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바빴던 하루

늘 나가는 수요일과 선택사항인 일요일도 아닌데, 오늘은 나갈 일이 생겼다. 사실은 나도 좀 나가고 싶었다. 답답하더라. 그러나 문제는 날씨가 너무 춥다는 것, 따뜻한 동네에 너무 오래 산 것도 문제다. 어쨌든 열 시 반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서, 열 한 시부터 한 세 시 반까지 홍대 앞에서 일을 다 하고, 신촌까지 걸어오면서 리치몬드에서 슈크림, 폴 앤 폴리나에서 시골빵, 그리고 우주에서 식빵 가장 잘 만든다는 김진환 제과점에서 식빵을 산 뒤 2호선을 타고 을지로 3가에서 지하철을 잘못내려 한 정거장을 걸어가 방산시장에서 쓸데없는 몇 가지와 사워크림을 사고, 다시 또 동대문운동장까지 걸어와 4호선을 타고 신세계 백화점에 들렀다. 미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싶어서 바질잎-내가 키우는 바질들로 감당이 안 되는 아이스크림이라서-을 찾았으나 없었고, 뭔가 만들어 먹으려고 찾은 호부추도 없었다. 날씨도 추우니 똑똑한 보통 사람들 같으면 여기에서 대강 타협하고 마는데, 나는 일곱시 좀 못되어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내려와 오산에 와서는 또 이마트까지 들러 호부추를 찾았으나 역시 없었다. 원래의 계획은 추우니까 역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었으나 멍청하게 이마트까지 걸어왔다. 더 웃긴 건 장도 봐야했으나 벌써 가진 짐이 너무 많아서(배낭 메고 양 손에 짐 하나씩), 결국 아무 것도 더 못 사고 집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들어오니 아홉시였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찬밥을 데워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꽤나 바쁜 하루였다. 어찌나 추운지, 집에 들어오니 다리가 다 텄다. 날만 추우면 정말 용서의 여지가 없다.

참,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안 했구나. 기차를 탔는데 이어폰을 안 가지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났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난 소리에 스스로가 짜증날 정도로 예민하다. 어떤 소리든 별로 듣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이어폰을 안 가지고 나왔으니… 기차타는 30분이 살짝 괴로왔는데, 뒷자리 어린 커플의 여자애가 뭔가 같은 얘기를 계속 했고, 그 너머 어딘가의 아저씨는 아파서 조퇴하고 집에 일찍 가는지 ‘아 일을 못하겠다니까, 죽겄어’ 라는 얘기를 30분동안 한 여섯일곱번 정도 했다, 다 다른 사람에게. 결국 합정역에 내려서 우체국에 들렀다가, 미화당 레코드에서 언제나 싸구려 이어폰을 내놓고 판다는 걸 알고 거기에서 오천원짜리를 하나 샀다. 구려도 없는 것 보다는 낫고, 커피 한 잔을 덜 마시는 한이 있어도 이어폰은 산다(사실 커피도 잘 안 마신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마시면 10분 안에 그 두 배가 나온다;;;;나는 물 만들어내는 기계인건가;;;;;;).

 by bluexmas | 2009/12/18 22:49 | Life | 트랙백 | 덧글(13)

 Commented by Cloud at 2009/12/18 23:19 

홍대-신촌의 유명 빵집에서 쇼핑을 하셨군요. ^^

바질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이라… 맛이 궁금한데요;;

 Commented by shortly at 2009/12/18 23:54 

호부추.. 전 왜 이블로그만 오면 배가 고파질까요? 음식 사진도 없는데 ㅎㅎㅎㅎㅎ 달달한 호부추 살짝 양념한 고기와 볶아서 스파게티(방금 스파게티를 먹었더니)를.. 중국식이니 볶음국수이려나요.

 Commented by 봄이와 at 2009/12/18 23:55 

아 이어폰을 안가지고 나왔을 때의 당혹감..저 크게 공감해요.

일주일에 한번씩 원주-서울을 오가는데, 버스안에서 꼭 전화통화를 크게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별로 공유할만한 이야기도 아닌것을..

오늘 동선을 보기만해도 다리가 막 아파요 ;;

빵들은 다 맛있으셨어요? 리치몬드 슈크림 먹고싶어지네요 😀

 Commented by subin at 2009/12/19 00:11 

전 어제 홍대서부터 빵순례를 한다고

르뱅-폴리나-리치몬드-김진환-딜리달리-광화문 우드앤브릭-을지로 브래드토크까지

걸어갔지요. 추워서 코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어요.

오늘은 더 추웠다는데, 귀 안떨어지셨어요? 🙂

 Commented by 아리난 at 2009/12/19 02:23 

우주에세 식빵을 가장 잘 만든다는 제과점?ㅋㅋ 하면서 검색해봤더니 정말 식빵만! 만드는 제과점이 홍대에 있었네요 홍대 자주 가는편인데 몰랐어요 맛있는 식빵 찾기 진짜 힘든데!ㅎㅎ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맛있는 빵집을 찾으려면 왠지 블루마스님한테 여쭤봐야 할것 같아요ㅋㅋ 며칠뒤에 홍대가게되면 잔뜩 쟁여놔야겠어요ㅎㅎㅎ 다만 바라는건, 좀 따뜻해졌으면ㅠㅠ 너무 추웠죠 오늘

 Commented by 제이 at 2009/12/19 03:23 

아 진짜 추워서 트는걸 첨 봤어요. 손등이 볼그작작하게 터서 ….꺄악입니다.

차안에 생수가 꽁꽁 얼어서 요지부동. 히터틀어놔도 녹지를 않아요. 하하하

 Commented by 하니픽 at 2009/12/19 07:30 

으아~ 어제같이 추우신날 강행군을 하셨군요. 어제 정말 날씨가 너무 추웠어요 ㅠ_ㅠ 그래도 짧은 시간내에 필요한 곳은 모두 들리신듯 하니 보람차시겠어요!! 저도 김진환제과점에 가서 식빵먹어보고 싶은데 홍대신촌라인에 갈일이 있어도 항상 정줄놓고 까먹게 되더라고요;; 다음번엔 꼭 들려서 식빵두덩이를 사오고 파요~

 Commented by Claire at 2009/12/19 09:34 

김진환 빵집 식빵 맛있나요?

조만간 (아마 오늘내일쯤?) 들러볼 생각인데.. ^^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2/19 11:01 

마지막 문장에 격하게 동감하는 나는 그럼 누구인가 -.-

 Commented by ra at 2009/12/19 15:33 

어머 나도. 제 귀는 소머즈가 부럽지 않을 정도. 광장의 시계탑 초침소리가 막 들린다니까요. 후, 우주에서 제일 맛있는 식빵이라니. 김진환씨 만나러 서울 가야겠네.

 Commented by 사막마녀 at 2009/12/19 22:34 

아..두곳은 아는곳인데 식빵은 처음 들어요

오늘 홍대 살짝 들렸었는데.. 아쉬당 담에 가봐야 겠어요 ^^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2/20 09:24 

저는 이어폰 없으면 휴지로라도 귀를 틀어막고 간답니다.. ㅠ_ㅠ 진짜 하루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고생하셨네요. 그 식빵은 저도 지나가면서 봤는데 너무 허름해 보여서 그냥 지나쳤었어요 ^^; 블루마스님이 맛있다 하시면 찾아가 봐야겠어요.

 Commented at 2009/12/21 13:19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