까.
14. 아니 뭐, 그냥 나에게도 갈등은 늘 존재한다고나 할까…
14-1. 아마 어떤 사람들은 나를 (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게 마음에 걸려서?
14-2. ( )=?
15. 오늘 올린 여행기의 삽질은 정말 그냥 서곡에 불과하다. 엄청난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16. 아 덧글 달아야 되는데… 오자마자 또 일에 치어서T_T
17. 3월만 되면 억지로 봄 옷을 입고는 봄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다닌다. 내일도 그럴까.
18. 이제 좀 때가 늦기는 했지요.
19. 나도 피에르 에르메 마카롱 먹으러 가야 되나. 솔직히 내가 일본에서 먹고 온 밀푀유가 더 맛있었을 것 같은데(베이킹 선생님 조언 좀 남겨주세요)…
20. 나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은 이 블로그에 안 왔으면 좋겠다. 물론 누가 오는지 내가 어찌 알겠냐만… 아, 여기에서 “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 함은 블로그 밖에서 매일 만날 수 있는 사람?
21. 아직도 트위터 계정을 드러낼 마음은 먹지 못하고 있다. 개인 대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기분이 든다.
22. 아니 정말 벌써 3월이 왔는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은걸까. 정말 내가 3월에 행복하기는 했었나, 그게 4월이었던가.
# by bluexmas | 2010/03/08 00:51 | Life | 트랙백 | 덧글(30)
비공개 덧글입니다.
보시고 얼마든지 잘못된점 지적해주세요. 듣기 껄끄러울 수 있지만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비공개님 같은 분들 뵙고 싶어서 여는 건데 안 오신다고 해서 얼마나 섭섭한지요- 그러나 책 또 쓰고 이런 모임도 또 할테니 그때는 꼭 오세요^^
코팅팬도 소금으로 문질러 닦으라는 말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기는 한데, 그게 확실한지는 모르겠네요. 그 말을 해준 사람은 늘 코팅팬만 쓰기는 했는데.. 세제와 수세미로 닦는것보다 더 길이 잘든다나 하면서 권해주더라고요. 정석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그 장면에 나온 팬, 제가 알기로 정말 싸구려 코팅이런데… 정말 그런 걸 식당에서 쓰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식당에서 논스틱 팬을 많이 쓰나? 그것도 좀…
꼭 한번 가보세요. 다른 것 보다 마카롱과 이스파한은 꼭 먹어보시길.
이스파한은 ISPAHAN이라고(이스빤) 아마도 아랍의 어디엔가의 장미술이 유명한 지역이름에서 따온거라 들었는데(틀렸을수도..) 장미주 및 에셋스+리치퓨레+리치과육+산딸기퓨레+산딸기가 조합이 되는 케익이에요. 이스파한 비쉬도 있고, 이스파한 마카롱도 있고.
파리에서 이스파한 마카롱사서 가게 옆 공원에 혼자 앉아 눈물을 흘리며 먹고 있는데 옆에 프랑스인 모녀가 오더니 너도 맛있니??하고 물어서.맛잇어요.ㅠㅠ하면서 같이 울었어요.ㅋㅋ
도쿄에 아오야마 점에 가서 먹었을때도 너무 맛있어서 같이 갔던 일행과 함께 울었다는…..ㅎ
근데 이번에 신라호텔 부티끄에는 그 마카롱 버전은 없고 아마도 컵에 들어간 무스형태가 있는 듯해요. 그것도 맛있다고 하네요.
마카롱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크크(저 피에르 에르메 빠순이에요. 책도 판데요.아마존보다 싸면 사올래요.ㅋ)
아무튼…. 애프터눈티셋트로 먹으면 완전 초가삼간 날릴 가격이구(4만원초과)
좋아하는 것만 쏙쏙 사서 먹어봐야겠어요.
근데 한국도 본점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을까요? 도쿄에 있는 쉐프가 와있다던데.
흐흐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저도 모임 하지 말고 피에르 에르메님이나 영접하러 가야되는걸까요…
전 공효진을 좋아해서…공효진이 삽질해도 허허거리면서 보는데
텔레비전 부숴버리고 싶으셨다니…그 드라마가 정말 막장이군요.허허
요리자문에 누가 계시긴 할건데
역시 목숨걸고 싶은 건 화려한 화면 구성 뿐이니까요.
사실…공효진과 이선균이 그냥 제갈길 가는 결말이라면 조금 더 지켜볼만은 해요.
그냥 소리지르는 것도 싫고 공효진 징징거리는 것도 싫습니다. 각자 제갈길 가는 결말이면 괜찮겠네요. 솔직히 이선균이 왜 공효진을 좋아하는지 저는 이해도 가지 않습니다.
13. 이번주에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있다더라구요.. 겨울이 봄인척 하는 듯.
19. 가고 싶은데 야근이 뭔지 -_-..
+a. 여행은 즐거우셨나요 ~? 피곤 및 삽질은 차치하더라도 ;?
야근 늦게 끝나세요? 그 장소에서 늦지 않게 끝내고 원하시는 분들과 2차 갈까 계획중인데, 그때라도 오시면 좋겠어요. 어떠신지 좀 알려주세요~
물론 여행은 다 즐겁죠. 삽질해서 더 즐거운거죠^^ 하룻밤에 케이크 일곱쪽씩 먹어서 더 즐거웠구요.
야근은… 보통 열한시에 끝납니다 ㅜ_ㅜ
강남 부근이라면 하루쯤 배째고 9시~10시 도착이 가능할지도요.
혹은 왕십리라던가 (…)
마카롱은 비추야요. 파리랑 일본에선 엄청 맛있었다는데..저는 그저 그랬어라. 아스파한크림이랑 초코렛종류는 추천해드릴수 있사와요. 뷔페가 좋았는데 딱 하루만 했나봐요. ㅠㅠ 밀페유크림도 괜찮았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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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그 쇼는 넌센스죠. 무슨 거대한 농담같아요. 요즘 많이 바쁘세요? 잘 지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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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고 계신다니 제가 감사드립니다^^
저는 신라호텔 갔다왔지요 😀 지금 먹으면서 댓글 다는중….
블루마스님은 왠지 한개씩 싹쓸이 해오실것 같아요. 끝장을 보는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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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푀유는 바닐라가 떨어져서 프랄리네로 먹었는데 감동의 맛은 아니었고…(요건 파리에서도 마찬가지) 마카롱은 파리 본점 것보다 마른 느낌이었어요. 감동의 촉촉함이 엄써서 슬펐어요.ㅠ게다가 가격도 3개셋트가 11000원+부가세.된장……..
그러나 이스파한은 역시나 맛있었어요!
그 외에 몽블랑도 괜찮았고(그러나 몽블랑은 앙젤리나가 더 잘하는 듯.파리랑 도쿄에 있어요.)
테이크 아웃해서 근처 약수역 엔젤리너스 구석에서 아구아구 먹었답니다.ㅋ
근데 피에르 에르메외에 그 부티크에서 파는 요거트발효종?으로 만든 빵이 있는데 그게 진짜 촉촉하고 쫄깃하고 맛났어요…
에르메 아저씨는 9/10일에 온다는군요. 와서 뭘하시는건지는 몰겠고~~
공효직이 실제로 보면 주방에선 예뻐 보이니 그렇겠죠?
거의 촬영을 생방으로 내보내는 종방이라던데
생생한 맛으로 봐야죠.ㅋ
날은 풀렸는데 내마음은 아직도 진눈깨비 내린 다음날 아스팔트 바닥… 읭?
8. 대체 그 축제는 왜 하는 것이었을까요?
운동선수들은 둘째치고 성적이 좋아야 하는건지, 아니면 김연아가 있어서 하는건지… 방송 기획이라는건 오묘해서 제가 이해하기는 힘든듯 하네요. 3S정책의 일환이다! 라고 하면 좀 비약이려나..
20.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번 리퍼러를 보면 틀림없이 저를 아는 사람이 내 블로그를 훑고 간 것 같아서 영 찜찜하지요. 답글이라도 달아주면 좀 나으려나 했는데… 좀 더 생각해보니 차라리 리퍼러를 보지 않는게 상책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