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days of summer-그래서?

솔직히 다 보고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 영화에게 왜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었을까? 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정말 궁금했다. 이 영화에서 무엇을 내가 놓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두 번 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위키피디아를 뒤져 그 뒤죽박죽인 상황들을 선형적으로 다시 정리해놓은 것을 읽어보았으나 그래도 별 느낌이 없었다. Doves의 There goes the fear와 같이 좋아하는 노래도 나왔지만 영화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 데에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아마 나에게 이렇게 아무런 감흥이 없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남녀관계라는 것이 쿨하고 가벼운 것이라기 보다는 징하고 끈적끈적한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겠느냐… 라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내가 정말 남녀관계라는 것이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가요 가사의 단골 주제인 ‘너 없으면 못살아 죽을 것 같아’에 온몸으로 동감해야 할텐데 그러기는 커녕 그런 노래를 들으면 또 짜증내기 바쁜데…

아, 한 편으로는 이제 너무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 아니겠느냐…라는 생각도 들기는 들었다. 뭐 저런 일이 내 삶에 벌어지겠어? 와 같은 생각을 했나? 그러나 또 저런 남녀관계가 부럽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다. 희망의 건덕지를 남겨놓고 영화를 마무리짓겠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었으나 이름이 ‘가을’ 이라는 여자를 우연히 만난다는 나이브한 설정에는 살짝 짜증이 났다. 나 스스로에게 굉장히 나이브한 구석이 있는데 그걸 싫어해서 웬만하면 드러내기 보다 꽁꽁 감추고 싶어한다는 생각을 늘 해서 그런지 그런 것들이 그렇게 그대로 불거져 나오거나, 아예 그걸 장점인 것처럼 드러내는 예술적인 표현을 보았을 때에 거부반응이 자동적으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남자니까 주이 데샤넬을 당연히 좋아하기는 하지만(당연히 좋아하는 건 좀 말이 안 되나-_-;;;), 사실 그녀보다는 조셉 고든-레빗 때문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 2007인가 8년에 그가 주연한 ‘Lookout’이라는 영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보아서 언제나 그를 볼 때면 그 영화에 대한 기억이 겹쳐있다.

 by bluexmas | 2010/01/25 07:40 | Movi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SF_GIRL at 2010/01/25 13:23 

Zooey Deschanel 저도 당연히 좋아하는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58

앗 그러시군요! 그러나 잘 보니 미국인 특유의 하체비만 기운이 좀 나오더라구요-_-;;;;

 Commented by clair at 2010/01/25 16:03 

주이 데샤넬은 저도 당연히 좋아한다능ㅋ

음 전 이 영화 좋았어요. 부럽기보단 재밌었던. 캐릭터 배경 소품들도 귀엽고요. 불균형한 관계란 소재를 가지고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점, 적절하게 비현실/현실적이었던게 꽤 절묘했던 것 같아요. 그냥 이야기책 하나 읽은 것 같은 느낌? 뭥 꿈을 찾고 가을을 만나고 이런 나이브 요소들 때문에 더더욱요.

근데 같이 봤던 친구 중 하나는 끝나자마자 여름이 어떻게 그럴수 있냐며 대분노ㅋㅋ 덕분에 그날 밥 먹으면서까지 다들 막 토론하고. 암튼 재밌었어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58

제가 꼬여서 이런 영화를 잘 못 받아들이는 거 아닐까 싶어요~ 재미있게 보셨으면 된거죠 뭐~~

(사실은 저도 좀 재미있게 보고 싶습니다…T_T)

 Commented at 2010/01/25 18: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6 00:01

제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비공개님의 취향에 잘 안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은 좀 들어요…

 Commented by 나녹 at 2010/01/26 16:06 

이거 저 비행기에서 앞에 20분 보고 껐네요…..내용이 별론거야그러려니 하는데 음악을 어거지로 끼워넣으려 하는게 특히 맘에 안들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7 09:12

히히 그런 생각을 하셨군요. 저 역시 음 뭐 음악 넣어서 좀 있어보이게 하려고…라는 생각은 좀 했지요.

 Commented by 루아 at 2010/01/27 12:23 

음…저도 비행기에서 보려다가 그냥 관뒀어요. 화질이 너무 구리기도 했고;; 일단 주이 데샤넬이 별로라서 ^ㅁ^;;;; 왜일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8 00:26

앗 그러셨군요;;; 싫어하실 수도 있죠. 저도 이 영화에서는 뭐 그냥 그랬어요. 엘프나 히치하이커가 더 기억에 남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