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1)-삼세번에 만들어낸 꼬막파스타

꼬막에 한 맺힌 것도 아니고 파스타를 못 먹어서 환장한 건 더더욱 아니지만, 그래도 제철인데 마음에 들때까지 파스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게다가 이마트에서 떨이에 파는 참꼬막을 찾고나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전까지 썼던 건 새꼬막이었는데 참꼬막이 더 맛있는 걸 알고 있으니 어떻게든 시험을 해 봐야 아쉬움이 없을 것 같았다.

지난 번에 꼬막으로 파스타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생각보다 꼬막이 즙을 많이 토해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름을 많이 많이 쓸 생각이 없었으므로 어떤 재료로든지 소스를 만들어야만 하는데, 몇 분이 댓글에서 크림을 얘기해주셔서 그걸 기본으로 하면서 크림과 잘 섞이도록 꼬막을 적당히 갈아서 넣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려면 꼬막이 넉넉하게 있어야 하는데, 떨이로 가져온 참고막은 껍데기를 까고 나면 양이 얼마 될 것 같지 않아서 그건 마지막에 파스타와 섞고, 갈아서 소스를 만드는 재료로 새꼬막을 따로 샀다. 그래서 두 종류의 꼬막을 밤새 해감시켜 삶아 살을 발라냈다.

이건 사는 김에 한 번 맛을 보고 싶어서 산 맛조개. 이름처럼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해감이 잘 안 되어서 먹기 불편했다.

또한 지난번에 어떤 분이 파슬리와 꼬막이 안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시험해보고자 파슬리를 빼고 대신 익히면 은은한 단맛이 나는 파의 흰뿌리 부분을 마늘과 골파와 함께 잘게 다져 준비했다. 그래서 조리 과정은 일단 재료를 다 준비한 뒤 다진 마늘과 파, 골파를 투명해질때까지 볶은 다음, 간 새꼬막 살을 넣고 백포도주를 조금 넣어 끓였다가 크림으로 마무리를 해서 소스를 준비한 뒤 마지막에 면과 참꼬막살을 한데 머무려주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두 종류의 꼬막 모두 살을 발라내니 즙이 만만치 않게 나와서 모두 소스에 넣었다.

색깔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크림과 간 조갯살이 일단 면과 따로 놀지 않고 잘 버무려지는 것만으로도 전체적인 맛에서 조개의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 아예 링귀니를 쓰면 어떨까 생각을 했는데 깜빡 잊고 면을 사지 않았다. 드라마 ‘파스타’의 셰프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면이 소스를 쏙쏙 빨아들이도록 면과 소스의 비율을 조절했어야만 하는데 과식하지 않으려고 면은 2인분, 소스는 3인분을 준비해서 아무래도 좀 질척한 느낌은 있었다.

파는 생각했던 것처럼 원하던 은은한 단맛을 주기는 했지만 역시 파슬리가, 그것도 향이 더 강한 납작한 잎 파슬리가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크림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가벼운 맛은 아니므로 산이 조금 더 있으면 좋았을 것이다(그레몰라타를 만들어 얹어주었으면 좋았을듯?). 크림에 맞서기 위해 마지막에 후추를 좀 넉넉하게 뿌려주기는 했다.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사실 거의 먹지 않는데, 이만하면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파스타치고 손이 많이 가서 음식점에서 내기에 적당한 메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째 갑자기 파스타를 아스트랄해질때까지 연습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뭘까.

이건 뺑드빱빠의 식빵을 살짝 구워 마늘과 마른 허브를 섞은 버터를 발라 다시 한 번 마무리로 구워준 마늘빵. 웬만한 바게트 같은 마늘빵 만들기에는 이게 훨씬 낫다.

 by bluexmas | 2010/01/19 11:33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32)

 Linked at 이글루스와 세상이 만났습니다 .. at 2010/01/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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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19 11:39 

앗 드디어 만족스러운 파스타를 만드셨네요!!! 정말 손이 많이 간 음식이네요. 크림소스라니요 침 쥘쥘 ㅠ.ㅠ

항상 연구하시는게 멋지세요! 전 걍 먹는 데 의의를 두고…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2:55

뭐 연구라고까지 할 건 없구요. 그냥 약간 오기가 북받쳐 올라서…-_-;;;;

 Commented by guss at 2010/01/19 12:17 

짝짝짝-!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2:55

아이고 민망하게 왜 그러세요-_-;;;;

 Commented by Cloud at 2010/01/19 12:54 

축하의 의미로 박수를 쳐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요. ^^

근데 사진을 보니 정말 배가 고파지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2:55

저는 제가 만든 음식이라서 그런지 봐도 별로 배가 고파지지는 않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이 만든 음식을 보면 배가 고파기지보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구요.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0/01/19 13:26 

멋져요..! 음식에 대한 열정이 아주 그냥~…

손이 정말 많이갔군요… 그래도 맘에 드는 레시피를 발견하셨으니 좋으시겠어요 ㅎㅎ

전 생토마토를 이용한 소스에 한동안 열을 올렸었지요. 신맛과 단맛의 조화를 찾는 부분이 어렵더라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2:58

당분간은 귀찮아서 조개 들어가는 파스타는 안 만들 것 같은데, 또 모시조개로 만들어보고 싶어지네요;;; 토마토로 소스 만들면 단맛과 신맛 조화하는 게 좀 어렵죠. 저는 시지만 그냥 먹어요-_-;;;

 Commented by Gony at 2010/01/19 13:40 

아 저도 요리에 발을 좀 담궈봐야겠어요 ㅎㅎ 이런 포스팅 볼 때 마다 더더욱 욕구 충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2:58

요리엔 손을 담그셔야죠, 발을 담그시면 못먹습니다 크크크,

 Commented by 점장님 at 2010/01/19 14:35 

저 한입만 !! (정음 버젼)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2:59

앗 드릴께요 드릴께요T_T 황정음이 그거 하면 너무 불쌍해서 한입 주고 싶더라구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1/19 14:43 

꼬막포스팅을 볼 때마다 어째선지 맛조개 생각이 났는데 사진으로 올려주시니 괜히 반갑네요^^

토마토페이스트랑 어울릴까 생각해봤는데 어쩐지 꼬막 맛이 죽을지도..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3:00

맛조개는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지글거려서 또 먹기는 좀 그렇겠더라구요-_-;;

토마토 소스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해요. 홍합에 토마토 소스 많이 해 먹으니까요~

 Commented at 2010/01/19 14: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3:00

꼬막도 즙이 좀 많더라구요. 꼬막덕에 그래도 먹어줄만은 했어요. 밤에 파스타 먹으면 잠이 좀 잘 오는것 같기도 해요…

 Commented by december at 2010/01/19 15:08 

파슬리 하니까 생각났는데, 이상하게 실란트로와 파슬리는 자동으로 뱉어내는 시스템… 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뱉어내다보니 둘의 구분을 못 하게 되었어요.

둘 다 비슷하게 느끼는데, 블루엑스마스님은 안 그러시겠죠?

못 먹는 향채가 있다는 건 종종 곤혹스럽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3:00

아 저는 그냥 웬만한 향채는 다 먹는 것 같아요. 실란트로 안먹은지가 오래라 먹고 싶어지네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1/19 20:38 

멋집니다. 집념의 결과 드디어 만족하실 결과물을 만드셨군요! 맛있어보이는걸요. 껍데기를 벗겨가며 먹어야 하는 조개 파스타가 아닌, 건더기가 자연스레 섞인 형태라면 저도 좋아할 것 같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3:01

껍데기 벗기면서 먹기 귀찮으니까 미리 벗겨놓는거죠 뭐. 손이 많이 가서 아무래도 좀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googler at 2010/01/19 22:12 

와아… 레스또랑서도 팔지 않는 꼬막 파스타. 그죠? 크림이랑 더 잘 어울린다는… 조개들어간 크림 스파게티랑은 달리 꼬막 파스타의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거 같다는… 딴 거 안 팔고 이 꼬막 스파게티만 전문으로 하는 또랑 생겨도 기특한 매출 불러올 듯하다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3:01

어디에선가 팔지도 모르겠어요. 비슷한 레시피를 찾아봤는데 잘 나오지는 않더라구요. 꼬막 까는게 힘들어서 단가가 좀 높을지도 모르죠…^^

 Commented by clove at 2010/01/19 22:31 

두 접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백포도주와 파의 흰 부분과 크림의 조합..상상만으로도 침이 꼴깍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3:02

저도 아마 늦은 점심이 아니었으면 보다 더 많이 만들어서 먹고 그냥 늘어져서 잤을지도 모르겠어요…모시조개를 사다가 한번 또 만들어보려구요~

 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1/19 23:01 

우와~ 맛있어보여요~ 파스타도 맛있어 보이고 빵도 너무너무 침이 넘어가는 자태를 뽐내고 있네요~ 조개류는 맛이 있는데 해감이 어려운 것 같아요. 먹다가 모래가 씹히면 그 뒤에는 조개 먹기가 겁나게 되더라고요….ㅠ_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0 03:02

해감이 정말 어렵더라구요. 소금물 농도를 맞추라는데 그게 쉽지가 않지요… 그래도 이번 꼬막은 괜찮았어요. 맛조개는 많이 씹혀서 먹기가 좀 괴로웠어요.

 Commented at 2010/01/20 11: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2 23:31

저는 조개만 찜이나 구이로는 잘 안 먹게 되더라구요. 배는 안 부르는데 힘은 드는 음식들 있잖아요. 언젠가 미국에서 아주 배가 고팠는데 차로 어딘가를 오랫동안 달려가서 게를 먹은 적이 있어요. 얼마 먹다가 못먹겠더라구요. 먹을수록 배가 고파져서요.

고등어 파스타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그걸 잘한다는 어느 집에 가봤습니다.

 Commented by 그대로두기 at 2010/01/23 15:11

혹시 구란구스또에 다녀오셨나요.

거기서 고등어파스타를 먹었어요.

집에 와서 두 번쯤 시도해봤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은 했어요.

블루마스님이라면.

그럭저럭이 아니라….

좀더 섬세한 재연을 해주실 수 있을 듯해요.

한참 뒤에 하려니.

가물거리더라구요.

파향이 좋았던 기억이 남아서, 대파의 흰부분을 많이 넣어

파기름을 우려 내서 볶다가,

나중에는 쪽파를 많이 얹어 주었는데…

이거. 해보시고, 올려주실 거죠.

제가 이 레시피 찾았는데… 예전엔 원하는 걸 못 찾았거든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10:27

으아 어디엔가 덧글을 다셨던 걸 기억하고 한참 찾았어요-_-;;;;

네, 거기 다녀왔습니다. 매주 한 군데씩 가고 있거든요. 저는 삼치 파스타를 먹었는데 조리의 기본이 정말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고등어 파스타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간 것이었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걸 생각하고 있거든요. 곧 도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1/21 02:42 

역시 3은 완벽한 숫자군요!?

결국은 마음에 들게 성공하셨군요

저도 한 입 먹고싶네요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2 23:33

오 역시 그런가봐요 3은 완벽한 숫자…. 태국은 좀 머네요 드리기에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