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
경기도 오산시민이 지하철로 편하게 갈 수 없는 대치동까지 꾸역꾸역가서 파스타를 먹은 이유는, 고등어 파스타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어떠한 이유에서였는지 꿩 대신 닭, 고등어 대신 삼치 파스타를 먹게 되었지만 아, 이런 것이 등푸른 생선을 써서 만드는 파스타구나 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생선도 잘 구워졌고, 파스타 자체도 맛있어서 그 둘을 합쳐놓으니 결국 맛있는 파스타였지만, 솔직히 생선의 맛이 파스타에 스며들었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등푸른 생선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든 면에 스며드는 소스를 만든다면 생선을 으깨거나 보다 더 작은 조각으로 잘라야 하고, 그럴 경우 생선이 아무리 싱싱하다고 해도 등푸른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너무 강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연어로는 무스를 만들 수 있어도, 만약 고등어 무스를 만든다면 과연 먹을만 할까? 투철한 실험정신을 가지고 한 번 만들어봐야 되는데, 솔직히 나도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자신이 없다. 그리고 비린내가 아니더라도 등푸른 생선의 기름기를 생각한다면, 기본적으로는 올리브 기름을 바탕으로 한 파스타에 기름기 많은 생선을 으깨서 더했을 때 생선 특유의 맛이 파스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꼬막이라면 사정없이 으깨주겠지만 고등어는 좀…
그래서 일단 고등어는 그냥 따로 익혀서 마지막에 으깨지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더해주기로 하고, 대신 파스타에 고등어의 느끼함이나 비린내를 잡아줄 맛을 더해보기로 했다. 일단 삼치파스타에 실파가 들어있던 것이 생각나서 파의 단맛을 더하고, 깻잎의 쌉쌀한 맛을 고등어의 느끼함과 짝맞춰보기로 했다. 거기에 마늘은 기본이었다.
이러한 야채들을 집에서 약한 불로 오래 익혀봐야 먹기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먼저 그 야채의 향이 든 기름을 만들었다. 팬에 올리브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깻잎과 파, 그리고 마늘을 넣고 숨이 투명해질 때까지 볶은 뒤, 야채를 다 꺼내 버렸다. 거기에 알리오 올리오처럼 얇게 저민 마늘을 볶아 기본 소스를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고등어를 브로일러에 구웠다. 어디에서 듣기로 다 자라지 않은 고등어를 잡아 수가 줄어 고등어가 서민의 생선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비싸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 파스타를 위해 산 고등어는 작았다. 생고등어라고해서 사기는 했지만, 살이 너무 부드럽고 고등어 특유의 풍미가 너무 약해서 이 정도라면 사실 고등어 파스타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좀 들기는 했다.
면을 삶아 건져 맛이 배어든 올리브 기름에 넣고, 다진 파슬리를 넣어 살짝 버무려준다. 거기에 고등어를 넣고, 역시 살이 으깨지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살짝 버무려 준 다음, 접시에 담고 얇게 채친 깻잎을 조금 얹고, 그 향이 전반적으로 무거운 맛에 가벼움을 더해줄까 싶어 레몬제스트를 듬뿍, 그리고 생강을 아주 조금 갈아 골고루 뿌려주었다(생강은 향을 위한 것이라서 너무 많이 쓰면 안된다). 이렇게 해서 조금 복잡한 고등어 파스타가 세상에 태어났다. 물론 식도락적인 정통성 따위를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서유경이 최현욱 ‘슈ㅔㅂ(그건 정말 ‘솊’ 도 ‘솁’도 아닌 ‘슈엡’에 가까운 발음 아닌가? 듣기 싫어 죽겠다 정말-_-;;; 그리고 왜 부주방장은 어느 날엔 ‘부주’였다가 또 어느 날에는 ‘수 슈ㅔㅂ’인거나고 대체 왜…)’의 인삼파스타 따위를 샐러리악을 우유에 조리다가 얻은 영감 따위로 눈깜짝할 사이에 완성했다고 해서 아무나 무슨 레시피 따위를 완성했다고 우기는 것인 식도락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음식 안 만들거면 차라리 화끈하게 좀 사랑을 해달라.
# by bluexmas | 2010/02/25 09:09 | Taste | 트랙백 | 덧글(18)
마지막 두 줄에 공감합니다. ^^
참고로 그 레시피는 바질 등의 허브와 으깬 마늘을 섞은 올리브유에 고등어를 하루 이상 마리네이드 한 후, 고등어는 소테하고 거기에 파스타를 볶아 주는 거였습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진짜 멋진 파스타네요. 블루마스님은 굉장한 미식가이실거 같다는 생각이 ^^/
호평을 내리셔서 그런지 이탤리언 안좋아하는 저라도 한번쯤 가보고 싶어지더군요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인거 같습니다[..]
카메라 앞에선 작은 것은 놔준다고 하지만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며 봐요-_-;
면은 쇼트 파스타 쪽이 어울린다는 느낌이었고, 고등어는 자반이 낫더군요. 오일도 미강유를 썼으니 먹어보진 않았지만 그란그스또와는 많이 다를 듯해요. 면만 파스타지 중국풍 볶음국수에 가까운 듯합니다.
수슈ㅔㅂ에서 배꼽을 잡았습니다. 저는 파스타를 안보는데요, 며칠전에 한편을 본적이 있는데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수슈ㅔㅂ이 어찌나 거슬리던지요.
서유경의 수슈ㅔㅂ도, 사장의 수ㅖㅎ프도 다 거슬렸어요.
제가 봤던 편이 유난히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파스타라는 음식에 대해 흥미롭게 다룬 느낌도 아니었구요. “파스타 요리사들의 일과 사랑”이 아니라 “연애질하는 사람들의 직업이 파스타 요리사”일뿐인 느낌이었달까요 으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