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딘타이펑-평범한 음식+비좁은 식탁=평균 이하의 경험
월 30일에 명동의 딘타이펑으로 내키지 않는 걸음을 했다. 굳이 가서 뭘 먹어야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어쩌다 보니 말일까지만 쓸 수 있는 소롱포(샤오롱바오라고 써야 될 것 같은데 다섯자다보니 귀찮다;;;)의 공짜쿠폰이 생겨서 반은 억지로 가게 되었다.
예상했던대로 연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굉장히 많아서 30분이나 기다려야만 했다. 공짜쿠폰이 아니었다면 그냥 명동칼국수로 발걸음을 옮겼을테지만 그래도 공짜쿠폰인데… 하면서 인내심을 발휘해서 기다렸다. 사실 사람들을 받은 여직원은 20~25분이라고 말했지만, 30분도 지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2년 전에 강남점에 간 뒤 딘타이펑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공간이 넓었지만 그에 비해 식탁이 굉장히 좁다는 데에 조금 놀랐다. 식탁이 좁을뿐만 아니라 식탁과 식탁 사이의 공간도 굉장히 좁아서 내 오른쪽 옆자리 가로질러에 앉은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나이의 여자가 떠드는 소리가 내가 그 자리에 이르자마자부터 너무 잘 들리기 시작해서 다 먹고 일어설 때까지 끊이지 않아서 꽤나 괴로웠다. 성형수술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둥, 나이 먹어서 코에 넣은 실리콘이 빠져나올수도 있다는 둥 하는 주로 성형수술에 관련된 얘기와 어딘가로 여행을 가야 되겠다고 하는 얘기도 했는데 참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최악의 목소리와 말투와 목소리 크기, 그리고 화제의 조합이어서 굉장히 버거웠다.
쿠폰으로 소롱포를 시키고 돼지고기가 든 볶음밥과 죽순과 새우가 든 탕면을 시켰다. 소롱포는 그럭저럭 간이 맞고 육즙이 적당하게 들었으며 적어도 속이 뭉치지는 않는, 먹을만하지만 그렇다고 쾌감이나 감동이 밀려들지는 않는 보통의 맛이었다.
탕면은 좀 농담스러웠는데 국물에서는 깨끗하고 진한 닭고기 풍미가 배어나오기는 했지만 좀 빈약했다. 면은 들여다보니 손으로 뽑는 것 같은데 식감은 괜찮았으나 밀가루 냄새가 가시지 않은채 살짝 남아있었다. 먹어도 안 먹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볶음밥도 같이 줬으면 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서비스가 그렇게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두 번인가 재촉하고 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사실 볶음밥을 같이 가져왔어도 문제였을 것이, 식탁이 딱 2인을 위한 가로 세로 60센티미터정도 되는 것이어서 찜통과 탕면 그릇을 올려놓고 나면 볶음밥 접시를 올려놓을 자리가 없었다. 어쨌든 볶음밥은 밥알이 살짝 부스러지는 느낌이어서 그것보다 아주 약간만 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은 잘 맞았고 고기는 약간 딱딱했다.
조금 오래되었지만 강남역점에서도 비슷한 걸 느꼈는데, 딘타이펑의 음식은 요리솜씨만 놓고 보았을 때에는 그냥 보통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소롱포도 그렇지만 특히 볶음밥이나 면 종류는 일반 중국집으로 놓고 본다면 딱 중간정도의 솜씨라고나 할까? 거기에다가 그 가격이라면 100에 45정도 납득하기 어렵도록 빈약한 재료와 80정도 납득하기 어려운 자리배치까지 합쳐 전체적인 외식경험은 사실 평균을 조금 밑돈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자리만 조금 더 넉넉하게 배치해도 그것보다는 낫겠다. 내가 앉은 1층의 자리에 놓은 식탁을 하나만 빼고 그 사이를 그만큼만 넓게 벌려 놓아도 옆사람이 성형수술 얘기를 하는지 마는지에 대해 조금 덜 들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조금 더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사람이 먹는다면 소롱포 하나에 다른 만두 하나, 그리고 식사 하나만 시켜도 부가세까지 2만원대 중반은 나올만한 집의 식탁치고는 솔직히 너무 좁은데, 그게 또 나눠먹을 가능성이 높은 중국음식을 파는 집이라면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부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손에 적어도 가방 하나씩은 사람들이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그 좁은 식탁과 어디엔가 대강 얹어놓은 가방이며 쇼핑백 등등까지 다 계산에 넣으면 결국 이런 공간에서 이런 음식을 경험하는 것은 뭐 그저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경험은 명동이라면 명동칼국수에서 그냥 칠천원내고 해도 된다.
# by bluexmas | 2010/01/03 10:34 | Taste | 트랙백 | 덧글(29)
고생하셨겠네요 ㅠㅠㅠㅠ
저도 전에 서래마을에 있는 프랑스 식당에 가서 듣기 싫은 목소리로 끊임없이 커다랗게 떠드는 사람 옆에 두고 음식 먹다 체할 뻔 했지요. 욕보셨어요…. ;ㅁ;
근데 저짓을 예전에 남자 둘이서 했군요..ㅠㅠ;;…
그러고 보니.. 그형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별로 연애관계에서는 발전이 없…ㅠㅠ;;
탕면은 왠지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비쥬얼
보통의 맛을 뛰어넘는 집을 찾기 힘든가봐요..보통이라도 문전성시인 것을 보면 그 이하도 많은 것인가 싶구..-.-;
저도 얼마전에 명동점 갔다가, 음식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영- 다시 가고 싶진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