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보다 더 닦기 힘든 꼬막파스타 후기

드라마 ‘파스타’ 방영 기념 파스타 포스팅? 물론 농담이고(잠깐 봤는데 별로…연애담과 주방에서 #랄하는 주방장 그 두 가지를 과장해서 드라마라는 마차를 끌고 가는 두 마리 말로 만드는 건 그야말로 안봐도 비디오다)

꼬막으로 파스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다. 모시조개나 홍합, 바지락 같은 것으로도 만들 수 있으니 꼬막으로는 못만들겠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해봤는데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사실 꼬막을 직접 조리해본 적은 없어서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얻어 일단 서너시간 정도 해감을 시켰다. 다른 조개들은 바로 볶아서 파스타소스를 만드는 걸로 알고 있지만 꼬막은 해감을 덜 시켰을 경우 악몽이 될 것 같아서 일단 쪄보았다. 거의 모든 조리법에서 삶을 것을 권하지만 국물을 먹을 게 아니라면 조개를 굳이 물에 담궈야 될 필요는 없으므로 찌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손질이 잘 되어 있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여러번 박박 닦고 치솔로 문질렀는데 꼬막은 껍데기의 골이 워낙 깊어서 좀 성가셨다. 닦으면서 내 얼굴 닦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익으면 조개들이 다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적당히 시간이 지나고 반 밖에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 익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개를 다 건져서 다른 파스타 소스를 만들때처럼 마늘 등등을 올리브 기름에 볶다가 조개를 넣고 볶은 뒤, 쪘을때 생긴 국물을 자작자작하게 부어서 끓였다. 그리고 삶은 스타게티를 부어서 버무렸는데 그래도 조개는 잘 열리지 않았다.

조개를 써서 만드는 파스타 소스라는 것이 조개가 열리면서 뱉어내는 짭짤한 즙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조개가 열리지 않았으니 절반 정도는 의미가 없었다. 결국 스파게티 면과 열린 조개를 다 먹은 뒤 적어도 20분 동안은 열리지 않은 조개와 씨름해서 다 까먹기는 했지만 이러면 파스타에 넣는 의미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으로는 열기 힘들어 나이프로 뒷부분을 열어서 먹다가 손가락을 긁은 것도 역시 한몫했다. 즙도 많고 살도 질기지 않아서 꼬막이 맛있는 조개인 것은 틀림없지만 차라리 전부 삶아 껍데기에서 빼내 파스타를 만든다면 모를까, 그냥 껍데기채 쓰는 건 파스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내 얼굴 닦는 것보다 더 닦기 힘든 재료라면 쓰기 귀찮다.

 by bluexmas | 2010/01/06 09:40 | Taste | 트랙백 | 덧글(26)

 Commented by nabiko at 2010/01/06 09:41 

꼬막 스파게티가 없는 건 다 이유가 있었나보네요.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4:01

한 3만원 해야할 것 같아요. 인건비가 엄청 잡아먹겠더라구요-_-;;;

 Commented by clove at 2010/01/06 09:53 

그래도, 무척 맛있어보입니다(꼬막 손질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4:01

감사합니다. 오기가 있어서 다시 도전해보려구요. 저도 꼬막 손질은 참 귀찮아서 별로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빨리 익고 껍데기에 주름도 없는 홍합이 최고에요-_-;;b

 Commented at 2010/01/06 10: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4:02

네, 저건 새꼬막이고 참꼬막이 더 맛있다던데, 그래도 맛있었어요.

생각보다는 꼬막이 깨끗해서 저도 그렇게 어려움 없이 닦기는 했어요. 조금 귀찮았지요-_-;;;;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1/06 10:19 

역시 그런가요? ‘연애담’ 좀 빼면 안된답니까…-_- 우리나라 드라마는 연애담 없는 드라마는 죽어도 만들기 싫은가봐요. 실존인물을 다룬 사극에서도 굳이 상상력을 발휘해 애정라인을 만들어대고..

하얀거탑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드라마 ‘파스타’는 패스네요.

아 bluexmas님의 파스타는 역시 좋네요. 다만 전 꼬막이 아니더라도 껍질채 넣는 조개는 먹기 불편해해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4:03

저는 하얀 거탑은 안 봐서 잘 모르겠는데 드라마에 연애를 빼면 아무도 안 보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껍질째 넣는 파스타는 먹기가 좀 불편하지요. 그러나 곧 꼬막 파스타 다시 도전하려고 합니다;;;

 Commented at 2010/01/06 10: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4:04

조개는 오래 익히면 질겨지니까요. 아무래도 다음에는 껍데기를 벗겨 내서 뭔가를 해야 될 것 같더라구요. 그러면 준비하는데 손이 더 많이 가겠죠… 조개 자체에 즙이 많고 짭짤해서 꼭 파스타와 짝을 좀지어줄 것 같아요^^

 Commented by subin at 2010/01/06 11:56 

전 파스타 재밌었어요:)

화면에 주방과 요리가 많이 나오는데다,

그 어정쩡한 느낌이 좋더라구요.스타급 배우로 무장하지도 않았고.

설래더이다:D

음식사진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오늘의 꼬막파스타도 멋지네요! 고생하셨다지만…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4:04

제가 공효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주방장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걸 보기가 싫더라구요. 저도 계속 참고 보지 않을까 싶어요^^;;;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0/01/06 12:41 

훌륭한 실험정신으로 전 꼬막 파스타라는 가능성을 머리에서 지웠습니다 ㅎㅎㅎ

역시 음식도 실험정신이 있어야 새로운 조리법이 나오는건데 말이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4:05

뭐 실패한 음식을 먹을 준비만 되어 있다면 뭐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_-;;;;;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1/06 13:00 

저 어렸을 때의 그 짤통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꼬막은 익어도 입을 좍 벌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갓 삶은 꼬막은 정말 맛난 것이지만 참으로 먹을 때 손 많이 가는 음식이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4:05

제 기억에도 그랬던 것 같아요. 아주 고집스러운 녀석인가봐요-_-;;;; 그러나 오랜만에 먹었는데 참 맛있더라구요 🙂

 Commented by F모C™ at 2010/01/06 14:02 

꼬막 쪄서 양념간장 올리는 걸 엄마가 가끔 하셨는데 그때마다 꼬막이 입을 쫙 벌린 게 드물어서 억지로 뜯어야했던 기억이 납니다.

스파게티를 하려면 저 골을 다 벅벅 닦아서 쓰셔야했을테니.. 생각만해덜덜이네요; 찌거나 구워서만 먹는 건 다 그런 이유가 있었나봅니다;;

전 홍합보다 작은 조개는 뜯기 귀찮다는 이유로 잘 손 안댈 정도로 게으르거든요^^;

 Commented by 링캣 at 2010/01/06 14:56 

꼬막 말고 모시조개 쓰셨음 편했을텐데…꼬막은 조림이 맛있죠>ㅅ<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01/06 16:10 

신나는 꼬막껍질. 꼬막을 한봉지 사면 새 칫솔도 같이 카트에 담아주는게 기본이죠.

그래서 전 언제부터인가 꼬막을 해먹긴 싫고, 반찬가게에서 사먹긴 의심스럽고 해서 마음속에서 지웠지 말입니다. 흐어헝형날헝낳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1/06 16:21 

항상 손질을 대충 해서 여러가지로 버석이는 조개를 먹지요..;

사진 보니 꼬막 한 냄비 삶아다 까 먹고 싶은데 마트 가서 보니 가격에 눈 돌아 가던걸요

감질나서 그것 갖곤 모자랄텐데@_@

 Commented by 봄이와 at 2010/01/06 17:03 

왜 전 이 글을 읽고나니까, bluexmas님이 얼굴을 칫솔로 박박문질러 닦는 상상을…;;;;

전 요즘 좀 이상해졌나봅니다.

 Commented by 아리난 at 2010/01/06 18:09 

그러고 보니 꼬막은.. 간장조림말고 다른 방법으로 요리된걸 거의 본적이 없는것 같아요. 다 이유가 있었던건가 싶네요. 그런데 이렇게 깨끗히 씻기 어려운 재료라면 식당 반찬으로 나오는 꼬막을 신나게 집어먹을 일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데요?-_;;;;;;;;;;;;;;;;

 Commented by essen2 at 2010/01/06 18:26 

광주에서 배운건데요, 꼬막은 수저를 꼬막뒷부분에 끼운후 살짝 비틀면

신기할정도로 잘열리더라구요. 꼬막은 익어도 입을 조금만 열거나 아예 열지 않으니

파스타 재료로 쓰기엔 조금 안타깝겠군효.

 Commented by zizi at 2010/01/06 23:24 

크흐흐.. 제목이 너무 웃겨요. 꼬막을 좋아하는데 손질이 귀찮아서 자주 안사먹네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07 01:12 

새로운 시도가 멋지네요~ 알맹이만 꺼내서 써두 좋겠지만 시각적으로.. 블루마스님 만드신 것처럼 껍데기 있는게 더 예쁠것같네요 ^^;

 Commented by 캣빠와 at 2010/01/07 18:05 

앗 꼬막! 식감이 탱글탱글해서 파스타랑 잘 어울릴 듯. 예전엔 반찬으로 이젠 술안주로 더 자주 먹는 귀여운 꼬막이군요. 익어도 안열리는 녀석이라서, 보통 간장조림처럼 껍데기 반을 날린 상태로 해보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

파스타 구경하려고 파스타를 잠깐 봤는데 우와 생각보다 더 오글거려요. 근데 이태리 식당의 최정점은 파스타인가요? 손님도 요리사도 파스타에만 목매는데, 배경이 파스타 전문점도 아니고 이태리 식당인데 다른 메뉴는 좀 너무 홀대하더군요. 뭐 파스타 드라마라 그러려니해도 좀 의아해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