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처럼 안 보고는 못 살 사람들이 아니면 화해하지 않는다. 화해를 해도 싸우게 만든 상황이나 감정, 아니면 화해 다음의 어색함을 잘 가셔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웬만하면 사람들과 싸우지 않는 쪽을 택한다. 싸우고 화해하느니 다시 안 보는 쪽을 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고 시간이 좀 많이 지난 다음에는 그 감정이 바래고 사그라들어서 뭐 이쯤 되면 화해하고 다시 잘 지내볼까, 라는 식으로 생각하게도 되더라.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그런 경우는 대부분 쓸데도 근거도 없이 내가 피해자였다고만 스스로 우기는 상황이라서 별로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든 인연이 이어질 사람보다 끊어질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는데,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기 싫거나 그 반대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져서 그냥 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마음도 풀고 화해도 하는 게 꼭 잘 사는 비결은 아닌 것 같다. 의외로 접접을 하나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이 만나게 된다. 처음 몇 마디의 대화나, 몇 번의 만남에 ‘이 사람 나랑 잘 통하겠네’라는 설레임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다 보면 어느새 뒷통수를 찍히게 된다. 사실은 모두가 나름대로 외로운데 자기만 그런 줄 알면 서두르게 되고, 그러면 꼭 후회할 일을 만들게 된다.

 by bluexmas | 2010/02/09 00:42 | Life | 트랙백 | 덧글(22)

 Commented by 당고 at 2010/02/09 00:57 

예전엔 막 싸우고 절교도 서슴없이 했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 서서히 멀어지는 걸 선택하게 돼요. 시끄럽게 굴고 싶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헤어지면서 내가 왜 너를 이토록 싫어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주고픈 사람들도 가끔은 있어요. 하지만 어른스럽지 못한 짓이니 참아야죠.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보고 어느 순간 ‘왜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을까. 닮은 구석이 전혀 없는데’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좀 슬퍼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1:04

저도 그런 걸로 고민을 좀 했던 시기가 있어요. 예를 들어 고등학교 친구가 대학때까지는 친했는데 군대 갔다오고 그 이후로 점점 사이가 나빠져서 결국 멀어진다거나… 뭐 이런 경우에는 계속해서 삶이 갈리기 때문에 그러더라구요. 비슷했던 삶에 점점 비슷한 부분이 사라진다고나 할까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2/09 01:08 

저같은 경우는 애초에 쉽게쉽게 인연을 만들지 않는쪽에 속하죠. 자주 보면서 의무적으로 인사하고 한다고 다 동료이자 친구는 아닌거니까.. 그게 독일 와서 더 심해졌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9:44

웃기는게 자주 보면서 의무적으로 인사하면 친한 사인줄 알고 막 대하는 경우가 있죠.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2/09 01:13 

코드가 맞는 줄로만 알았는데 틀어지는건 정말 딱 하나의 계기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사이가 안 좋아지고 불편해져서 화해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꼭 제가 잘못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억울했어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9:44

먼저 입 열면 지는거던데요^^;;; 침묵이 왕입니다.

 Commented by yeah at 2010/02/09 02:40 

가족도 한번 크게 틀어지면 화해가 잘 안될 때가 있는데 덜 무겁거나 덜 중요한 인연이라면 그러기 더욱 쉽겠지요. 혈액형으로 성격을 분류하는걸 믿지 않는다 말하면서도 은근 잘 맞아떨어져 내심 맹신하고 있는 1인으로서, 혹시 B형이신가요? 이렇게 묻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9:45

앗 죄송해요… B형이라는 얘기는 정말 처음 들어보는 거에요.B형 남자면 왠지 멋질 것 같은데 저는 아니네요-_-;;;;

 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2/09 08:15 

싸우기도 쉽지 않지만 화해하기도 쉽지 않은 듯해요;; 애당초 성격이 누구랑 싸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한번 틀어지면 다시 예전같은 호감이 생기지가 않아서요 ㅠ_ㅠ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한번 눈밖에 나면 계속 곱게 보지 않는 제 마음이 문제인 듯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9:45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또 눈 밖에 나면 그 다음부터는 좋게 안 봐요. 저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delicious feelings at 2010/02/09 10:20 

맨 마지막 문장에 완죤 동감해요…

누가 보채지도않지만, 스스로가 급급해서 서두르게되면..결국 후회할행동을 하게되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2 04:12

뭐 웬만하면 비슷비슷한 상황에 있으니 누군가 보챈다고 해결이 잘 안 되더라구요.

 Commented by 마리 at 2010/02/09 10:32 

어휴. 딱 제 마음을 표현한 글이네요. 반갑네요 왠지…

정말 친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저 혼자 이래저래 그 친구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많아져서는 연락을 잘 안하고 있고 앞으로 볼 생각이 없어요. 그런데 그 친구도 저한테 연락이 없다는 거예요.

아주아주 가끔 전화가 오긴 하는데 정말 아무일 없다는 듯이 연락을 해와서 나혼자 그러는것이군.하고 확 느끼게 해주는 밝은 목소리죠..ㅋㅋ

이런 경험이 예전에도 한번 있어서 한 4년 정도가 지난 후에 그 친구하고는 그때 왜그랬니??하고 말문을 트고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정말 친했던 친구와 이런 일이 또 생기니 마음이 무겁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2 04:12

그런데 어떤 사람은 또 둔감해서 상대방이 어떤지 잘 모르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그런 사람들하고는 잘 안 맞아요.

 Commented by nabiko at 2010/02/09 12:38 

인간관계에대한 고민은 저만 하는게 아니었군요.다들 비슷비슷.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는게 인간관계가 아닌가 싶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2 04:13

저는 일단 회사 안다니고 회식 안 하는 수준에서 만족하며 삽니다…

그럼 구린 부분은 보고 보여주고 할 필요 없으니까요.

 Commented by 달에 at 2010/02/09 20:51 

한두가지 접점으로 급속히 친해지게 된 사람들에게는 공통되었던 화제 이외의 부분에 대해선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어릴때 사귀었던 친구들은 내가 이걸 좋아하면 그 아이도 관심을 갖고 그 아이가 저걸 좋아하면 나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점점 접점이 늘어갔었는데 나이가 들어 만나는 사람들은 그게 마음처럼 안되더군요. 그래서 혹시 나의 이런 취향이, 성격이, 관심이 저사람에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하는 걱정도 늘고. 그런게 피곤해서 더 사람을 안만나게 되고 그런…

아 인간관계는 정말 복잡한가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2 04:13

나이 먹을 수록 모든 걸 보여주는 인간관계는 없어지죠. 그리고 그런 거 아니면 만들기도 허무하죠.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2/10 00:29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데, 아직 딱히 결론을 못 내리고 있어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재는 일이 아직 좀 힘들거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2 04:13

그건 정말 언제나 힘든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만만하게 보는 게 문제라서요…

 Commented by momo at 2010/02/10 09:07 

이런 현상은 나날이 심해지리라 생각되요… … 예전보다 삶이 외로워지고 있잖아요… … 친구를 만드는 기술이 없어진다고해야할까… … 순박한 마음씀씀이가 그립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2 04:14

사실 사람을 만나는 게 그렇게 기술이 필요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쉽지는 않죠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