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낮술(14)-한류 열풍에 힘입은 조선부추잡채
제목은 좀 장난이고-_-;;; 겨울이라 부추잡채를 사먹으려 했으나 이게 또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재료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거나 무슨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니 집에서 해먹자고 방향을 틀었는데, 정작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호부추를 살 수 없었다. 서울에 갔던 길에 신세계백화점에 들렀으나 물건이 별로 좋지 않아서 안 들여온다는 얘기를 듣고 대신 좀 굵은 보통 부추를 한 단 샀다. 집착이 생겨 결국 집에 오는 길에 이마트에도 들러보았으나 역시 호부추는 찾을 수 없었다.
무엇인가 비법이 담긴 조미료를 넣거나 엄청난 장인의 손길이 들어갔을지도 모르니 섣불리 뭐라고 말하기는 참 뭐하지만 사실 부추잡채는 좀 비싸다. 대부분의 중국집에서 한 접시에 3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집에서 책을 펼쳐봐도 뭔가 특별한 건 없다.
부추잡채에 꽃빵이 없으면 억울할 것 같아서 일단 반죽을 만들었다. 단 한 번도 꽃빵을 꽃빵답게 만들어본 적이 없는데, 인터넷을 뒤져봐도 믿음이 가는 조리법을 찾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특히 밀가루와 물의 비율이 거의 말도 안 되는데 4:1과 같은 비율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조리법은 그래도 말이 되어 보였는데 밀”까루”라는 표현을 한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쓰고 있어서 믿을 수 없었다. 밀가루가 밀”까루”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다른 것도 못할 가능성이 안타깝지만 좀 높다고 생각한다.
결국 물의 비율은 잘 기억나지 않는 비율로 대강 맞췄고, 그래도 어디에서 배운 것처럼 반죽을 넓게 펴 기름을 바른 뒤 말아 켜켜가 완전히 붙지 않도록 했다. 카모메식당에 나오는 시나몬롤처럼 가운데를 꾹 누른 빵들도 있어서 시도를 해 봤으나 별 소용 없는 짓이라는 걸 알았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그런 모양의 시나몬롤을 싫어한다.
다 찌고 나니 빵은 쫄깃쫄깃했는데 사실 꽃빵은 쫄깃쫄깃해야될 필요가 없으므로 예전에 중국집에서 먹던 꽃빵의 반죽에는 어느 정도 지방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안 그러면 그렇게 폭신폭신할 수가 없으니까. 통밀을 섞어서 그런지 색이 누렇다.
이렇게 빵을 만드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사실 잡채는 금방 만든다. 재료나 조리법을 굳이 올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기름기 없는 잡채용 돼지고기와 부추를 적당한 비율로 준비해 팬을 아주아주 뜨겁게 달궈 먼저 고기를 볶고 따로 볶다가 마지막에 합쳐서 살짝 마무리하면 된다. 호부추일 경우에는 두껍고 하얀 부분과 파란 부분을 따로 볶으라고 하는데, 조선부추일 경우에는 그럴 필요도 없고 볶는 시간도 아주 짧아야 한다. 결국 나도 볶는 시간을 조금 넘겨 부추의 숨이 너무 많이 죽었다(그래서 사진을 보면 물기가 흥건하다).
가지고 있는 책(여경옥의 중국요리)를 따라 다른 요리를 만들어오면서 이렇게 길게 자른 돼지고기가 들어갈 때 과연 흰자를 입힐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점차 더 많이 들게 되었다. 고기를 흰자로 싸서 부드럽게 만들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실제로 요리를 만들면 뜨겁게 달군 팬에 흰자가 정말 너무 빨리 익어버려서 나중에는 뻣뻣해지기 때문이다(흰자가 가진 단백질이 원래 그렇다). 꽃빵이 몇 개 남아 있어서 고추잡채든 경장유슬이든 뭔가를 곧 할 생각인데 그때는 돼지고기에 흰자를 입히지 않고 볶아볼 계획이다.
요전에 올렸던 홍합국물 남은 것으로 짬뽕탕을 끓였는데 일본에서 나온 두반장(이금기표는 온갖 쓸데없는 것들이 많이 들어가서 절대 쓰지 않는다;;;)을 넣었더니 일본식 짬뽕의 맛이 나더라.
참, 술… 사실 이런데에 쓰는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아예 없고, 부추잡채는 중국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기름기며 향신료가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full body 정도의 적포도주까지는 필요가 없다고 한다(책을 한참 찾아보았다. 그렇게 생각은 좀 했지만 높으신 분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싶어서). 그걸 확인하고 나니 또 비극이었던 것은 쟁여두고 사는 대부분의 적포도주가 사실은 full body여서… 결국 잘 알지도 못하는 Brouilly가 보졸레였다는 것을 알고는 나의 무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따서 마셨다. 한 병 마시면서 아깝다고, 한 병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by bluexmas | 2010/01/04 09:59 | Taste | 트랙백 | 덧글(37)
근데 중식 레스토랑에서는 왜 그렇게 비쌀까요?;;
게다가 “주방장의 불 다루는 능력을 보고 싶으면 부추잡채를 시켜봐라” 라고 할 정도로 불을 잘 다루어야 하는 요리인지라… 요리사에게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거든요. 결국 인건비로 이어지는거죠…
글 쓰신 대로 그냥 짭쪼롬한 돼지고기와 부추를 볶은 것이면 적절히 심심하고 담백한 맛이겠지만 현재 치아교정중인 저로서는 ‘부추라니, 보철물에 엄청나게 엉켜들겠군 ㅠㅂㅠ’이 먼저 나오는 음식이군요…………..
밀까루..는 참 동감입니다; 담백을 단백이라고 하는 경우도 그저 멍~( ”)a
흰자를 입히는건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던지..나름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나중에 시도하실 방법의 결과가 궁금하네요^^
(쓰고나니까 저 되게 이상한애같네요;;)
밀’까’루..는 약간 당황스럽네요;;
블루마스님의 글 포맷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어느덧 그걸 따라해 버렸습니다.
특허내시는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