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들어 먹은 자작 붕어빵

길거리에서 사먹는 붕어빵에 별로 미련은 없는 사람인데 집에서는 꼭 한 번 해서 먹어보고 싶어서 겨울 내내 별렀으나 팬 값 만 오천원을 쓰기가 뭐해서T_T 겨울이 거의 다 갈 때까지 미루다가 이제서야 구워봤다. 

팥소야 뭐 별 게 없다고 생각해서 팥을 사다가 며칠 냉장고에서 불렸다가 은근한 불에서 적당히 조려 설탕을 섞어 준비해두고, 반죽을 어떻게 만들까 싶어 인터넷을 뒤져 보았으나 애초에 믿지도 않는데 볼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우리 통밀 팬케이크 가루에 우유를 적당한 비율(2:1?)로 섞어 컵으로 부을 수 있는 정도로 준비했다. 계란은 넣지 않았다.

솔직히 어떻게 만드는 줄 몰라서 연못 밑바닥에서 다른 붕어들 삥 뜯고 살 것 같은 까만 붕어도 좀 만들었는데, 20개 정도 만들고 나니까 대강 요령을 알게 되었다. 가스레인지에 팬을 올리고 반죽을 붓고, 팥소를 얹은 뒤 다시 반죽을 붓고 팬을 덮은 다음 바로 뒤집어 반대쪽 면을 먼저 익히고, 팬에 붓는 동안 어느 정도 익은 면을 그 다음에 조금 더 익히면 되는 것이다. 중간보다 조금 약한 불에서 한 면에 2분 정도면 충분하고, 팬이 달궈지면 시간이 조금 덜 걸리게 되므로 많이 구울수록 시간을 줄여주는 게 좋다.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전부 한 서른 개 정도 구운 것 같다.

팥을 다 쓰고 반죽을 더 만들어 초콜렛칩이 든 붕어빵을 만들었다. 결국 계란 안 든 팬케이크인 셈인데 이것도 나름 먹을만 했다. 어쨌든 다 구워도 마음에 드는 건 별로 없어서 업종전환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하는 일이나 더 잘 해야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