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구경
본의 아니게 싸움구경을 하게 된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세계에서의 싸움구경은 성질이 급한 나에게 즐길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길은 걸으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을 디디며 계속 가야되는 사람이라 서서 싸움구경을 찬찬히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물리적이지 않은 세계에서의 싸움구경은 그 여건이 조금 달라진다. 일단 얼마든지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솔직히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찬찬히 구경하게 될 때가 있다. 여유가 있으면 심지어 차도 한 잔 내려놓고, 음악도 틀어놓고 일까지 해가면서 싸움 구경을 한다. 그게 며칠에 걸쳐 계속된다. 물론 그러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다가 guilty pleasure라는 딱지를 붙여볼까 생각하다가도 또 나를 진짜 즐겁게 만드는 다른 일들보다 딱히 즐겁지도 않다고 생각하면 그래야 될 이유를 느끼지도 못한다.
뭐 그냥 지극히 탁상공론적이고 이론스러운 판별기준이라는 것은 알지만,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있어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갈등은 뼈와 살끼리 직접 만나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갈수록 적어지는 이유는 어쩌면 그러한 갈등을 빚는 원인이 물리적인 노력을 기울여 풀어야 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상공간에서의 갈등은 과연 우리의 삶에 왜 필요한 것일까? 어떠한 갈등은 관계를 더 좋게 만들어주고, 또 어떤 것은 그 반대의 길로 가지만 그래도 서로 확인할 것만은 시원하게 확인하는 여건을 조성해주기도 한다. 역시 저 #끼랑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정력낭비야, 뭐 이런… 그러나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갈등에서는 그 둘의 가능성이 희박해보이다. 그러나 싸움은 계속해서 일어난다. 때로는 다른 부분에서 조금 더 행복하면 가상공간에서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관계의 발전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싸움구경은 유쾌한 일은 아닌데 내가 개입해야되는 건덕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 구경은 그야말로 구경이 될 뿐이다. 가끔 누군가를 혼자 비웃기는 하지만 편을 들거나 들지 않을만큼 아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믿는 자신은 정말 자신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인정하기란 죽도록 두려운 일이다. 자칫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세계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으니까.
# by bluexmas | 2010/01/14 16:52 | Life | 트랙백 | 덧글(6)
서로 피곤하면 슬프고, 한쪽은 피곤한데 한쪽은 재미붙어 물고늘어지면 화나고, …음 쓰다보니 무슨 말을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열아홉 워리어 시절 후로 싸움은 구경도 힘듭니다;ㅁ; 지금은 게으른 열여섯™살 평화주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