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두 군데에서 퇴짜 맞은 사연

먹어보지도 않고 음식점에 대한 글을 쓰는 경우는 없는데, 기록을 해 놓고 싶었다.

점심 때 근처에 갔다가 서울대입구 역 근처 지구당에서 점심을 먹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은 그렇게 근처도 아니었고, 지하철 네다섯정거장 쯤 떨어진 곳이었다. 배도 배지만 호기심을 채워보자는 생각이 더 많았다. 점심시간이 두 시까지라고 들었는데 서울대 입구에 도착하면 10~15분 정도 남을 시간이라 좀 불안했다. 이 집에서 밥 한 그릇 먹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착하니 내 앞에 네 사람이 줄을 서 있었는데, 곧 두 사람이 들어갔다. 시간은 두 시 십 분 전 정도? 중간에 일하는 사람이 나와서 내 앞의 일행이 몇 명인지를 확인하는 것을 보고는 그래도 밥을 먹여줄 수 있어서 물어보나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 사람이 다시 나와서는 연신 머리를 숙이며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사과했다. 내 앞에 서 있던 남녀는 그런 경험을 벌써 해봤는지 어쩐지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떴다. 나라고 뭐 할 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사과까지 하는데.

인터넷에서 주워듣고 본 바로 그 지구당이라는 음식점이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알기 때문에 딱히 기분이 아주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배가 고팠던 것은 문제이긴 했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팍팍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만약 지구당에서 내놓는 음식이 정말 신선하게 준비해야 하는 계절재료나 구하기 어려운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라면 그렇게 정말 똑 떨어져서 단 세 명의 손님을 돌려보낼 수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루 종일 한 가지의 음식을 만들어서 내놓는 집이라면 조금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면 퇴짜맞은 사람이 나 자신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셈인 걸까? 잘 꾸려나가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서 다른 것도 아닌 음식인데, 그 정도 손님에게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넉넉함 쯤은 있다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뭐 사람들이 딱히 더 좋아해야 될 필요가 현재로써는 없어보일 정도로 손님들이 넘치도록 찾아오기는 하지만… 다음 번에 또 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곳에서의 경험이 맛도 맛이지만 그렇게 줄 서서 먹는 경험이나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망설여진다.’아, 그 집에서 먹어봤어’ 라는 한 마디를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어서 가는 것이라면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그렇게 점심을 먹지 못하고 딱히 아는 데가 없어서 성민샤브샤브에서도 점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싶어 질척질척한 눈을 헤치고 갔는데 앞에 점심 메뉴 현수막은 걸어놓고서도 주방장이 없어서 음식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아예 점심 메뉴를 하지 않는지, 아니면 사람이 없으니까 주방장이 쉬러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려면 아예 문을 잠가놓고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딱히 이 집 음식이 먹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아는 집이 거기 뿐이라서 간 건데 뭐 기분이 딱히 좋을 건 없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해서 더더욱… 결국 두 군데에서 퇴짜를 맞자 밥맛도 없어지고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기도 해서들고 다니던 비상식량 아몬드로 때워야만 했다.

 by bluexmas | 2010/01/09 12:09 | Taste | 트랙백 | 덧글(18)

 Commented by F모C™ at 2010/01/09 12:48 

그런 날이 있기는 해요. 저는 그저 마음먹고 갔더니 휴일이었더라, 한 적은 있는데.. 그래서 가본 적 없지만 가려던 다른 집을 갔더니 문을 닫았고요;

그런데 문은 열렸는데 두번 연속 그런 상황이었으면 입맛이 없어지기는 하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10 23:47

네 정말 입맛이 싹 가시더라구요… 뭐 그런 날도 있는거죠T_T 배가 고프기는 한데 뭔가 먹고 싶어지지않더라구요.

 Commented by sarah at 2010/01/09 13:19 

두 가게 사이가 그렇게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고생하셨네요.

서울대 입구라면 외래향도 괜찮아요. 이미 늦었지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10 23:47

서울대 입구 역 근처도 꽤 번화하던데… 눈이 쌓여서 정말 다니기 힘들던데요. 외래향이라… 다름에 한 번 가보죠 뭐 🙂

 Commented by essen2 at 2010/01/09 13:58 

사진이……….. 참 좋은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10 23:48

사진기가 좋아서 잘 찍히는거죠 뭐 저는 별 볼일 없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황송해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01/09 16:12 

아~ 오늘이었으면… 제가 구제해 드릴 수도 있었는데…ㅠㅠ;;

유명한 완산정의 콩나물 국밥이라도 드시지…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10 23:48

아 정말 닥슈님 한 번 뵙고 만두라도 같이 드시지요~ 1월 말쯤 한 번 볼까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1/09 17:09 

이런, 고생하셨군요.

지구당은 멀리서 맛볼 가게는 아니라 봅니다. 그 동네가 교통이 딱히 편하지도 않아서.. 시간이 어중간할땐 목적했던 곳을 포기하고 근방 가게를 찾는게 안전하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10 23:49

네 뭐 저도 음식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동네는 완전 백지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구요.사대문안처럼 걸어서 어딘가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1/10 02:06 

오랫만에 들렀네요

두 군데나 퇴짜를 맞아서 점심을 못드시다니…

전 하루종일 차를 탔는데 밥맛은 없어도 이상하게 잘 넘어가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10 23:49

그렇지 않아도 소식이 없으셔서… 좋은 여행 하셨나봐요. 밥은 언제나 잘 넘어가야죠 🙂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01/10 05:21 

일단 나름 유명해진 곳을 방문할때는 조금 꺼려지게 되더군요.

이전에 말씀하신대로, 유명세에 대한 기대나 많은 의견들이 점차 확대재생산되는거 같습니다.

좋은 점을 찾고자 주목하면 어두운 부분은 잘 보이지 않게 되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10 23:50

그렇죠… 지구당 같은 집도 사실은 ‘컬트’ 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에 정서적인 가치를 빼 놓고 생각할 수 없으니 사실 평가라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고 생각도 합니다.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10 14:03 

엥 ㅠㅠ 저두 어디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블루마스님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문을 닫거나.. 사람이 많거나 해서 못 들어간 적이 있거든요. 그렇다고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을 수도 없고 참 난감하더라고요.. 비상식량 들고 다니시는거 좋은걸요. 저같으면 간식으로 다 먹어버리겠지만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10 23:50

사실 일 때문에 서울대에 가야되나 생각을 하던터라… 그랬다면 아마 그냥 구내식당에서 백반 이런 걸먹었을거에요. 사실 학교 식당 밥 좋아하거든요T_T

 Commented by 여우달기 at 2010/01/10 20:09 

저런.. 고생하셨네요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10 23:50

뭐 그럴 때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