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읽는 건축(1)-공중 화장실

 안 씻고 품위를 말하는 자, 누구인가

어느  일요일 오후, 여자친구는 립스틱이 떨어졌다며  백화점 화장품 매장으로의 나들이를  제안한다. 여자친구를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이야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기꺼이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마음에 드는 립스틱 단 하나를 고를 때까지 백화점 일 층의 화장품 매장을 돌고 또 돌기? 그건 때로 넘치는 사랑으로도 완수가 어려운 고행이다. 그녀는 그 모든 매장의 그 모든 립스틱들을 보고 또 볼 테니까.  그래도  그저 따라다니기만 할 수 있다면 쉽다. 그러나 당신이 그저 따라만 다닌다면 당신의 여자친구는 슬퍼할 것이다, 역시 남자들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 그녀는 반응을 원한다. 지금 이 색이랑, 아까 저 매장에서 일곱 번째로 본 핫 핑크랑 어떤 게 덜 유치해 보여? 그러나 그녀와 당신은 벌써 다섯 번째 매장에 들렀고, 그녀가 말하는 저 매장은 두 번째 매장이었으며 거기에서 그녀는 열 둘, 아니 열 세 가지의 서로 다른 분홍색의 립스틱을 시험해보았다. 그리고 그 모든 분홍색-뭐라고, 핫 핑크?-이 당신에게는 같아 보였다. 등줄기를 타고 지루함과 긴장감에 젖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잠시 이 자리를 모면하고 싶어진다. 딱히 욕구를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때는 화장실에라도 가야 한다. 그녀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당신은 화장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다른 층이라면 화장실이 있어야 할 건물의 구석에는 대신 명품 대리점이나, 선물포장가게, 그리고 안내 데스크가 자리잡고 있다. 당신은 투덜거리며 이 층으로 향한다. 그러나 여자 옷 일색인 이 층의 화장실은 또 대부분이 여성 전용이다. 결국 몇 층을 더 올라가 간신히 남성용 화장실을 찾은 당신, 별 생각도 없는 볼일을 억지로 보고 손을 닦는 와중에 진동을 느낀다. 성질 급한 여자친구가 당신을 찾고 있다. 다 그 놈의 화장실 때문이다.

백화점 일 층에는 대체 왜 화장실이 없을까?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지, ‘네이버 지식 iN’ 에도 물음이 오간다. 이제는 네이버 앞에 ‘업계의 비밀’ 도 노출되는 세상이다. 그렇다, 백화점 일 층에 화장실이 없는 건 의도적인 계획에 의한 것이다. 일 층에 화장실이 없다면 사람들은 조금 더 백화점의 공간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견물생심이라고, 물건을 봄으로써 구매 욕구를 자극 받아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백화점은 그걸 노리는 것이고, 그 뒤에는 건축이 있다. 건축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건축 계획’ 이라는 과목을 기억할 것이다. 이름처럼 공간의 계획, 배치에 관한 학문으로, 백화점에 대해 배우다 보면 꼭 화장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지나가게 된다. 그러나 정작 교재에는 그런 내용이 글로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이 백화점 화장실의 설정은 정말 건축계와 유통업계가 나누어 지키는 ‘업계의 비밀’ 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확인 차 어느 백화점에 들렀다가 일부러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직원은 이유를 묻는 나에게 ‘물론 알죠’ 라고만 대답하고 끝끝내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결국 업계의 비밀인 것이다.

품위를  지켜주는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싸는 공간인 화장실은 먹는 공간인 식당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공간의 이름이 ‘화장실’ 이지만 화장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보다 오히려 남자들에게 화장실의 존재는 더더욱 중요하다. 볼일이 급한데 주변에 화장실이 없다면 생물학적인 구조를 적극 활용, 인간의 품위를 버리고픈 욕망과 너무 쉽게 타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장실은 남자들에게 보다 더 중요한 공간인 것이다. 화장실을 찾을 수 없다고 노상방뇨하는 수컷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나마 우리 남자들에게는 다행인 것이, 우리나라의 화장실 인심은 매우 후한 편이다. 지하철이나 전철을 비롯한 각종 공공 교통 수단의 역사라든지, 대부분의 고층 건물 화장실은 일반인에게 언제나 개방되어 있으며, 남자들이 우글거리며 단체로 볼일을 보는 광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바닥을 걸레질하시는 아주머니들 덕분에 언제나 비교적 깨끗하기까지 하다.

그에 비하면, 이제는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만 유럽의 화장실 인심은 고약하기 짝이 없다. 거의 모든 공중화장실이 돈을 내지 않고는 쓸 수 없다는 것이야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돈까지 받고 관리하는 화장실이 그렇게 깨끗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대중교통 수단이나, 심지어는 백화점에서까지 사람이 지키고 앉아 돈을 받는데, 수준은 공짜인 우리나라 지하철 역의 수준보다 나을 게 없다. 이렇게 유럽의 화장실 인심이 고약한 데에는 그들의 자랑인 역사와 전통도 한 몫 단단히 거든다. 오래된 건물이 가득한 탓에, 화장실을 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파리의 그 오래된 지하철역에서는 화장실을 찾아볼 수 없고, 노상방뇨는 냄새로 남아 도시의 낭만을 죽인다. 언젠가는 지하철 역에서 노상방뇨하는 남자친구의 망을 친절하게 봐주는 여자를 보고서, 이것이 파리지앵의 진정한 사랑에 대해 깨우치기도 했다. 이렇게 역의 공간 어딘가에 화장실을 더하기 어려운 탓에, 파리의 지하철역을 비롯한 공공장소에는 독채로 자리잡고 있는 유료화장실이 널려있다. 동전 몇 개를 넣으면 문이 열리고, 들어가서 볼일을 보면 다음 사람을 위해 공간 자체가 회전하면서 물로 씻겨지는, 유럽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화장실이다. 이렇게 도시 곳곳에 널려 있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그 시도에 눈물겹게 부응해주는 이 화장실은, 사실 기능에는 흠잡을 데가 별로 없지만 디자인은 그저 그렇다. 너무 기능만을 생각했다고나 할까? 그 유럽의 화장실을 느껴보고 싶다면, 비행기표를 끊기보다 청계천에 나가는 게 더 빠르다. 거기에도 같은 종류의 화장실이 있으니까. 게다가 가격은 무척이나 저렴한 백 원이다. 자판기의 화장지 가격이 육백 원인 요즘에 화장실 자체를 쓰는 가격이 백 원이라니, 일단 가격으로도 이용을 장려하는 이 화장실은, 공중화장실 특유의 냄새는 지울 수 없어도 예상보다 훨씬 쾌적했다. 물론 유럽의 그것을 닮으려 애썼는지, 생김새는 그저 투박하다.

남자들이라면, 유럽에서 혹시나 동전이 떨어져도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몇몇 유럽의 주요  도시에는 아주 뜻밖의 장소에 아주 원초적인 화장실이 자리잡고 있어, 가장 기본적인 품위를 지키려는 시도를 존중해주기 때문이다. 이 화장실은 정말 뜬금없는 장소-주로 도시 길거리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코가 먼저 당신에게 말해줄 것이다, 화장실을 찾았노라고. 80,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분명히 기억할, 녹십자 제공의 큰 플라스틱 통마냥 원초적인 이 화장실은 품위를 지키는 데 필요한 정말 최소한의 시설만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제대로 품위를 지키려거든 들고 다니는 물병으로 손을 닦는 노력이 필요한데, 물론 유럽에서 먹는 샘물의 값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노력에 필요한 물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필요한 건 사생활의 보장이다. 남자들이야 생물학적인 구조 탓에 때로 원하지 않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용변을 보는 모습은 타인으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화장실의 칸막이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사실 정말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까지 이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용변을 보는 데에는 의외로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학창시절 자신의 뒤에서 줄 서 있는 수많은 동급생들 때문에 만만치 않게 방광이 찼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발사(?)하지 못했던 아픔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며, ‘사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니 없던 변비가 생기더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렇게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변비에는 책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지 말라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어릴 때 친구의 아버지께서 근무하셨던 오산의 미군부대 화장실은 엄청나게 충격적인 기억으로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뉴욕과 같은 도시 몇을 빼 놓고는 부지의 제약을 덜 받는 환경에서 살아서 그런지 드넓은 공간의 화장실에 칸막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넓은 공간에서 군인들이 보다 원초적인,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모습으로 볼일을, 그것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볼 것이라고 생각하니 자전거 바퀴만한 피자가, 바로 미국 본토의 느낌이라는 얘기를 듣고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여담이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누군가의 글에서 같은 내용-한 술 더 떠 정말 미군들이 칸막이 없이 화기애애 대화를 나눠가며 ‘거사’를 치른다는-을 접하고서는 필자가 그 어린 나이에 보았던 것이 환상이 아님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듯 개인의 편안함과 존엄성에 가까운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칸막이가, 왜 많은 화장실에서 목 밑에서 무릎 정도의 높이까지만 가리도록 설치되어 있는 것일까? 청소의 효율이나 기타 유지 관리 및 보수를 생각해 보았을 때에, 칸막이는 사람 몸의 중간 부분만 가리는 것이 가장 좋다. 이를테면 바닥을 대걸레질 할 때, 모든 칸이 바닥까지 막혀 있다면 칸칸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바닥을 닦고 또 나오기를 반복해야 되는데, 여러 화장실을 한꺼번에 청소하는 경우 청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은 굉장히 번거롭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건축에서는 칸막이의 높이나 위치까지 세심하게 고려한다. 건축이라는 것이 사람의 행위를 미리 계산에 넣고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 및 직업이기 때문이다. 사실, 화장실 칸막이의 높이나 위치는 미국 건축사 면허 시험에서조차 물어보는, 의외로 중요한 사항이다. 화장실이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공간이라는 또 하나의 반증일 것이다. 필자가 미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에는, 종종 옆 칸에서 낯익은 신발과 바지의 누군가가 상상도 할 수 없이 요란한 무늬의 팬티를 쓱 내리는 것을 보고 숨 죽이며 경악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지곤 했었다. 우리나라라면 곧 사내에 소문이 좍 났을지도 모르겠다. 늘 점잖은 차림새의 박 부장님 오늘 호피무늬 팬티 입으셨다고… 이제는 팬티마저도 취향대로 입을 수 없는 조직생활이라니, 숨이 막힐 것도 같다.

칸막이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의 존엄성과 사생활을 보장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조명은 그 공간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같은 공간이라도 어떤 종류의 빛이나 조명을 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인데, 화장실이라면 행위의 은밀함, 또는 개인적인 정도를 생각해 보았을 때에 사용하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어두우면서도, 일처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서는 안 된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의 역 화장실이 대부분 깨끗한 편인데, 그 정도로는 안되겠다는 사람들이나, 보다 편안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지하철 역과 연결된 호텔의 화장실이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다. 그 대표적인 화장실이 을지로 입구와 연결된 호텔 롯데와 삼성역과 연결된 인터컨티넨탈의 그것이다. 보다 특정 부류의 ‘손님’ 을 의식하고 계획한 화장실이어서 그런 것인지, 조명을 포함한 전체적인 인테리어가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최대한 편안함을 느끼도록 배려하는, 은은한 느낌이다. 하얀 색 보다는 노란 색을 주로 쓴 조명은 밝기 보다는 오히려 조금 어두운 편이다. 롯데 호텔의 화장실에는 무려 비데도 설치되어 있어서, 비데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명동교자에 칼국수를 먹으러 나간 김에 한 번 정도 주저앉아봐도 좋겠다. 단, 필자가 세 들어 사는 아파트의 주인이 이사를 가면서 찝찝하다는 이유로 기본 사양이었던 비데를 떼어갔고 필자도 거기에 별 토를 달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공중 비데를 쓰는 걸 꺼리는 사람도 있기는 하겠다. 이렇듯, 비교적 이루기 쉬운 인테리어나 조명은 비교적 쓰는 사람들 배려한 느낌을 풍기지만, 정작 공간 자체를 놓고 보았을 때에도 큰 호텔의 규모에 맞지 않게 화장실은 너무 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호텔 롯데의 경우, 그렇게 드넓은 로비며 기타 다른 공간과 비교해 볼 때 삼성역과 연결되어 있는 두 군데 인터컨티넨탈의 화장실보다 조금은 낫다고 해도 여전히 못마땅한 수준이었으며, 인터컨티넨탈의 경우에는 장애인이라면 휠체어를 몰고 들어갈 수도 없는 정도의 폭에 두 호텔의 화장실 모두 장애인 전용 칸이 없었다(휠체어가 필요한 장애인의 경우, 그 휠체어의 치수를 기준으로 한 움직임의 반경이 수치화되어 공간을 설정하는 데에 쓰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폭과 너비를 확보하지 않으면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화장실 인심은 정말 후한 편이지만, 이렇듯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아직도 부족하다.

다시 백화점 화장실로 돌아와 덧붙이자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아 백화점으로 향하거나, 아니면 또 다른 의미로 처음부터 작정하고 ‘지름’을 위해 백화점을 찾는 만큼, 업계도 이젠 누구나 아는,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비밀을 폐기 처분하고 일 층에도 화장실을 들여주었으면 좋겠다. 서울의 주요 백화점을 들러보았는데, 오직 갤러리아만이 일 층에 화장실을 두고 있었고, 안내직원에게 물어보니 장애인을 위한 배려라는 대답을 들었다. 다른 백화점도 시설이 잘 된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갖추고 있지만, 일 층에 화장실을 두지 않는다는 종래의 입장을 고수하느라 전용 화장실은 모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자리잡고 있으니 접근하기 어렵다. 결국 장애인을 위한다는 취지가 빛이 바래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왕 후하게 화장실에 인심을 쓸 거라면 보다 넓고 쾌적한 화장실을 쓰고 싶다. 새로 지은 신세계 본점을 제외한 나머지 백화점의 화장실은, 그 넓디 넓은 매장에 비하면 초라하도록 좁다. 손님은 왕이 아니던가? 왕에게 지금의 화장실은 너무 비좁다.

그리고, 이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남자의 존엄성을 위해 중요하다는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그 존엄성은 공간이 아닌 남자 자신에 의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무슨 얘기냐고? 남자들이여, 화장실을 나서기 전에 제발 손 좀 꼭 씻자. 공중화장실에 들를 때면 아저씨고 총각이고 할 것 없이 열에 서넛은 손을 씻지 않고 화장실을 나서는 광경을 보게 된다. 남자들이여, 사람답게 살자. 나갈 때 마음 달리 먹는 건 괜찮아도, 손 안 씻는 건 절대 괜찮지 않다. 손도 안 씻고 남자의 품위를 말하는 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월간 에스콰이어 10월호

여기에 쓸 수 있는 이유 여러가지, 그리고 쓸 수 없는 이유 또 여러가지로 외부로 나가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걸 좀 망설였다. 여기에 쓰는 글은 매체에 나가는 글과는 또 좀 다르다. 거기에 글을 쓰는 건 실생활의 나지, 블로그의 내가 아니니까. 그래도 나는 나니까 본질이 다르지는 않겠지만, 활자화되어 실리는 글은 더 준비하고, 더 긴장해서, 더 어렵게 쓴다. 블로그에 쓰는 글처럼 그냥 집에서 책 몇 권 들춰보거나 인터넷 검색 잠깐 하는 걸로 글을 쓸 수도 없고, 또 써서도 안 된다. 매체에 쓰는 글이라고 해야 이게 사실 처음이지만, 적어도 그렇게 써야 맞지 않을까 싶은 직감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물론, 나는 그 과정을 꽤 즐긴다. 무슨 다중인격자는 아니지만 기본은 같아도 세부사항은 다른 글 쓰는 자아 몇 개를 인형놀이라듯 부리면서 글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많이 쓰고 싶으니까.

사실은 첫 달에 글이 나오고 책을 받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좀 민망하달까? 몇 달 지나고 좀 덜하긴 해도, 여전히 집에 책이 오거나 그 전에 서점에서 보면 나는 한없이 민망함을 느낀다. 아마 그래서 블로그에 올리지도 않고 계속 망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비정기적으로, 몇 달씩 지나고 원본을 다듬어서 올릴 생각이다. 솔직히 이러다가 앞으로 안 올릴지도 사실은 모를 일이다…

 by bluexmas | 2009/12/27 03:05 | Architecture | 트랙백 | 덧글(18)

 Commented by guss at 2009/12/27 03:14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27 03:16

>_<;;;;

 Commented at 2009/12/27 03: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28 01:12

아, 이건 그냥 그런 일들의 일부에요. 다른 것들도 곧 나올 예정이구요… 지면으로 나간 건 이것보다 양이 적고, 여기 올릴 때에는 쓴 것들을 다 붙여서 올린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기분이 좋네요. 주변에 혹시 누구 있으면 읽고 애독자 엽서 보내달라고 좀… T_T

 Commented at 2009/12/27 03: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28 01:13

별말씀을요. 좀 망설이다가 올리기는 했어요. 여러가지 이유로… 외국에 계신 걸로 추측이 되는데, 맞나요? 종종 올리겠습니다.

 Commented by googler at 2009/12/27 08:24 

금나라는 어느 곳에서나 생수처럼 물을 마실 수 있는 건 좋습니다. 슈퍼에서 물 사는 사람은 거의 드물지요. 심지어 화장실 수도꼭지 물도 집에서 먹는 식수처럼 마시는데 몇년 전부터 이래 고쳐졌는지 몰겟지만 암튼 물 하나는 끝내줍니다.

대중 화장실은 자동판매기처럼 동전넣고 들어가는데 서울 지하철 화장실 수준정도는 되더군요. 서울 정말 발달된 도시임다, 여기 와보니 느끼겠더라구요. 인구 많아서 교통 막히는 것만 빼면 서울, 정말 빠지지 않는 국제도시라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28 01:14

앗 물을 그냥 마실 수 있군요. 저는 그 동네에서도 사마셨는데…(감라 스탄 근처에 있었어요). 서울 나름 국제도시죠. 광화문광장 따위만 빼놓구요.

 Commented by googler at 2009/12/28 19:21

감라스탄은 한국의 인사동같은 곳이지요. 거기서도 물 화장실물 막 마시기도 하고 그러는데… 저도 첨엔 그게 이상해 보였는데 지금은 시방팔방 어디나가도 아무물이나 먹게돼있어서 마실 수 있게 됐지요.

 Commented by 볼빨간 at 2009/12/27 11:35 

백화점에 없는것이 1층화장실말고 두개더있는데 그것은 창문 시계

시간따윈잊어버리고 쇼핑하라는 계시겠죠? 🙂

앵발리드앞에서 저 공중화장실을 이용한적이있는데 (무료개방되어있더군요) 도중에 문이 열릴까봐 어찌나 달달 떨었는지 하하

한사람이 끝나고 자동 내부청소를 할때 전체를 물로 쫙 쓸어내려지는걸보고 감탄.

뭐..손씻지않는 여자들도 꽤 많으니 조심?하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28 01:16

시계는 웬만한 가게에는 거의 없구요. 창문은 그런 이유도 있지만, 빛이 상품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지요. 그래서 도서관에도 창문이 없지요, 책을 두는 곳에는…

앵발리드는 이름은 기억이 나는데 정확한 위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저 몽마르트에서 시뻘건 대낮에 술취하고 그랬어요. 세상에 프랑스에서 싸구려 와인을 찾으니 글쎄 스페인산이…>_<

 Commented by 볼빨간 at 2009/12/28 11:05

맞아요 책과 창문은 상극.

항상 책꽂이때문에 방 배치하기가 힘들어요 창도크고 책꽂이도크고

앵발리드는 샹드막스에서 막 나오자마자 보이는 황금돔이 있는 건물이에요

전 항상 샹드막스에서 음주가무를 즐겼지요 몽마르뜨는 집에서 멀어서 서너번밖에 못가봤어요

한국이 중국산 중국황사 하듯이 프랑스에서도 그런게 있더군요

 Commented by F모C™ at 2009/12/27 18:56 

여자도 간혹 손 씻지 않고 나서는 경우를 본답니다. 열명 중 두세명정도? 여자화장실의 경우는 게다가 세면대 앞 줄이 더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가끔은 그냥 물티슈로 닦아내고 손세정제 쓸까, 줄서기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

남자분들은 아무래도 꼭 닦으셔야겠지요?^^; 여자도 마찬가지지만요=3=;;

홈플러스에 비데 설치된 칸이 하나 있었는데, 금방 고장나더군요. 대체 어떻게들 막 눌러댔으면 그럴까, 관리가 안 되어서 그럴까는 알 수 없지만요. 그리고 얼마 안가서 비데를 떼어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28 01:16

으음… 제가 랜덤한 여자들하고는 접촉이 없어서 뭐 괜찮을 듯 싶은데요T_T 호텔 비데는 좀 오래 가는것 같더라구요. 백화점도… 홈플러스는 더 사람이 많이 와서 그런걸까요.

 Commented by ibrik at 2009/12/27 22:53 

일전에 화장실에서의 손 씻기와 관련해서 재밌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

관련 단어 이용해서 검색을 해 보니, 다행히 기사가 있네요.

http://www.handwashing.or.kr/tmpl/?main_cd=3&sub_cd1=1&exec=view&intSeq=521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28 01:17

아 그럼 희망근로 이런걸로 세면대 앞 지킴이 이런 걸 좀 도입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

 Commented by 제이 at 2009/12/28 13:50 

오호 : )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2/29 02:58 

글의 맛이 다르길래 놀랐습니다

하드웨어는 하나라도 소프트웨어는 어러가지를 쓰는것이겠죠

잘 읽었습니다 화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