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서안 지역, 위도 45°에서 55° 사이에서 발생되는 서안 해양성 기후대. 편서풍과 해류의 영향으로 일년 내내 수더분한 기온을 유지하지만, 비가 자주 내리고 구름이 많은 편이라 우울한 날씨가 계속되는 것이 특징. 세계 최대 낙농업, 현대 유럽 문명, 그리고 울적하고도 아름다운 문학 작품들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우아한, 고상한, 우수에 젖은. 서안 해양성 기후의 특징들은 당신의 책 취향과 크게 닮아 있습니다.
- 흘러가는 편서풍처럼:
뭔가 계획적이고 열심히 꾸며진 내용에 거부감. 지적인 강박관념 같은 것도 싫어함. 그보다는 물 흐르듯, 바람 불듯, 섬세하고 즉흥적이고 자발적인 내용을 선호함.
- 일년 내내 안정적인:
춥지도, 뜨겁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같은 취향. 너무 뻔하고 틀에 박힌 내용에도, 너무 극단적이거나 거친 표현의 글에도 거부감. 그러나 그런 거부감마저도 돌려서 점잖게 표현하는 편.
- 귀부인 같은 문학성:
격식을 갖춘 표현력, 고상한 스토리, 수준높은 완성도를 갖춘 주류 작품을 선호함. 값싸고 조악한 글에 본능적인 반감을 느낌.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책에 관심이 많으며, 일류와 삼류를 분별하는 선천적인 능력을 갖고 있음.
출판업계의 관점에서 볼때 당신 취향은 출판 소비 시장에서 2-3번째로 많은 인구 수를 차지하는 부류로, 책에 대한 취향이 다분히 ‘여성적’인 소비자 층입니다.
다음은 당신의 취향에 어울릴만한 작가들입니다.
은희경
어느날 아침 아내는 비명을 질렸다 ‘우리 집에서는 모든 게 말라 버려요!’ 그녀의 손에 든 그릇 속에는 모래처럼 뻣뻣하게 마른 밥이 들어 있었다. 간장 접시 좀 보세요. 과연 간장은 죄다 증발해 버리고 검게 물든 소금 알갱이뿐이었다. 사과도 하룻밤만 지나면 쪼글쪼글해져요. 시멘크 벽이 수분을 다 빨아들이나 봐요. 이러다가 나도 말라비틀어질 거예요.자고 나면 내 몸에서 수분이 빠져 나가 몸이 삐그덕거리는 것 같다구요.
– 아내의 상자 中
생텍쥐베리
언젠가 다리 건설 현장에서 부상자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한 기사가 리비에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다리가 한 인간의 얼굴을 이렇게 으깨지게 만들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이 다리를 이용하는 농부 중에 다른 다리로 돌아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이렇게 끔찍한 얼굴을 만들어도 좋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리를 세운다. 기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보편적인 이익은 개인의 이익이 모여서 이루어집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정당화할 것이 없습니다.’
– 야간 비행 中
온다 리쿠
도오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그야말로 그 경계선에 앉아 있다. 낮과 밤뿐만이 아니라, 지금은 여러 가지 것의 경계선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른과 아이, 일상과 비(非)일상, 현실과 허구. 보행제는 그런 경계선 위를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걸어가는 행사다. 여기에서 떨어지면 냉혹한 현실의 세계로 돌아갈 뿐. 고교생이라는 허구의, 최후의 판타지를 무사히 연기해 낼지 어떨지는 오늘밤에 정해진다.
– 밤의 피크닉 中
벌써 며칠 전에 이 독서취향 테스트를 해 봤는데 어째 나오는 예문들이 뻔하다 싶어 뻔한 결과가 나오겠거니 했는데 정말 뻔한 결과가 나왔고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서안해양성 기후니 낯간지러운 설명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밑에 나오는 내 취향에 어울릴만한 작가들, 특히 은희경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온다 리쿠는 읽어보지 않았으니 언급 생략. 어쩌다 보니 나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읽는다는 일본 작가들의 책을 거의 읽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나’ 새의 선물’ 같은 책은 분명히 10~15년 전에 읽었던 것도 같은데 그 뒤로는 은희경이 뭐하는지 관심을 기울여 본 적도 없는데, 그건 바로 어느 순간 이 사람이 뭘 말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그야말로 말장난이 그 모든 것을 뒤덮고 있다는 느낌에 질려서 더 읽을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웃기는 건, 사실 나도 말장난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인데 어쩌면 사람들이 비슷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느낌의 저런 말장난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저런 걸 읽고 ‘아 말장난이 재미있는데 저런 식으로 무엇인가를 써 볼까’ 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은 책이라는 고정된 매체보다는 호흡이 짧은 인터넷의 글(특히 스포츠나 음식 관련 기사들)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하고, 책을 읽더라도 저런 식의 감정적인 소설은 잘 읽지 않게 된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 글 읽기와 책 읽기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는 요즘 시대에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책이라는 고정된, 틀을 가지고 또한 물리적인 매체의 권위에 기대어 개인의 지식 축적 행위에 물증을 남겨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런 책을 읽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뭔가 흔적이 남는 지식의 축적 행위를 한 듯한 느낌이 더 진하게 든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번 달에도 어찌어찌해서 두세권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것들 모두 감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오히려 어떻게 글에 감정을 불어넣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쓴 책이라 재미가 없었다…).
다시 한 번 취향을 분석한 글을 읽어보면 귀부인 같은 문학성에 격식을 갖춘 표현력, 고상한 스토리, 수준 높은 완성도를 갖춘 주류 작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해주시고 있는데, 은희경이 주류인 것은 사실이겠지만 귀부인 같은 문학성이나 격식을 갖춘 표현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가벼운 글이 싫고 징한 글이 좋다. 너무 징해서 읽다가 짜증이 나게 만드는 글을 좋아한다.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서 손 가는대로 쭉 쓴 것 같은 글보다 한줄 한줄 피를 토하듯 쓴 글이 좋다. 은희경의 글이 그런 느낌을 주던가?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독서취향, 틀렸어
# by bluexmas | 2010/01/31 20:35 | Book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봄이와 at 2010/01/31 23:14
으앗. 저도 똑같은게 나왔어요. 저도 역시 위에 낯간지러운 설명들에선 좀 오그라들었지만, 온다리쿠에선 놀랐어요. 얼마전까지 나온 온다리쿠를 전부 다 읽었거든요.
하지만 은희경은 절대 아닌데. 전 그런 여성적인 글을 있는 그대로 못받아들이고 꼭 쳇.쳇. 거리면서 바라보게 되더라구요. (꼬였나봐요;;)
그래도 독서취향테스트 라는거 자체가 새로워서 재미는 있었어요 🙂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2/01 01:05
그냥 내가 뭘 읽어야 좋을까 싶은 사람들이 하기에 좋은걸까요
저런 ㅁㅁ테스트가 다 그렇듯 재미로 보는거겠죠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2/01 01:42
저는 세 명 다 제가 잘 모르는 작가였던 기억이 나네요 ^^; 이런저런 테스트들이 재미있긴 한데 딱 맞아떨어진다 싶은 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도 작가까지 추천해 주다니 친절한 것 같습니다…ㅋㅋ
Commented by 점장님 at 2010/02/01 10:07
저도 해봤었는데 사바나 기후 나왔어요. 마음에 들던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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