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Paul-빵보다 멍청한 공간
드디어 여의도의 폴에 빵을 사러 갔다. 아무개님의 회사 바로 옆 건물이라고 해서 신길역에서 버스를 타고 갔는데 생각보다도 엄한 위치에 있어서 깜짝 놀랐고, 그 엄한 위치에서 공간을 아주 엄하게 꾸며놓고 있어서 두 번 놀랐다.
뭐 빵집이니까 일단 빵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기본적으로 케이크나 크로아상등 지방이 많이 들어간 빵이며 간식빵들은 내가 잘 먹지 않는지라 생각보다 고를 빵이 별로 없었다. 기껏 뺑드미나 치아바타, 바게트(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프랑스 빵집인데 있었겠지?) 정도일텐데, 빵들이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단 너무 컸다. 보통 치아바타가 사람들이 신는 샌달이라면 폴의 치아바타는 설인, 또는 사스콰치의 샌달쯤 되겠더라-_-;;; 크기가 큰 내 얼굴만하고, 무게도 엄청 무거우며 가격도 7천원대였나? 사실 프랑스빵집에서 치아바타라니 웃기다고 생각은 했지만 딱히 더 관심가는 빵이 없었다. 어쩌면 그만큼 별로 내키지 않았다는 말도 되겠지? 그래서 그걸 사고, 맛이나 볼까 세 개들이 초콜렛 마카롱(6,000), 그리고 내가 먹지 않았지만 뺑 오 쇼콜라를 하나 샀다.
마카롱은 바로 그 오후에 어느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먹게 되었는데 사실 마카롱을 만들고 싶기는 해도 즐겨먹고 싶은 생각은 없고 따라서 잘 먹지 않는지라 비교는 불가능한데(가장 맛있게 먹었던 마카롱은 어이없게도 핀란드에서;;; 점원이 예뻐서 산 것이었는데 사실 맛도 좋았다-_-;;;), 미친 듯이 달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점수를 딸 수 있었다. 쫀득쫀득함과 크림의 식감 조화 및 대조도괜찮았고. 그러나 결국 가격의 압박이 너무 심해 그냥 내가 조만간 만들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나에 이천원은 좀 너무 비싼 거 아닌가? 그거 세 개가 결국 점심에 먹었던, 괜찮았던 순대국 한 그릇 가격하고 같으니까.
그 다음날 아침에 치아바타를 잘라보았는데, 일단 두툼한 겉껍데기 속에 구멍이 숭숭 뚫인, 그러나 마르지 않은 속살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만난적 없는 식감이었다. 그러나 조금 이상하게도 빵을 먹는데 나는 냄새가 좀 오래된 쌀이나 밀가루로 밥이나 빵을 만들었을때 나는 군내같은, 살짝 텁텁하게 절어버린 듯한 것이어서 계속 좀 걸렸다. 정확하게 이 냄새가 발효과정에서 나온 건지, 밀가루 자체에서 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굳이 찍어야 한다면 밀가루를 답으로…) 그 냄새가 주는 텁텁한 느낌은 썩 반갑지 않았다. 하여간 그래서 빵에서는 명품값을 내고 명품상표가 찍힌 무엇인가를 샀는데, 이게 어딘가 모르게 명품에서 살짝 빠지는 고급 상표제품의 느낌까지 밖에는 나지 않아서 살짝 아쉬운, 그런 느낌이 났다. 여의도를 자주 가지는 않지만 서래마을이랑 압구정동에도 가게가 생긴다니 종종 가서 좀 먹어봐야 되겠다. 이 정도의 비싼 집이라면 글도 개별적으로 써서 좀 모셔줘야 하는 것 아닐까?
빵 자체에 대해서 그렇게 불만족스럽지는 않았는데, 잠깐 머물렀을 뿐이지만 그 공간의 짜임새에는 굉장히 불만스러웠다. 나는 사실 이 가게에서 음식도 파는지 전혀 몰랐다(다른 사람들 글을 건성으로 봐서;;;). 그래서 단순하게 빵이나 케이크만 파는 집인줄 알았는데, 그 공간보다 탁자가 놓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더 넓다는데 조금 놀랐다. 그러나 그것보다, 그 공간의 배치에 더 놀랐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빵을 사서 거기에서 차와 함께 먹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빵을 그냥 사가지고 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종류의 판매공간 동선은 그 두 사람들이 섞이지 않도록 분리를 해야 되는데, 떡허니 중간에 빵을 파는 공간을 박아 놓아서 결국 두 부류의 사람 모두와 손님 시중드는 웨이터까지, 사람이 많아진다면 모두가 불편해질 공간 배치를 해 놓은 이 센스란 참… 처음에 문 열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줄을 섰다던데, 어느 정도 이상으로 줄을 선다면 기본적으로 문을 열자마자 있는 차 마시는 공간은 쓸 수가 없어지지 않을까?
게다가 그 많지도 않은 빵을 파는 방식이, 유리장에 넣어놓고 손님들이 말하는 걸 하나하나 집어주는 것이라면 그 회전도 더 느리지 않나? 손님들은 결국 줄을 서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며 프랑스식으로 긴 빵의 이름을 하나하나 말해서 종업원들이 집어 들게 만들고, 또 다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오른쪽의 계산대로 와서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가게 된다. 이 무슨 동선이 말도 안되는… 온도에 민감한 것들이야 냉장고에 넣는다고 쳐도, 굳이 보통 빵 종류까지 그렇게 해야 되는지는 그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뭐 이 모든 것이 프랑스에서 시키는 대로 한 것이라고 말하면 내가 무슨 할말이 있겠냐만. 다음에 들어설 매장들은 동선을 어떻게 만들어 놓을지 궁금해서라도 꼭 가봐야겠다.
참, 위탁 시식단에게 주었던 뺑 오 쇼콜라 또한 아주 열렬한 반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크로아상과 같은 빵을 거의 먹지 않는다. 하물며 거기에 초콜렛까지 넣은 빵이라면…
사족
1. 듣기로 품질관리나 뭐 기타 다른 이유로 인해서 냉동된 반죽을 들여와서 굽는다고 알고 있다.
2. 최근 모 잡지에도 외국에서 들어오는 음식점에 대한 기사에서 폴을 언급하고 있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야채를 농장과 계약해서 따로 농사짓기로 하고 들여왔다던데…폴이 그 정도의 상표였는지는 몰랐다.
# by bluexmas | 2010/02/08 09:01 | Taste | 트랙백 | 덧글(57)
잘 지내고 계시지요?
주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한국에는 고급 빵집으로 들어왔지만 프랑스에서는 파리바게트정도랍니다. 그리고 매장자체가 먹고 가는 자리보다는 테이크아웃 계통의 분위기가 강하고 작은 매장도 많고요.
그래서 분위기가 확 바뀌어 들어온데다 비싸다는 말에 슬슬 꼬리를 빼고 있던 참에 안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해주시네요.;;
맛으로만 놓고 본다면 드셔보실만한 빵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여의도 들를 일 있을때 한번 가봤는데, 내부구조가 너무 이상해보여서 그냥 집에 왔습니다. 가게에 저를 끼워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요^^;
저만 내부구조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아니었군요. 은근히 기분이 나빠지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뜬금없이 이러고 나가면 이상하겠죠 -0-;;)
입이 심심하여.. 개당 7백원짜리 한입에 쏙~ 빵을 목표로 폴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바글바글하더군요…
태반이 20대 여성손님 무리들…..
뭐.. 비싼데라 비싼걸 먹으로 행차들 하신 비싼 공주님 들이신지라…
모두들 이뻤…..ㅠㅠ;;
저만 카고바지에 보드점퍼 걸치고 등산화신고 들어가서….
풍경과 안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해 드렸죠…ㅠㅠ;;
역시 빵의 식감은 좋은편이죠….
다만 주문 시스템과 가격이 걸림돌이라는게 문제지만…ㅠㅠ;;
피에스 : 카롤레가 개당 7천원인걸로 알고 있었는데…
토욜날 보니 3천9백원이여서… 가격 조정을 계속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정말 가격조정을 계속 하는 것 같네요. 조금 있으면 빵값이 내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빵은 맛있어 보이네요.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그 공간을 한번 구경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마지막 사진이 너무 멋져요 ^^
가서 드셔보세요. 빵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다만 가격대 성능비는 좀…
음식 만지는 사람이 돈 안만지게 한 배려라면 그러거니, 겠지만 아예 다른 줄이 또 생겨야하다니 뭔가 좀 머리속에서 아스트랄하다~하는 소리가 울려퍼져요orz
다들 폴~ 폴~ 이러니 빵 맛이 궁금해서 견딜수가 있어야죠.
거리의 압박이 있어 다시 방문은 무리겠지만요.^^;
꼭 한 번 들러보세요. 그래도 호기심은 채워줘야지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사과하는 마음으로 빵을 좀 보내드리겠습니다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요즘 세상에 고객 접대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이 글이 쓸데없는 비판이라고 생각하면 장사하지 말아야죠. 자기들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는데요 저는?
뭐 나쁘지 않은데, 가격대 성능비는…T_T
가격대 성능비가 좀 아쉽죠. 개선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가까운곳에 김영모제과점이 있어서 그곳만 다녀왔’ㅂ’
김영모제과점에서 먹은빵은 다 맛있었어요 ㅠㅠ 어헝
케익의 높은 가격은 제법 합당하다고 느끼지만….마카롱엔 아무래도 동의할 수 없어요-_-;
암튼 마카롱이란 녀석은 요사이 들어 블로그 여기저기서 주워듣게 되는 ‘새로운 음식’인데요.
빵이란 식사용빵같은것에만 관심있는 저라서 그런지 모르는게 많네요.
독일에도 마카롱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정말 독일 사람들은 단 걸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 이미지잖아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덧글을 드렸으니 이제는 신경 안 쓰셨으면 좋겠어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수요일 오후에 그쪽에 가야 되는데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
…
…아무래도 전 빠리지앵은 무리라고 생각하네요.
마카롱의 가격이..후덜덜입니다;;;
bluexmas님의 마카롱을 기대할렵니다, 에헤헤^^
그렇게도 오지 않던 발효의 신이 잠든 사이에 다녀갔었나봐요 -_-
그래서 말인데요. 제 쓰레빠랑 교환어때요? 마카롱 3개에 치아바타 1개.
마카롱의 신과 랑데뷰하면 만들어서 드리겠습니다^^ 후우노용으로는 개껌 마카롱이라도 만들어야 할까요? 쇠고기 마카롱?T_T
거기 치아바타가 가장 맛있었는데 말이지요. 프렌차이징 베이커리로는 미고것이 괜찮았구요.
치아바타는 한번 구워볼까 생각중입니다만 좋은 레서피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혹 알고계시다면 공유를 부탁드려봅니다. 마카롱은 은근 좋은놈 만나기가 어렵군요.
제가 한 번 구워보게 되면 글을 올릴때 레시피도 같이 올릴께요^^
종종 여의도 갈일이 생겨서 들리는데, 좀 비싸긴하지만;;; 다른곳의 맛이랑 좀 틀린편이니까 한두개씩 새로운 종류를 먹어보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더라구요. 저는 그냥 맛있으면 먹을뿐인 쉬운 소비자인가봐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