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주선했던 이야기

나 자신이 했던 소개팅들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는데, 분수도 모르고 소개팅을 주선했던 적이 있었다. 딱 한 번, 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 나에게는 키가 딱 160인 고등학교 동창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신촌에 있던 학교에 갔다고 과외해서 떼돈버는 이야기나 기차놀이하는 이야기만 만날때마다 줄곧 해대서 곧 안 보게 되었고, 또 다른 하나, 소개팅을 시켜줬던 녀석은 전공도 같고 해서 약 5년 전에 술먹고 내 얼굴에 먹던 오이를 집어 던질때까지 그럭저럭 어울리며 지냈었다. 어쨌든 정원 80명에 여학생이 여섯인 과에 나는 적을 두고 있었는데, 그때 160이었던 여자애 하나와 이 친구를 어떻게 한 번 엮어보려고, 소개팅을 시켜주겠노라고 했다. 친구는 홍대에 다녀서 내가 여자애를 데리고 홍대까지 가서 둘을 만나게 해줬는데, 한 번 만나고 여자애는 ‘친구로서는 괜찮네’라는 말만 남겼고 그 뒤로는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딱히 내 친구라서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디 빠질 구석은 없지 않나, 라고 그 당시에는 생각했기 때문에 여자애의 반응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딱히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친구라는 녀석 역시 그 뒤로 그 소개팅을 입에 담지 않아서, 두 사람이 만나서 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졌었는지는 아직도 알 길이 없다. 따지고 보면 소개팅이라는 것이 다 그렇고 그렇기는 하다. 수미쌍관식으로 말하자면 나 자신이 했던 소개팅들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나는 160이 채 안 되는 아버지에게 태어난 자식이라서 그런지 그때만 해도 여자들이 남자들의 키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할 것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 이제서야 나도 그렇게 큰 키-나는 175-는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정말 이유였을까.

 by bluexmas | 2010/02/17 00:46 | Life | 트랙백 | 덧글(29)

 Commented by Amelie at 2010/02/17 01:02 

작은키가 아니셨군요!

소개팅은 대부분 연애를 전제로 만나니까요. (제 주변만 그럴지도?)

조금만 마음에 안들어도 연락을 안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유 중 키의 비중이 꽤 크지 않았을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29

뭐 저는 그냥 보통키지요.

지금 돌아보면 아무래도 키 때문에 그랬겠죠? 그 밖에 다른 부분도 마음에 안 들었겠지만…

 Commented by JuNe at 2010/02/17 01:06 

저나 주변에서 키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못봤는데 아무래도 처음에 보이는 인상이 크니까 소개팅은 키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냥 안맞았던거라고 생각하는게 속편할지도요..싶다가, 술드시다 얼굴에 먹던 오이를 집어던지는 분이라면 왠지 성사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고보니 전 소개팅인지 어영부영 했던 것 같기는 하고 얼결에 주선한 적도 한번은 있나 싶은데 양쪽 다 왠지 떠오르기는 하는데 뭔가가 눌러 막네요. 으음 이런 것이 흑역사인것일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0

아, 그냥 친구가 힘들어서 그랬다고 다음날 기억도 못한다고 전화해서 사과는 했는데 저도 그 친구한테 10년에 걸쳐 쌓인게 있어서 그 뒤로 연락 안 했습니다.

 Commented by 당고 at 2010/02/17 01:12 

175가 어디가 어때서요!

저는 158입니다-ㅅ-; 으하-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0

아뇨 저는 제 키에 불만은 없어요-_-;;;;

 Commented by iris at 2010/02/17 01:27 

저는 173 인데 여자치곤 좀 큰 편이라서 항상 같은 여자애들이 키가 몇이냐고 물어보면 173이라고 있는 그래도 말하고 남자들이 키가 크신데 키가 몇이신가요? 라고 물어보면 169라고 속여요;

전 일단 저보다 크기만 하면 되는 데 소개팅 시켜주겠다는 친구들이 상대방에게 제 키를 이야기하면 너무 커서 싫다고 딱 잘라 대답하더라구요 흑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0

앗 정말 크시군요. 커서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슬프겠어요ㅠㅠㅠ

 Commented by 레일린 at 2010/02/17 03:23 

아 제가 조교시절에 ㄱ- 진짜 괜찮은 아는 동생과 울 과 학생을 엮어준 적이 있었거든요. 남자애가 정말 괜찮은데 키가 좀 작았어요. 168이었나…. 하지만 여자애도 아담한 편이었고 귀여워서 둘이 잘 어울릴 줄 알고 소개팅해줬는데ㅠㅠ

다음날 여자애가 학교 와서 조교실에 들어와서 수다를 좀 떨더니 저보고 ‘언니 어쩜 그런 땅딸보를 소개시켜주실 수가 있어요.’란 말을 아주 무난하게 돌려 하더라구요.

..하하…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1

그래도 아주 무난하게 돌려서 말했다면 예의는 있는 후배였네요ㅠㅠㅠ 그럼 다행이죠 뭐ㅠㅠㅠ

 Commented by momo at 2010/02/17 03:54 

키가 문제가 아니고 분위기임… 이목저목 다 괜찮은데,, 깨는 미남이 있는가 하면,,, 그냥저냥… 그런데,, 괜찮은 훈남이 있죠… … 주변이들은 타이밍이 젤 중요하다는데,,, 음.. 그런것도 같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1

키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그게 영향을 많이 미치겠지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2/17 03:58 

그냥 키 얘기를 해보자면.. 제 입장에서는 그냥 유유상종.. 그래도 비슷한 키의 커플이 ‘비주얼적으로는’ 어울리긴 한다는 견해랍니다. 너무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도 좀 안 맞아보이고.. 비슷한 눈높이가 좋아보여요. 한창 위너 루저 공방 때 전 입닥치고 있었지만… 키보다 중요한게 사랑의 힘이겠지만 그래도 서로 어울리는 비주얼이 좋지 않나요.

전 이상형의 키는 170 이상이랍니다. 그냥 키만 따지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2

으아 고선생님 키가 크신가봐요. 제가 고선생님 나이를 모르는데 고선생님 세대라면 키 큰 여자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02/17 08:56 

자 키 185 이면서 키큰 여자를 좋아하는 제가 왔습니다….ㅠㅠ;;;

왜 쏠로일까요??

물론 키큰 여자를 좋아합니다..ㅠㅠ;;;

사귄 아가씨들의 평균키가 168 이라능…ㅠㅠ;;

170대 정도야 힐까지 카바해드릴 수 있는데 말이죠..ㅠㅠ;;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10/02/17 11:08

아니 정말 닥슈님은 왜 애인님이 없는것일까요?

키도 크시고 아주 머스큘린하신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2

그러게요 닥슈님은 왜 솔로인건가요ㅠㅠㅠ 제가 다 닥슈님 생각을 하면 눈물이ㅠㅠㅠ 건실한 삼성맨이신데ㅠㅠㅠ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2/17 09:48 

글을 참으로 잘 읽었습니다.^^

술 먹고 오이를 집어던진 분과는 아직 친하게 지내시나요?하하하

이건 별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지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3

아뇨 저도 좀 그런게 있어서 그 뒤로는 연락을 안 합니다…

 Commented by Raye at 2010/02/17 11:55 

소개팅은 내가 봐도 괜찮은 애들을 해줘야 성사율이 높은거 같아요. 내가 나이만 어렸어도 대쉬했을거 같은, 괜찮은 친한 남자애를 나보다 어린 내 친구한테 소개시켜 줬는데 잘 되더라구요.이 남자애는, 키가 작지도 않은데 2-3cm 깔창 신고 다니는 애거든요. 그 정도 노력은 있어야 한다고 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3

으음 깔창이 무서운데요? 저는 깔창 같은 걸 불편해서 잘 못 신어요. 생각도 안 해봤는데…-_-;;;

 Commented by basic at 2010/02/17 14:03 

175 면 큰 키잖아요? (아닌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3

저는 뭐 아무런 불만이 없어요. 더구나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 정도면 뭐…ㅠㅠㅠ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2/17 21:25 

키 자체가 호, 또는 불호의 순수한 이유가 되는 경우를 주위에서 좀 봤는데 정말 키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긴 하더라고요 ^^; 키가 뭐라고..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4

있기야 있지요. 오죽하면 루저녀 파동이 났을라구요ㅠㅠㅠ

 Commented by 캣빠와 at 2010/02/18 04:56 

본문만 봐서는 키가 문제였던 것 같지만…키를 커버해 줄 만한 매력도 부족했던 것도 같아요. 저보다 작은 남성과 사귄 경험이 있는 제 입장에선 키는 그닥 문제가 아닌데 키에 집착하는 마인드가 좀 갑갑해요. 매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큰 키 하나로 자부심갖는 녀석의 근자감을 잘근잘근 밟아주고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작은 키는 무조건 약점이고 큰 키는 무조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참…뭐 저도 소개팅일 경우엔 어쨌든 나보다는 큰 상대가 좋다는 조건을 붙이긴 하지만, 나름 조건만남이니까 경우의 수를 줄여보는 거랄까 (고만고만한 상대를 만날 땐 플랫밖에 신을 수 없었지만…187과 만났을 땐 힐을 맘껏 신을 수 있던 게 좋았거든요. 플랫만 신기엔 지겨워요 XD)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5

맞아요. 아마도 그랬던듯…? 물론 내가 뭐 내 친구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겠냐만…

정말 여자들은 하이힐 신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니까. 뭐 여자가 좀 더 커보이면 어때요. 난 늘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2/18 13:36 

아무래도 소개팅은 첫 인상이 너무 크게 작용하다보니 키가 문제가 되나 보네요 ㅠ_ㅠ 키가 대체 뭐라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9 02:35

그러게요 대체 그게 뭐라구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