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들어낼 수는 없을까
집에 있으면 오만가지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자니 가고 싶은 데가 없다.
그리고 이건, 좁은 나라에 살았을 때 느끼는 최악의 감정이다. 사람이 없는 어딘가를 가고 싶은데 그런데가 없기 때문이다. 해안선이 아름다운 전라도의 어딘가를 가도 바로 그 아름다운 해안선의 한 가운데에 러브호텔이 떡허니 박혀있는 곳이 우리나라가 아닌가. 슬프다.
딱 사흘 정도만 아무 생각없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내고 싶은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참 어렵다. 책상이며 방은 온통 먼지로 가득해서 치워야만 할 것 같고, 어째 운동도 더 열심히 해야될 것 같으며, 책도 좀 읽어야만 할 것 같다. 마카롱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부엌이 쓰레기장이니 일단 청소며 설겆이부터 해야할 것 같다. 그러나 그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바로 이럴 때에 집을 떠나 어딘가 며칠 동안 있어야 하는데 그럴 여건은 또 잘 안 된다. 결국 소파에 누워 하루 종일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를 유투브로 보면서 자다깨다를 되풀이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여건이 받쳐줘야 할 수 있는 건데, 나는 지금 그럴 여건이 전혀 아니다. 예상은 했지만 오늘 날아온 이번달 카드 대금 영수증을 보고 기절할 뻔 했는데, 결국 나를 기절한 뻔 하게 만든 그 액수라는 것이 계획대로 일이 진척되어 결과를 보고 있다면 덜 걱정할 정도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두 배로 더 우울해졌다. 내 나이 서른 여섯에 이 정도의 지출로 우울해진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나는 대체 뭘 이루고 산거냐 지금까지. 갑자기 막 화가 치밀어 오른다.
# by bluexmas | 2010/01/20 02:17 | Life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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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요즘은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기분이라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원하는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해서 또 그닥 신나는 것도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