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영동 왕족발-가장 보통의 족발

모두들 맛만 있다는 서소문 족발집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타격을 입고 외톨이와 같은 기분을 느낀 나, 관계로 생긴 아픔은 다른 관계로 달래라는 말처럼 족발로 생긴 아픔 다른 족발로 달랠 수 있을까 싶어 양재동의 영동 왕족발을 찾아가봤다. 예상대로 금요일 저녁이라 사람이 많았는데, 그래도 30분 이상 기다렸던 것 같지는 않다. 족발도 먹다보면 식탁이 난장판이 되는 음식이라서(그러나 식탁 밑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뼈를 자랑하듯 식탁 위에 늘어놓고 가는 어린이들은 대체 뭐냐), 행주로 과연 식탁이 얼마나 깨끗해질 수 있을까 의심은 좀 갔다.

중간크기 족발(26,000)원을 시켰는데 일단 색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족발색깔이라서 마음이 놓였다. 맛은, 지극히 보통의 느낌이었는데 물론 여기에서 보통이라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이다. 상식적인 재료를 써서 상식적인 방법으로 삶은 족발이라고나 할까? 간도 잘 맞았고, 특별한 한약재나 뭐 그런 걸 쓴 느낌은 아니지만 돼지 냄새도 나지 않고 잡맛도 없었다. 말하자면 솔직한 족발이었다. 살짝 따뜻한 기운이 돌 정도로 나오는데, 이럴 경우 껍데기나 지방이 먹으면 먹을 수록 느끼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그보다 찬 족발을 좋아하지만 날씨가 춥다보니 그 정도도 나쁘지는 않았다. 살코기도 퍽퍽한 느낌이 덜했다.

이렇게 족발만 놓고 보면 언제라도 먹어줄 수 있는 정도이지만, 워낙 사람이 많은 탓에 전체적인 평가는 잘해야 보통을 넘기가 힘들다. 사람이 모자른다는 느낌의 서비스도 그렇지만, 족발에 딸려 나오는 야채들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기본 반찬은 간도 맞고 맛도 나쁘지는 않았다. 차라리 포장해서 집에서 런닝셔츠에 반바지만 걸친 채로 두 다리 쭉 뻗고 먹으면 더 만족스럽겠다. 물론 막걸리도 좀 좋은 것으로 사다가 하루 전에 냉장고에 쟁여두면 더 좋고.

UPDATE: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냥 분점이라고 다른 건물에 놓고 인력 분산시키지 말고 차라리 건물 하나 지어서 한데 다 모아서 좀 쾌적하게 장사하면 안될까?

 by bluexmas | 2010/02/07 11:47 | Taste | 트랙백 | 덧글(23)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2/07 11:52 

보통의 족발이라고 하셔서 사진을 보니 정말 족발처럼 생겼네요(무슨 소리죠 ㅋㅋㅋㅋㅋ)

그래도 아픔을 쪼금 치유하셔서 다행이에요. 뜬금없이 족발도 참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17

그러게요. 마장동에서 생족발 사면 쌀텐데 정말 족발이 꽤 비싸기는 해요… 서민음식이 아니죠 더 이상은.

 Commented at 2010/02/07 13: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18

등산도 하세요? 다음에 서울 오시면 뭐 족발에 막걸리 먹지요 하하…아스타팜이 들어가서 뒷맛이 좀 질리는 단맛인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주보다는 훨씬 낫더라구요.

저는 어떻게든 좀 전자책을 들였으면 좋겠어요. 책을 들여놓을 공간이 돈보다 더 문제가 되는 시점이 되었거든요.

 Commented by Gony at 2010/02/07 14:54 

요기 족발 그래도 참 먹을 만 하죠. 예전에 친구들이랑 4명이서 술마시면서 족발을 3개나 시켜 먹은 기억이 나네요. ㅡ,.ㅡa 그 때 한참 운동만 하던 때이긴 하지만 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19

네, 족발 자체는 참 맛있더라구요. 평범하게 만들기도 힘든 세상이잖아요. 네 명이서 족발 세 개라니 대단하시네요. 남자 둘이서 중짜 배부르게 먹었는데…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2/07 17:06 

무리수를 둔 맛실험보다는 명불허전! 가장 보통의 베이스가 최고인 경우가 더 많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19

그게 요즘은 보통도 이루기 어렵잖아요 다들 너무 편법을 써대서…

 Commented by F모C™ at 2010/02/07 17:12 

족발이나 감자탕은 왠지 밖에서보다는 집에서 편히 철퍼덕 늘어져서 잡아뜯어야 제맛이다 생각하며 집에서 우적우적합니다 이제 도로 살이 왕창 붙어서 무릎이 시큰하니 참아야겠지만요.사람이 많아서 회전이 잘 되면 야채가 신선해야할텐데 신선하지않다니 그건 참 의외네요, 사람 많은 집이 다른 건 몰라도 좋은 점은 재료회전이 잘될테니 재료는 오래되지 않았겠지라는 기대라고 생각했는데요∑(┑━

어디나 필요인원보다 약간 빠듯하게 사람을 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인건비 빼고도 남는 게 있어서라는데.. 그래도 무난하게 돌아가는 곳도 있던데 아닌데가 더 많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20

아 진짜 시장에서라도 뼈 사다가 감자탕 한 번 좀 끓여야지 안 되겠어요. 이 겨울 가기 전에…

야채들이 시들은 걸 보면 씻어서 상온에 둔지 좀 오래 된 느낌이었어요. 여기는 정말 너무 사람이 빠듯하더라구요. 주방에 둘, 홀에 한 사람 이렇게 있었으니까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2/07 18:12 

크게 실망은 않으셨다니 다행이군요^^; 좀 분위기가 그래서 포장해 오는게 속편하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20

족발자체만으로는 흠잡을데가 없던데요. 말씀처럼 분위기나 가격을 다 포함하면 좀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포장이 훨씬 낫겠더라구요.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2/07 20:20 

역시 족발은 포장해서 집에 와서 편안하게 뜯어야 하는 가봐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21

그런가요. 난닝구입고 편안하게 뜯어야 될 것 같은데요?^^ 이왕이면 정말 막걸리도 살얼음끼게 얼리면 더 좋겠죠?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2/08 19:55

그러면 정말 금상첨화지요. ^^

 Commented by momo at 2010/02/07 21:30 

아… … 곱도다… … 족발 먹어본지가 어언~ … … 먹고와야할 리스트를 작성해야겠어요… … 1번 족발, 2번 야채순대볶음, 3번 뭘로할까..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22

저라면 3번으로… 우래옥 냉면을 넣고 싶은데요?^^ 언제나 그렇게 먹어왔거든요. 밖에 있다가 들어오면 꼭 우래옥 냉면 먹곤 했어요.

 Commented by 달에 at 2010/02/07 22:29 

족발을 야채에 싸먹는게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일인으로서 야채가 시들시들했다니 안타깝네요.

그나저나 가장 보통의 맛은 무엇일까요.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23

요즘은 다들 상식적으로 조리하면 될 걸 그렇게 안 해서 보통의 맛조차도 이루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해서요. 조미료나 기타 첨가물 같은 걸 넣지 않은, 딱 그 정도의 맛이라고 할까요. 밋밋한 것 같지만 적당히 깊이도 있구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02/08 00:35 

제가 전 족발 포스팅에 달았던 답글이 여기죠.

밑으로 쪼꼼 돌아가면 분점도 있는데.

(아마 아들이 관리??)

모든게 동일한데.. 거기는 입식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36

네, 그런 것 같아서 눈치까고 갔다왔습니다. 분점에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서 그냥 본점에서 죽치고 있다가 먹었습니다.족발만 놓고 보면 맛 좋던데요.

 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2/09 08:06 

맛있는 족발을 먹어본지 정말 오래 된 것 같아요;; 동네에 족발집이 죄다 맛이 없어서 사 먹기 꺼려지더라구요… 배달을 시키면 가게에서 사 먹는 것보다 더 망하고요… 그렇다고 집에서 만들어 먹자니 맛이 없는건 아닌데 그래도 특유의 족발맛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맛있고 쫄깃한 족발이 그리워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2 04:02

배달 족발은 저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냉동된 거 받아다가 해동해서 팔거나 그러지 않을까요?

이집 족발은 족발 자체로는 훌륭하니까 포장해서 한 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