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죄
그래, 오늘 드디어 인정할 수 있었다. 나는 죄를 저지르고 있다. 배가 나온 것은 죄악이고 나는 배가 나왔으니 죄를 저지르고 있다.
요즘 이렇게 옷을 입어야 하겠다(이걸 한마디로 줄여서 ‘스타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멋있는 사람들이나 쓰는 말이고 나는…)라는 생각이 좀 들어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백화점에 잠깐잠깐씩 들러서 요즘 유행하는 옷들을 보는데, 정말 입고 싶은 옷이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 폴로나 빈폴 같은 건 입을 수 없는 게 너무 비슷하고 너무 바뀌지 않는 틀 안에서 받아들일 수 없이 바뀌며 로고가 크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저씨들 남성복 브랜드로 손을 뻗칠 수 없는 이유는, 나는 아저씨지만 아저씨처럼 옷을 입고 싶지는 않으며 또한 아저씨들의 옷 역시 별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기본적으로 울로 된 바지를 입지 못하며 굳이 입어야될 필요가 없는 상황속에서 살고 있다).
어쨌든 그래서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되는 몇몇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았으나 아니나 다를까, 요즘의 옷은 어떤 남자들을 위해서 만들었는지 너무 길고 좁아서, 나처럼 배만 나온 아저씨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아니 괜찮으신데요”라는 의례적인 말을 하는(물론 그들이 단지 옷을 팔기 위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친절한 것이다) 점원들 앞에서 거울을 보기 민망한 순간들을 몇몇 거치고나서 나는, 이 죄악과도 같은 배를 줄여야 되겠다고 또 한 번 독하게 마음을 먹게 되었다. 이게 벌써 몇 번째냐, 내가 배를 줄여야 되겠다고 마음 먹은 게… 아아 사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구나, 내 몸의 일부분인 나의 배를 사랑은 못할 망정 죄처럼 취급하고 있으니.
# by bluexmas | 2010/02/11 00:01 | Life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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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을지 ㅎㅎ
엄마에게 선물했다 퇴짜 먹은 타이트한 원피스를 제가 입어봤는데 배 부분이 난감하네요…무기징역입니다ㅜㅜ
옷에 사람을 맞추어야 하다니 슬퍼요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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