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쁜 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들어와도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 그건 그냥, 말을 많이 해서 기분이 나쁜 것이다. 무슨 말을 해서, 또는 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그냥 말을 많이 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그건 무엇보다, 말을 많이 하는 나를 내가 싫어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듣곤 했다. 넌 말이 너무 많아. 남자애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니? 정말 심심치 않게 그런 얘기를 선생들로부터 들었다. 계속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결국 어느 한 구석에서 남자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죄악인가보다, 라는 굴레를 가지게 된다. 당신들이 심어놓은 굴레에 나는 아직도 가끔 고통을 받아요. 그러나 그들은 내가 그들을 스쳐지나갔는지 이제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굴레를 한 두 개 정도는 심어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사는 삶은 동화 속에서나 가능하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철천지 원수였던 시절이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시간은 그럴 때에만 내편이 되어 준다.

 by bluexmas | 2009/12/09 02:26 |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subin at 2009/12/09 10:47 

저도 말을 많이 하고 돌아올때면 무지 심난해요.

말이 많아지면 그 속에 한 두개씩 꼭 나중에 후회할 말들이 섞여있거든요.

또한 저도 말을 많이 하는 제가 별로 좋지 않아요.말수가 적은 편이긴하지만,

그렇다고 제 입을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는 없어서요..

전 뭐 강요받은 굴레는 아니지만요. 흐히:)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07

가급적이면 집에 와서 했던 말 복기는 안 하려고 그러는데, 또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그냥 뭐 말 많이하면 기억하는 것도 별로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아요.

 Commented by 아리난 at 2009/12/09 13:33 

ㅋㅋㅋ아니 대체 말많단 얘기를 얼마나 들으셨길래 그런 굴레까지 갖게되신거예요ㅋㅋㅋㅋ

그냥 실없이 말많은 분은 아니실것 같은데;; 왜 실없이 말많은 사람얘기 들어주다보면 지치잖아요. 포스팅 하시는거 보면 블루마스님은 오히려 실있는(??;;;) 분석이라든가 원리라든가 그런쪽일것 같은데.. 음 그런 얘기하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은;;; 저…전 되게 좋아해요!! 암데도 쓸모없을지 모르지만 분석하고 따져보고 가정하고 그런거?;;

죄악이 아니예요!!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무조건 남자가 말많은건 죄악이라는것도 되게 마초적인 발상인것 같네요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08

아뇨 뭐 과장된 기억일 수도 있지요 뭐^^

마초는 인류의 적이 아닐까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2/09 15:39 

말을 많이 하고 나면 내가 무슨 나쁜 말도 함께 내뱉은 건 아닌지 굉장히 찝찝하더군요^^;

어차피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는 것인데 사서 걱정..

말이 없는 남자는 답답해요…뭘 말해도 묵묵부답….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내 말을 이해는 한건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08

그렇죠, 나쁜 말도 함께 한 건 아닌가 싶어서…흐흐.

말 없는 여자도 뭐 별로 다르지는 않더라구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2/09 17:15 

제일 힘든게 ‘적당히’ 라는건가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08

적당히가 정말 힘들죠. 적당히는 정말 적당히 안 돼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2/10 00:13 

말을 너무 많이 한 다음에 집에 돌아오면 왠지 어디에 혼을 쏙 빼앗긴 느낌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말 많은 사람과 같이 있는게 더 즐거워요 저는~ 눈빛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잖아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09

복화술도 있으니 눈빛으로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_-;;; 옛날에 도시의 아이들이라는 듀오가 있었는데 혹시 아시는지… ‘텔레파시’ 라는 노래가 있었지요(…)

 Commented by 밀납인형 at 2009/12/12 14:28 

저는 가끔 “내가 벙어리였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요.뭐랄까 저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필요 없는 말을 하기 쉽다는 이유로 너무 많이 하고 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편이라서..하지만 역시 말이 많고 적음에 성별로 기준을 가르는건 좀 많이~아닌것 같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09

아니에요.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을 너무 가슴에 오래 담아두면 병나요 🙂 벙어리는 되시면 안 되죠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