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낮술(13)-그저 밥과 고기를 산처럼 쌓아

산 곳: 신세계 본점 지하 포도주 매장

가격: 14,000

품종: 5종 혼합(명기되어 있지 않음)

호주에서 나오는 포도주들 가운데에는 딱지가 재미있는, 뭐 한 마디로 funky한 느낌을 풍기는 것들이 있는데, 이걸 가게에서 찾았을 때에 어째 괜찮을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이 있어서 얼른 집어들었다. 가격도 그만하면 싸구려만을 찾는 나에게도 만족스러웠고… 재미있었던 것은 계산대의 남자 직원이 손님에게 잘 권하지는 않지만(싸서 그런가?), 정말 괜찮은 포도주라고 자신이 마셔봤는데 정말 좋더라고… 라는 말을 한참이나 늘어놓아서 뭐 그래도 잘 골랐다 싶었다.

인터넷을 잠깐 찾아 보았는데, 어떤 다섯종류의 포도를 섞어서 만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지만 대강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쉬라나 카베르네 소비뇽이 들어갔겠고, 인터넷에서는 그레나슈 같은 것도 섞여있다고 한다. 갈비찜과 같이 먹었는데 고기도 간도 센 갈비찜이어서 그런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적당히 굵은 느낌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그렇게 굵은 느낌이 아니었고, 계산대의 직원이 ‘2004년 산이지만 아직도 힘이 남아있다’ 라고 말한 것과는 달리 나에게는 살짝 꺾인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장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은, 끝에 남는 일종의 단맛이 언젠가 마셨던 Bogle의 Petit Syrah에서 느꼈던, 살짝 탄 설탕(또는 흑설탕)의 느낌과 비슷했다는 점이다. 거기에 그 단맛의 꼬리를 잡고 신맛도 조금 여운이 남는 편이었는데 그 두 가지 모두 나의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격도 좋고 하니 기회가 닿으면 한 번 정도 더 마셔보고 싶다. 매장을 다시 가 봤는데 벌써 다 팔린 것 같아 보였다. 갈비찜은 좀 그렇고, 그것보다 조금은 더 가벼운 쇠고기-버거도-과 함께 가볍게 마시는 게 좋겠다.

 by bluexmas | 2009/12/22 10:05 | Win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nabiko at 2009/12/22 12:00 

진짜 라벨이나 뚜껑이 귀여워서 손이 가겠는데요?ㅎㅎ

카드는 오늘 잘 받았답니다~부산에 놀러오세요 비빌언덕이 되어드립죠 ㅋㅋ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2/22 12:13 

와인은 잘 모르지만

왠지 흔하게 봐오던 폼잡고 나오는 겉모습이 아니라서 웃기네요

개뼉다귀 모양과 글씨체가 참 잘 어울리는거 같아요

가격도 딱 제 수준이군요 ㅋㅋ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2/22 15:59 

뚜껑에도 뼈다귀가^^

액체소스 병으로 쓰고 싶어지는 포장인걸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09/12/22 16:34 

기존 와인의 고급하고 차분한 디자인이 아닌, 전혀 다른 디자인의 라벨이군요. 고정관념을 깨는 재미난 디자인입니다.

 Commented by 케이힐 at 2009/12/24 01:21 

라벨이 정말 재미있네요. 호주 와인들이 특히 이런 재미있는 라벨을 많이 쓰는것 같더군요. 노랑 꼬리나 사시미 와인 같이요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24 01:51

제가 아는 것 가운데에는 비행기표를 본따서 만든 것도 있었어요. 호주 와인은 저렇게 좀 funky한 것이좋더라구요. 킬카눈 쉬라가 한 병 있는데 언제 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