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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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동물에 비유하자면, 하얀 고슴도치 같았다. 어찌 되었던 내 삶의 일부분이니까 내버릴 수는 없고, 꽉 끌어안아야만 하는데, 이게 가시가 날카롭다보니 피를 부른다. 게다가 보통의 고슴도치마냥 까맣지도 않다보니 피범벅이 되면 너무 도드라져 보여 내려다보기도 괴로왔다. 그러나 나의 삶이니 오늘까지 죽 끌고와야만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안고 있던 두 팔을 벌려 이 놈을 내버려야 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뭐 돌아보면 늘 그랬다. 어느 해에 나의 삶은 코만 어른이 된 아기 코끼리여서, 안고 있던 내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고, 또 어느 해에는 욕심부려 너무 많이 쳐먹어 만성 설사에 걸린 돼지여서, 안고 더 이상 갈 힘이 없어서 주저앉아 있으면 설사를 계속 뿜어대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다리 사이로 그 물과 같은 똥이 가득 고이기도 했다. 하기스를 채울까도 고민했다가 사람에게 쓰는 기저귀를 차마 돼지한테 채울 수는 없어 그냥 그렇게 주저앉아만 있었다. 아, 또 어느 해에는 삶이 백 마리의 다람쥐인 적도 있었다. 다들 미친 듯이 도토리를 쥐고 쏠아대느라 밤에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버려야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내 건데 그게 그렇게 쉽게 버리고 싶어지나.

어쨌든 오늘이 지나고 이 녀석을 내 품에서 내려놓고 나면, 당분간은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피범벅이 된 꼴을 어디 그렇게 쉽게 볼 수 있을라구… 삼십대의 전반전을 보내면서 휴식시간도 없이 바로 후반전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그 삼십대의 전반전은 한 단어로 ‘재난’ 이었고 이번해는 그 재난의 환상적인 오르가즘이었다. 그 오르가즘의 이름은 ‘정리해고’ 라는 것으로 어느 순간 아주 갑자기 다가왔고, 아무런 (피임)준비가 되어있지 않던 나는 졸지에 고통과 분노라는 샴쌍둥이 자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뭐 그 둘 아닌 한 녀석을 등에 업고(앞에는 당연히 하얀 고슴도치를 부둥켜 안고), 쫓기듯 이렇게 다시 고국땅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주머니에 쓰고 남은 백달러를 넣은채로.

그래도 조금은 다행이었다. 이런 일이라도 생기지 않았다면 나는 또 주말마다 조조할인으로 보는 영화와 오후에 한 두병씩 따는 포도주 정도에 만족하면서 하루하루 계속 그렇게, 허허벌판 한 가운데의 휑한 집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가고 싶은 다른 길이 있어도 그 생활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을테니까. 그렇게 고통과 분노의 샴쌍동이를 안고 시작한 다른 일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기 때문에 어쩌면 이 하얀 고슴도치 같았던 한 해에 대해서는 평가를 뒤로 미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올해는 좀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 별로 그래본 기억이 없다. 알파벳 점수체계를 이용한다면 언제 내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B+이상을 준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서른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아니다. 올해는 미친척 눈 딱 감고 A를 주련다. 사실 금전이나 성공 따위로 점수를 주자면, Z로도 모자르다. 그러나 그래도 상관없다, 올해는 그냥 닥치고 A를 준 다음, 그렇게 스스로에게 근거도 없이 후한 평가를 매긴 나 자신을 비웃어가면서 남은 올해의 몇 시간을 흘려보내야겠다. 그러므로 피범벅이 된 하얀 고슴도치를 떠나 보내는 나의 감정은 민망함이다. 아, 보신각 종소리 따위는 듣지 않을테지만 그 순간에 녀석을 품에서 떠나 보내면, 제발 좀 아쉬운 척 하지 않고, 아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좀 훌쩍 떠나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또 마지막 순간에 마음 약해져서, 그래도 내 녀석이라고 우쮸쮸, 이리와 하고 놈을 다시 불러 피가 나든 말든 품에 다시 안고 또 길고 긴 암흑같은 한 해를 보내지 않게. 그래야 나도 좀 행복해질 것 아닌가. 지금까지 겪었던 그 모든 불행들은 삶의 지혜와 맞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테니, 앞으로는 그저 딱 남들 거쳐가는 만큼만 겪고 싶다. 마지막으로 동물의 비유를 쓰자면, 고고한 홍학 같은 건 못되더라도, 최소한 파랑새, 그것도 아니면 귀여운 펭귄이라도 좀 끌어안고 살고 싶다는 얘기다. 적어도 그 정도는 바라면서 살 정도는 열심히 살았다. 그러니 너도 이제 그만, 나의 품을 떠나렴. 더 마음 약해지기 전에, 안녕. 다른 사람의 삶이 되기 전에 가시에 엉겨붙은 내 피 정도는 알아서 깨끗하게 닦는 센스를 보여주면 더욱 좋고. 나는 내가 알아서 닦아낼테니…

 by bluexmas | 2009/12/31 12:02 | Life | 트랙백 | 덧글(7)

 Commented at 2009/12/31 12: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12/31 12: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F모C™ at 2009/12/31 12:45 

내년에는 파랑새를 손 위에 올리실거라 생각해봅니다.

제 고슴도치는 좀 가주면 좋겠는데, 제가 불러들인거라 절 닮아서 그런지 가라고 해도 말을 안듣네요. 한동안은 같이 놀아줘야할 모양입니다. 뭐 절 닮았으니 질리면 언젠가는 가겠지 생각하고요=3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2/31 16:18 

28권 전부 소장하고 싶어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09/12/31 19:18 

스스로를 괴롭히던 녀석은 빨리 내쫓아버리고 희망적인 녀석이 얼른 품 속에 쏙 들어오시길..^^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2/31 22:49 

홋, 이런게 있었군요. 이글루스 살이 5년 동안 몰랐습니다 -.- 올해 고생하셨습니다. 치열하게 사셨으니 내년는 좋은 소식이 더 많이 올겁니다! 준비하셈!

 Commented at 2010/01/01 12:56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