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끈 긴 남자와 잡담
가방 끈 긴 남자
바로 나다. 가방끈이 길어지다 못해 아예 끊어져버렸다. 어제는 무거운 책을 들고 나왔는데 중간에 짐이 늘어서, 가뜩이나 무거운 가방이 더 무거워져버렸고, 손으로 들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서 끈으로 어깨에 메었는데 신사역에서 계단을 내려다가다 쇠고리와 가죽이 연결되는 부분이 끊어졌다. 다행히 목적지 바로 옆에 무려 명품 수선 가게가 있어서 바로 수선을 맡겼다. 뭐 솔직히 명품 수선 가게까지 갔어야 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가방이 딱히 명품도 아니고 또 그런데가 아니어도 고칠 수 있을텐데. 만오천원이나 달라고 해서 “아니 왜 그렇게 비싸요?”라고 물었더니 의뢰를 받는 남자는 순간 침묵. 역시 반박보다 씹어주는 것이 논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던 인간인 B도 얘기하다가 씹는데에 굉장히 능했지 아마(그는 아직도 직장을 얻지 못했다고 들었다. 나이와 평판을 감안한다면 어렵겠지 아마… 적어도 아틀란타에서는?)?
참, 나는 석사가 두 개니 가방끈이 진짜로 길어-라는 농담을 하려다 보니, 요즘같은 학력 인플레 사회에 뭐 석사가 가방끈을 운운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누가 은메달 백 개 있어도 금메달 하나만 못하다-라는 얘기를 방송에서 했는데, 석사 백 개 있어봐야 박사 하나만도 못하다-라는 얘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것도 농담. 석사든 박사든 지식 자체가 인간을 완성시켜준다고 믿는 먹물들이 너무 많아서 짜증난다.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는 과정이 사람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학교에 있으면 참 공부하신다는 분들이 더 싫을때가 많다. 졸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나는 졸부보다 인격은 없고 지식만 있는 먹물들이 더 싫다. 자기는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졸부보다는 고매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어떤 면에서 차라리 졸부가 나은게, 졸부는 궤변은 생산해내지 않기 때문이다. 번역체와 짝지은 궤변은 대책이 없다. 품성이 사악한 인간이 지식으로 무장했을 때 역시 대책이 없군.
앗, 농담이나 하려고 그랬는데 갈수록 강도가 센 비아냥을 생산해내고 있군… 다시 잡담의 바다로 기수를 돌려서.
1. 어제 좀 달렸다. 과대평가된 족발을 먹어 쌓인 중금속과도 같은 울분을 또 다른 과대평가된 족발을 먹어서 풀었다. 그 집도 종합적으로는 과대평가된 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소한 족발 자체는 솔직했다.
2. 갑자기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해서 확인해보니 며칠 전에 메인에 떴던 역삼동 카페 글이 또… 아니 두 번까지는 안 올려주셔도 괜찮은데-_-;; 아무리 좋아하는 카페라고 해도 솔직히 간접광고는 하고 싶지 않다.
3. 길거리에서 트래드클럽 정장 웃도리를 천 원에 파는 걸 보았다. 일행이 있어서 참았으나 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기는 했다. 그러나 천원이라고 사도 안 입으면 돈 아깝기 때문에… 유행 많이 타는 스타일이나 색의 정장은 사고 싶지 않다.
4. 집에 돌아오는 버스 기사는 예전에 글에서 썼던, 그 시비가 붙었던 기사였다. 그는 여전히 그렇더라. 그 뒤로 한 두 어번 그가 운전하는 버스를 탔었는데, 그는 언제나 그랬다.
5. 꼭 그렇게 해야만 되는 상황과 시기가 있다. 그렇게 안 하면 후회한다.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6. 본가에서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내일 장 볼때 쓰려고 차를 가지고 왔는데 어제 너무 달린 덕분인지 운전이 영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7. 어느 바에서 술이 좀 적당하게 올라 있었는데, 괜찮은(=가요 아닌)노래들이 나오다가 갑자기 백#영이 쉰 목소리로 쥐어짜는 발라드 나부랭이가 나왔다. 나는 적절한 술기운에 ‘아니 왜 갑자기 이런 노래를! 백#영이 예쁜 것도 아니고!’라며 농담을 했는데 옆옆옆 자리의 50대로 보이는, 비싼 양주 마시는 부자 아저씨가 (내게 넌 뭐 좀 생겼냐)고개 좀 돌려봐라 라는 투로 받아쳤다. 공손하게 술이나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물론 얼굴은 돌리지 않은 채로. 그 바의 단골인 것 같은 아저씨는 우울하셨는지 옆의 머리 하얀 아저씨와 우울의 아우라를 뿜어내서 꼬냑으로 기억되는 술을 스트레이트로 주거니 받거니 하시다가 콜택시가 바 앞으로 왔는데도 한참을 기다리게 하다가 죄송합니다,를 남기고 퇴장했다. 그런 부류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죄송합니다에 살짝 연민을 느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는 게 원래 좀 죄송하다. 고귀한 생명체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것보다 조금 더 고귀한 방식으로 삶을 영위해야만 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서 내 삶한테 죄송하잖아 좀. 사는 방식이 삶이라는 존재 자체에 민폐를 끼친다는 건 참 피곤한 삶의 진실.
8. 이런 얘기도 쓰지 말아야 되는데 그냥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귀-귀-귀-귀-귀=333 어째 별로 메아리 같은 느낌은 안 나는군-_-;;;)- 를 외치는 분위기로 말하자면, 나도 요즘 털리는 그가 싫다. 아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블로거 가운데 한 사람일 듯(차마 싫어하는 ‘사람’ 이라고 쓰지 않는 건 블로그가 그의 전부는 아닐테니까)? 물론 ‘아 #신 잘됐다 좀 털려봐라’ 라는 식의 심정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 블로그가 그렇게 광고나 북마크 등등으로 넘쳐날 만큼의 가치나 깊이는 담지 않았다는 사실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적당한 허세는 자존감을 가지고 사는데 도움을 주지만 그 허세가 너무 커져서 자신을 먹어버리면 곤란하다.
9. 아 이런 얘기를 하니까 어딘가에 비밀 블로그를 만들어서 ‘내가 싫어하는 블로그 top10’ 이런 글을 쓰며 마음껏 까대고 비아냥거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나도 비뚤어진 인간이라서 좋은 것보다 싫은 게 더 많은데. 밤마다 이런 충동에 시달려 허벅지를 꼬집어서 이미 내 허벅지는 보라색이…
10. 양재동에서 역삼역 사거리까지 6천원이 나올때까지 차가 막혔다. 아무리 금요일이라지만 여덟시가 넘은 밤이었는데 사람들은 그 시간에 차를 몰고 다 어디를 가는 것일까. 그리고 택시 운전기사는 왜 슬쩍 반말을 하는 것일까.
11. 그 역삼역 사거리에 ‘지@@ 신부님은 임실치즈를 개발하신 분!’과 비슷한 플래카드를 걸어 놓은 ‘지@@임실 치즈피자’집 간판을 보았는데, 아니 신부님이 치즈를 개발하셨다고 해도 간판에 이름이랑 얼굴까지 걸어놓고 피자집을 하는 건 좀…
12. 어제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정말 혀가 입천장에 붙는 느낌이었다. 저녁에 술을 부어서 떼내느라 힘들었다.
13. 어째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계약을 못 할 것 같다. 객관적으로 그 정도의 선수라면 마이너리그-스프링트레이닝초대 계약으로도 구하기 어렵지 않다. 자니 데이먼은 또 어디로 갈 것인가… 아틀란타로 오면 딱 좋을텐데.
14. 어제 4차로 들린 바는 아마 다시 가지 않을 것 같다. 가게에 들어자마자 딸꾹질을 했는데 처음 보던 바텐더가 히스테리컬하게 웃으며 계속해서 놀렸다. 이봐요, 나 손님이거든… 친하게 지내는 건 좋은데 그건 좀 선을 넘은 행동이 아니었을까.
# by bluexmas | 2010/02/06 22:19 | Life | 트랙백 | 덧글(25)
싫어하는 블로그 top10 꼭 보고 싶어요! ………..
그나저나 자니 데이먼은 이름대로 저니맨이 되는 걸까요?
특히나 처음 보는 사이의 바텐더라면..
요즘 털리는 분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네요. 이상하게 꼭 한두명씩은 늘 털리는 분위기인데.. 자초했다 싶은 경우도 꽤 있지만 그거보다 더 심하게 당한다 싶을 때가 더 많네요;
저야 하도 사람이 어두운 쪽이다보니 뭐가 싫다 싫다 싫다 쓰다보면 스스로 내가 왜 이러고있지 싶어서 후다닥 접어버립니다;; 전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끝없이 어두워져서>3<;; 싫은건 생각안하는게 우선인데 왠지 무서운 장면은 괜히 한번 더 보고싶고 한 심리랑 비슷한걸지도요;
언제나 꼭 한 두분씩 털리는데 이번에 거물이 털렸죠 하하하. 이글루스의 북극성과도 같은 분이 털리셔서 참…
찬호 오라버니는 탬파 오신다는 소문도 있고, 컵스 스타팅에 들어가는 건 물 건너 간 건가요. 흑~ 자니 데이먼은 그냥 양키스에 있지.. 아 레이즈는 아키도 가버리고..
박찬호는 이제 선발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타순 한 바퀴만 돌면 맞으니까요… 애초에 자니 데이먼이 양키스에 남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레이즈는 워낙 똑똑한 사람들이 팀을 운영하니까 올해도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데요? 저도 에반 롱고리아 포함 레이즈 경기 보는 거 좋아해요. 가장 친한 친구가 세인트 피터스버그 출신이었어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백#영양의 노래는… 그런일이 있어서 그런지 더 안타깝게 들리고 호소력이 짙어진 느낌이 들어서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몇 남지 않은 솔로여가수중에 한명이기에 잘 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답니다.
백#영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딸꾹질이라든지 특이한 재채기 소리라든지 말 삑사리난거, 이야기하다 침 튀겼다든지(-_-………..) 그런 신체적인건 제 스스로도 민망한데 옆에서 막 웃으면 정말 숨고 싶더라고요 ㅠㅠ
아니 게다가 제가 손님이었는데 어떻게 거기다가…무슨 진한 대접을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정말 뒤집어져라 웃던데 민망하더라구요T_T
미국에서는 공대에서 교수들이 학생들한테 진짜 전문적인 엔지니어가 되려면 석사는 하는 게 좋다,라는 식으로 권한다는 얘기도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