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덩어리의 바나나 빵

친구에게 아들 둘이 있는데, 만날 때마다 빵이나 과자를 조금씩 만들어간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났는데 친구도 나도 바빠서 한참동안 만나지 못했고, 이번에도 간단하게 점심만 먹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바나나빵을 구웠다. 이마트에서는 싸게 파는 바나나와 비싸게 파는 바나나가 있는데 뭘 사도 며칠이면 까맣게 변해버리기 때문에 집 냉장냉동실에는 언제나 빵에 쓸 수 있는 바나나가 마련되어 있다. 조리법을 올린 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글이 많이 쌓여서 찾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냥 다시 올린다.

재료

밀가루 2컵

굵게 다진 호두 1 1/4컵(저민 아몬드로 대체했다. 호두일 경우에는 오븐에서 미리 구워준다)

설탕 3/4컵

베이킹 소다 1/4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썩기 직전의 바나나 3개(우리나라에서는 바나나가 작은 경우가 많은데 그럼 다섯 개 정도가 필요하다. 미국식 계량컵으로 따지면 1 1/2컵 분량이다)

요거트 1/4컵(우리나라에서 파는 요거트 대부분은 너무 묽어서 빵 반죽에 넣기가 내키지 않는다. 차라리 덴마크의 사워크림을 닮은 요거트를 쓰면 좋을텐데 이건 또 말도 안 되게 비싸다)

계란 2개

버터 6큰술, 녹여서 식힌다

바닐라 1작은술

만드는 법

1. 일단 오븐을 160도로 예열한다. 저 재료는 미국에서 파는 9인치x5인치의 빵팬 하나 분량인데, 우리나라 파운드케이크 틀 정도면 저 반죽을 두 배로 만들어서 세 개 정도에 나눠서 구우면 된다.

2. 밀가루, 설탕, 베이킹 소다, 소금, 호두를 함께 섞어 준비한다.

3. 바나나를 으깨고, 요거트, 계란, 버터, 그리고 바닐라를 한데 섞어 나무 주걱으로 잘 저어준다.

4. 3을 2에 부어 잘 섞은 뒤, 팬에 붓고 오븐에 넣어 55분 정도 굽는다.

사실 정말 간단한 조리법이라서 뭐라고 설명할 건덕지는 없는데, 지금까지 수십 번 이 빵을 구워보니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가운데가 부풀어 오르면 가장자리가 다 익어도 그 부분이 끝까지 잘 안 익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게 간단하다고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한 시간을 넘겨 구웠는데도 꼭대기는 여전히 좀 질척질척해서, 마지막으로 얻은 결과물이 조금 뻣뻣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바나나가 많이 들어가고, 설탕이 적당한 정도로만 들어가서 맛의 조합은 괜찮다. 이번에는 저 조리법을 두 배로 뻥튀겨서 두 덩어리를 구워 하나는 친구 가져다 주고 나머지 하나는 나눠서 내가 조금 먹고 부모님도 가져가 드렸는데, 그렇게 많이 구운 다음 적당한 두께로 나눠 랩에 포장해놓았다가 전날 밤에 꺼내 놓거나, 아니면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하는 동안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데워 먹으면 직장인들 아침으로 여러모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란이나 견과류도 들어가니까. 아무래도 우리나라 계란이 조금 작다는 생각에 두 배로 뻥튀길 때 계란을 하나 더 썼다. 그런데 사진은 왜 이렇게 어둡냐.

 by bluexmas | 2010/01/22 09:08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38)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0/10/27 09:12

… 도즙을 썼다. ‘퓨어’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꽤 달아서 베이킹용으로는 맞지 않는다. 나머지 올리고당이나 요거트향이 들어간 것들은 물론 언급할 가치도 없다. 2. 레시피는 여기를 참고하면 되는데, 이걸 두 배로 뻥튀겼을 경우에 덴마크 요거트 두 통 반을 쓰면 된다. 머핀팬에 넣었을 경우 열 두 개로 나누면 좀 작고, 두 배로 뻥튀긴 건 … more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0/01/22 09:16 

오… 바나나빵이라 좋은 방법이네요. 저희집은 바나나 사와서 익으면 잘라서 냉동실 직행인데 ㅎㅎ 그걸 우유랑 갈아서 쉐이크 해먹어도 맛있거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1

아 그렇죠. 바나나 셰이크 맛있죠… 바나나가 또 물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갈면… 그래서 빵에도 그렇게 쓰죠.

 Commented by december at 2010/01/22 09:23 

처음 베이킹 시작할 즈음에 많이 구웠는데.

전자렌지 없이 그냥 밤에 내어두었다 아침에 먹어도 괜찮을까요? 발효가 필요 없으니 일단 시간이 적게 걸려 좋은데, 이제껏 생각도 못 했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1

그 정도 시간 안에 상할 거라면 그 전에 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니면 냉장실에 해동해서 토스터 오븐에 살짝 구워먹어도 맛있어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22 09:23 

와!!! 엄청 크네요!!!!! 아침 못 먹었는데…. -_ㅠ 집에 바나나 있는데 한번 따라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2

미국에서 가져온 베이킹 팬으로 구워서 엄청나게 커요~ 꼭 구워보세요~

 Commented by 러움 at 2010/01/22 09:33 

썩기 직전의 바나나에서 뿜.. 허나 완성작의 위용이 재료의 포스 정도는 가볍게 넘겨버리네요! 아 여기까지 바나나향이 느껴지는거 같아요. +___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2

아 저게 진짜 엄청나게 큰 빵이에요… 거의 1킬로그램쯤 되는 것 같아요-_-;;;;

 Commented at 2010/01/22 09: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2

앗 친구네집에서 큰 딸 입양하고 싶은 생각 있나 물어볼께요~ ^___^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10/01/22 10:31 

전에 주신 바나나머핀이 같은 레시피인가요?

집에 요구르트제조기가 있어서 넣으면 좋을듯…

전에 파운드를 한번 만들었는데 가운데가 덜 익어서 질척거리더라구요.

그냥 시간을 길게하면 해결되는 문제인가요?

글구 제가 머핀이나 파운드 만들땐 하단에 팬에 묻어날정도로 버터가 가라앉아서 축축한 고질적인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ㅠㅠ

선배님의 조언을 구합니다 ^,.^

하지만 요즘엔 쩔어서 빵을 통 못 만들고있어요 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4

아뇨, 그 레시피는 좀 다른데 이게 더 나은 것 같아요. 다음엔 이걸로 머핀 틀에 한 번 구워볼께요. 저도 요거트 제조기 있는데, 보통 요거트의 농도나 점도는 전지분유로 불어넣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머핀이나 파운드 만들때 버터가 가라앉은 적은 없는데, 어떤 방법을 쓰셨어요? 저는 요즘 아예 액체 상태로 녹여 붓는 조리법을 많이 써요. 가운데 안 익는 건 정말 오븐을 잘 달궈서 중간중간 점검해가면서 굽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나 싶네요.

 Commented by 응앙앵 at 2010/01/22 11:03 

아…파운드케익 같은 종류인가요? 빵은 만들어본적이 없는 베이킹 왕초보라서 -.-; 초면에 실례를 불구하고 질문좀 하겠습니다;;

여태 쿠키나 머핀 같은 과자 부스레기; 같은거만 만들어봐서 그러는데 지금 여기 포스팅에 있는 빵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요~ 본문의 사진속 빵은, 속이 저렇게 뽀송뽀송 하니 정말로 빵 같은 질감이 나는 빵인지; 아니면 머핀같이 부서지는 식감의 빵인지 궁금합니다.

레시피를 봐도; 왕초보라 잘 모르겠어요.ㅜ.ㅜ

빵이라는건 약간의 발효가 들어가야 그 빵의 쫀득한 식감 같은것을 가지게 되는거라고 들었는데 발효가 들어가지 않는다는것을 보니 도저히 어떤건지 예상이 안가서…;

눈팅 백만년만에 첨으로 단다는 리플이 좀 찌질해서 죄송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6

아, 저 빵은 사실 약간 떡 같은 질감이에요.

빵이나 케이크가 이런 것들이 전부 밀가루 조직 사이에 공기를 불어넣어서 이루는 것인데요, 베이킹 소다나 파우더는 물이나 열에 의해 빠른 시간 내에 팽창시켜주는 방법이고 발효는 훨씬 느리고 더 강하게 가는 방법이에요. 발효로는 맛의 변화도 생기는데 베이킹 소다나 파우더는 맛의 변화는 없다고 보시면 되구요. 이런 빵은 발효빵이 아니고 퀵브레드라 빨리 준비해서 굽는 빵이구요.

눈팅을 백만년이나 제가 다 눈물이 ㅠㅠㅠㅠ

 Commented by 반뚱 at 2010/01/22 11:58 

와 저도 맛보고 싶어요 ㅋㅋㅋㅋㅋ 한입만 주시면..헤헤헤;;;;;;

아는언니가 집에서 머핀을 만들어줘서 딱한번 먹어봤는데

빵집에서 파는것과는 달라서 엄청 맛있게 먹었는데요

만들 엄두가 안나고 저희집에는 새끼오븐이 있는데 그걸로도 만들수 있어요?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7

헤헤헤 어떻게 드리면 될까요;;; 새끼 오븐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밥통에 쪄도 된다에 한 표-_-;;;;

 Commented at 2010/01/22 11: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7

아, 은근히 사람들이 바나나로 빵 만드는 걸 잘 몰랐나봐요. 너무 미국적인가봐요-_-;;;

 Commented by mew at 2010/01/22 12:47 

맛 있 겠 다~ +ㅠ+

울어무니께서 제과제빵 학원 다니시는데, 시험출제작들을 만들어서 가져 오시면 너무 달더라구요… 제과제빵은 재료의 정확한 계량이 생명이라던데, 설탕을 왕창 뺀다거나 아예 넣지 않으면 맛이 하나도 없어지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8

설탕이 단맛도 단맛이지만 빵의 촉촉함도 좌우하기 때문에 설탕을 너무 많이 줄이면 촉촉함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점을 염두에 두고 설탕을 조정하는게 좋지요~

 Commented by JUICY at 2010/01/22 14:30 

역시 bluexmas님이셔요. 요즘 갑자기 과일에 빠져서 -_-; 대학교 들어와서 처음으로 제 돈주고 과일사서 먹어봤어요. 가장 만만한게 바나나여서 한송이를 샀는데 아무래도 얘가 시커매지기 전까진 다 못먹을 것 같아서 친구를 1/3쯤 띠어줬는데 지금 후회중이예요 ㅠㅠ 어제 두개 오늘 두개 먹었더니 주말이면 다 사라질 것 같네요 엉엉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8

엉엉 그렇다니 저도 슬퍼지네요. 나중에 쥬시님 댁에 바나나빵 놔드릴께요-_-;;;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1/22 14:31 

바나나빵 저도 수없이 실패하고 아직도 실패하고 있죠. 저 부푼 부문이 잘 안익고 질척거리고… 호박넣은 빵은 잘 나오는 데 말이죠. ;ㅁ;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3 07:38

아, 호박빵도 구워보셨어요? 아예 겉이 바삭해질때까지 굽는다고 마음 먹으면 가운데 질척거리는 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1/22 15:23 

한국계란이 작고 아담하죠. ^^; 전 미국은 계란도 큰가 @_@! 했던 기억이 있어요.. 음 계란도 텍사스 출신? ㅎㅎ.. (실없는 농담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10:16

텍사스 출신이면 계란도 더 크지 않을까요? 미친 스테이크 이런 거가 텍사스의 명물인데..

(저도 실없는 농담 정말 좋아해요 크크)

 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1/22 16:36 

바나나케익이 촉촉하고 너무 달지 않아서 맛이 좋은데 저는 바나나를 너무 좋아해서 빵에 넣을게 남아나질 않더라고요~ 한번은 큰맘 먹고 바나나를 사왔는데 제가 참아냈더니 제가 자는 사이에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눈을 떴을 때는 껍질만 남았답니다 ㅠ_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10:17

아이고 껍질로는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좀 안타까운데요 T_T 바닥에 깔아놓으시는 것도…T_T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1/22 16:36 

바나나를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한 다발 사오면 3일을 못 가요..왔다갔다 하면서 다 먹어 버리거든요^^

음…그렇다고 왕란을 써서 세 개 넣으면 계란 비린내 나구…어느쪽이든 어정쩡한 크기ㅎㅎ

어쩐지 생크림 듬뿍 얹은 바나나크레페가 먹고 싶네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10:40

크레이프, 또는 크레페는 집에서 만들기가 참 쉽지 않아요. 그렇게 얇게 부쳐내는 게 참… 프랑스 같은데에서 부치는 걸 보면 정말 반죽을 얇게 발라서 부치더라구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1/22 18:44 

썩기 직전의 바나나.. 최고죠. 저도 언젠가 바나나 잔뜩 샀다가 썩을 때까지 처치를 못하다가 그 상태 그대로 급랭해서 보관하니 오래가고 그 맛 유지가 되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10:46

네, 바나나는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더 이상 익지 않더라구요. 믹서가 있다면 바나나 셰이크도 바쁜때 아침으로 참 좋습니다만…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1/22 23:12 

바나나빵이라, 재료를 아끼지않고 사용하면 풍미가 좋겠네요^^

한남동(옥수동길 초입)에 [기욤]이 분점을 냈는데, 여기 빵은 어떤지 시간이 허락하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빵은 영 몰라서…궁금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10:47

솔직히 재료 값이 비싼 건 아니어서 아낄 이유도 별로 없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분점도 한 번 가본 다음에 글을 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빵을 좀 덜 먹고 있기는 합니다만…

 Commented by clove at 2010/01/23 11:57 

맛있어보여요. 조리법을 슬쩍 보니, 제가 쓰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싶네요. 베이킹 일러스트레이티드..여기 레서피 괜찮죠.^^/ 저는 초파리들 때문에 바나나 넣어 만드는 아이들은 겨울에만 구워요. 냉동실에 바나나 꺼내서 조만간 한 번 구워야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10:52

예, 여러 베이킹 책들이 있지만, 정말 이거 한 권이면 대부분 다 만들 수 있죠. 싸게 파는 호두를 사와서 한 번 더 구워야되겠어요~

 Commented by december at 2010/01/23 13:16 

ㅎㅎㅎ질문은 냉동실에서 밤에 내어두면 다음날은 먹기 좋은 정도로 녹을까요, 건조하게 굳어버릴까요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10:52

네, 랩에 싸두었다가 꺼내서 녹히면 마르거나 하지는 않더라구요. 지방도 넉넉하게 들어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