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버섯 소스의 통밀 손 파스타

그저 손에 꼽을 만한 수의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손파스타를 낸다고 들었다. 솔직히 그 정도도 안 한다면 파스타에 그렇게 비싼 가격은 왜 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한 사람 먹을만큼의 파스타에 과연 비싼 재료가 얼마나 들어갈까? 특히나 마늘과 올리브기름으로만 버무린 파스타가 만 몇 천원씩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재료비나, 면을 정말로 맛있게 삶는 특별한 기술을 비롯한 인건비를 생각해보아도 계산이 정확하게 안 된다.

물론, 손으로 번거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급 파스타라면 무조건 손으로 만든 면을 써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모든 소스에 손으로 만든 파스타가 좋은 짝을 이루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긴 국수를 뽑기 위한 반죽은 대개 밀가루와 계란을 섞어서 만드는데, 이렇게 해서 만든 파스타는 소스를 흡수하는 경향이 있어(세몰리나로만 만든 말린 면에는 소스가 달라붙는다) 물기가 많은 소스, 특히 크림이나 치즈를 바탕을 한 것들이 잘 어울린다. 요즘 고등어 파스타를 한다는 집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경우라면 그냥 세몰리나도 말린 마른 면을 쓰는게 훨씬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만든 파스타의 반죽은 밀가루 두 컵: 계란 세 개의 비율로 섞은 것인데, 통밀가루를 쓸 경우 밀가루 두 컵 가운데 한 컵 반을 통밀가루로 대체하면 되고, 이론적으로는 거친 통밀가루로 파스타를 만들면 토마토 소스에도 보다 더 잘 어울리는 면이 된다고는 하는데 구례 통밀의 경우에는 워낙 곱게 빻아놓아서 그렇게 거친 느낌이 나지 않는다.

반죽을 처음 만들었는데 물기가 모자르다는 느낌이 들면, 계란을 더 섞는 것보다는 물을 조금씩 넣어주면 되는데, 어떻게든 반죽을 뭉쳐놓고 분무기로 물을 조금씩 뿌려가면서 반죽의 촉촉함을 조정하는 편이 훨씬 더 나았다. 그리고 반죽에는 소금을 굳이 넣을 필요가 없고, 면을 삶을때 그 물에 넉넉하게 넣기만 하면 간이 밴다.

면을 얇게 펴는 건 대부분 기계가 해 주니까 시간이 걸릴 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요령은 반죽을 한 번 밀어주고, 길게 밀린 반죽을 1/3씩 접어서 90도 돌린 다음 같은 두께로 한 번 더 밀어주면 된다.

면은 대강 이런 요령을 따라서 만들면 된다. 언제나 이렇게 만든 면은 살짝 두껍고, 아주 넓게 자른다. 그냥 밀가루와 물만으로 만드는, 국수형태가 아닌 파스타도 있는데 그건 좀 장인정신이 필요한 것 같아서 아직 도전하기가 좀 귀찮다. 언제나 손으로 면을 뽑으면 그걸 하다가 지쳐버리기 때문에 소스는 간단히 만든다. 사실 이렇게 만드는 파스타에는 굳이 만들기 귀찮은 소스를 곁들일 필요가 없다. 간 쇠고기와 표고버섯을 볶아서, 여름에 토마토가 한창일때 만들어두었던 토마토소스를 같이 끓였다. 금방 만든 면은 삶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아서 기다리는 지루함은 좀 덜 수 있다. 바질잎을 거칠게 썰고 치즈를 넉넉하게 갈아 얹어 먹으면 된다.

 by bluexmas | 2009/11/30 09:25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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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by 환희 at 2009/11/30 10:29 

정성스럽네요….대부분 혼자 먹는 식사라면 자취생스타일로 대강대충 먹는데 생활이 절대 게으르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예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47

아 사실은 게으르구요,평소에 그저 그렇게 먹다가 주말에 한 두 번 몰아서 이것저것 해서 스트레스 푼답니다. 평소에는 그냥 찬밥에 물 말아서 먹어요^^

 Commented at 2009/11/30 10: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48

뭐 파스타 소스야 내키는 대로 만드면 되는데 돌고 돌다보면 결국 가장 기본적인 토마토소스로 돌아오게 되죠. 토마토를 한 스무 개 정도 끓여서 만들어 놓았는데, 맛이 좋아서 보람이 있더라구요. 너무 시면 크림을 살짝 넣어줘도 되구요.

 Commented by nabiko at 2009/11/30 12:50 

흑 제가 먹었던 도미노피자에서 파는 스파게티랑 너무 비교되네요.그나저나 키친에이드가 저렇게 활용 가능하다니…점점 더 사고 싶은게 많아져만 갑니다.ㅜ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48

키친에이에는 붙일 수 있는 장비가 엄청 많은데, 고기 가는 거하고 파스타 롤러는 정말 필수더라구요. 가격이 좀 압박이지만, 엄청 튼튼하니까요.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09/11/30 13:04 

아 또 주옥같은 명언이 ㅠㅠㅠ

올리브 오일과 마늘 몇조각 그리고 건파스타인데 왜 이게 만오천원이죠 ㅠ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49

아 정말 저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마른 파스타도 비싼 것들이 있기는 한데요, 그래봐야 맛에 별 차이는 없고, 그런 걸 쓸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데요…ㅠㅠㅠㅠㅠ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9/11/30 14:34 

맛있어 보이는 파파델리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50

저는 넓은게 좋아서 탈리아텔린지 파파델린지 뭐 그냥 생각없이 죽 잘라서 만들게 되더라구요. 사바욘님이 레시피를 좀 올려주셔야 디저트 흉내를 내 볼텐데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1/30 15:06 

요리하는 남자의 손에선 힘이 느껴져서 멋있어요

그러면서도 섬세하구요..

파스타 면 반죽엔 계란이 많이 들어가던데 그럼 면이 단단해지는건가요

비싼 돈 주고 파스타 먹는 것에 못 마땅한 일인인데 블루마스님의 파스타..보기엔 유명 파스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네요 물론 맛은 못 봤으니 흐흐~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50

밀가루 두 컵에 계란 세 개 비율인데요, 면이 단단해지는게 아니라 그 반대로 아주 부들부들해져요. 맛은 본 사람이 별로 없으니 사실 좀 미스테리하기는 하죠^^;;;

 Commented by yuja at 2009/11/30 15:24 

이렇게 넑고 얇은 면에도 이름이 있나요? 페투치니라고 부르려다가 그보다는 얇고 훨씬 넓어보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52

이름이 다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건 파파델리 pappardelle 정도로 보시면 될거에요. 저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넓게만 자르구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09/11/30 18:04 

좋네요, 정성가득한 손 파스타.. 저 국수뽑는 기계는 본가에도 있는데 지금 제 사정상 요리도구의 부재는 언제나 아쉬움이 커요. 그럴싸한 접시도 없고…ㅡㅡ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53

그래도 고선생님 음식 맛있어보이던데요, 특히 양은 아주 잘 익어보이던데. 익히기 어렵다고 들었어요양고기가… 저는 워낙 양은 잘 먹는 편이 아니라 직접 구워본 적은 없거든요.

 Commented by clove at 2009/11/30 21:11 

아아..정말, 면과 소스의 조화가 완벽해보여요. 넓적한 면에 제대로 달라붙은 소스.! 먹고싶….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54

토마토 소스를 좀 오래 끓였거든요. 처음엔 물기가 많았는데 정말 전부 합쳐 너다섯시간 이상 끓였더니 면에 좀 잘 달라붙더라구요.

 Commented by 운향목 at 2009/11/30 21:49 

으아악 먹고싶어요;ㅁ;

요즘 집에서 파스타 만들어 먹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파는 토마토 소스 말고 토마토 홀을 구하고 싶은데, 저희 동네에는 없더군요 ㅠ

대체용품이 없을지 고민입니다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55

토마토 소스를 직접 만드시는 것도 추천해드리고 싶은데, 핸드 믹서나 블렌더가 있어야 되어서 그게 좀 문제네요. 그거 있으시면 토마토 사셔서 4등분 하셔서는, 마늘이랑 올리브기름 듬뿍 볶으시다가 적당히 끓여서 나중에 갈고, 좀 더 끓여두시면 돼요. 파는 것보다 맛있더라구요.

 Commented by 운향목 at 2009/11/30 23:11

오옷

내일 당장 해봐야겠습니다.

마늘은 찧은걸로 쓰면 될까요?

①토마토 데쳐서 껍질까고 ②4등분 한 뒤에 ③마늘+올리브유와 볶다가 ④물넣고 끓이고 ⑤식힌뒤 갈아서 ⑥한번 더끓이면 되는군요[길어!]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3:16

마늘은 찧으셔도 되구요, 시장에서 갈아달라고 하셔도 되구요. 마늘 누르개가 있으면 그걸로 누르시는게 가장 편합니다.

1.일단 마늘과 올리브기름을 불에 올립니다. 올리브기름은 끓는점이 낳고 마늘은 타면 쓴맛이 나오니까 약한 불에서 적당히 볶아서 마늘맛이 우러나게 하시면 되구요.

2. 토마토를 넣고 적당히 볶습니다.

3. 토마토다 익기 시작하면 약한 불에서 좀 끓이시구요.

4. 적당히 물렀다 싶으면 갈아서 다시 또 원하시는 정도까지 끓여주시면 됩니다.

가끔 신경을 써 주셔야 된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불은 토마토 볶을 때를 빼고는 중간보다 약한 불이면 되구요.

해 보시고 궁금하신거 있으면 또 말씀해주세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1/30 22:04 

앗 블루마스님; 또 맛있는걸 만들어드셨군요! 진짜 정성 많이 들어갔네요. 통밀가루라 더 맛있을듯.. ㅠ_ㅠ

파스타 기계가 무지 탐나네요 옛날에 제이미 올리버가 저렇게 손 파스타로 라비올리 만들던걸요. 전 무엇보다 블루마스님 요리가 항상 엄청 푸짐해서 좋아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55

저도 라비올리 만드는 거 좋아해요! 찾아보시면 라비올리 만든 것도 있는데.. 리코타치즈는 만들어야 되어서 좀 귀찮기는 하지만, 그냥 간 고기 넣고 라비올리도 한 번 만들어야 되겠네요.

 Commented at 2009/11/30 22: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30 22:57

옛날에 저희 할머니는 홍두깨로 정말 반죽을 미셔가지고는 칼국수를 해 주셨어요. 토마토 소스는 그냥주스용 못생긴 토마토로 만들면 되니까 별 부담이 없더라구요.

사실 여유가 되면 분리되는 파스타냄비를 사고 싶은데, 아직 거기까지는 뭐 제 수준이 안 되어서요-_-;;; 아이키아 파스타 냄비가 있기는 한데 좀 작아서 불편하더라구요.

 Commented by 볼빨간 at 2009/11/30 23:23 

손놀림이 ‘ㅇ’b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1 12:40

아이구 별말씀을요 부끄럽게 -_-;;;

 Commented by 제이 at 2009/11/30 23:23 

아아아아아아….. 이런 맛난것을!!!!!

수제파스타 ……아아아 ….하아(한숨). 일단 내일 토마토부터 사러갑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1 12:40

저도 어제 토마토 사왔어요. 아무래도 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맛이 좀 전반적으로 밋밋하더라구요.

 Commented by googler at 2009/12/01 05:15 

엄청나십니다요. 집에 면 만드는 기계도 있으시군요… 부럽 부럽.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1 12:40

아이고 엄청나다니요. 저도 손파스타는 그렇게 자주 만들지 않아요^^

 Commented by 관찰자 at 2009/12/01 10:39 

토마토소스에 허브는 넣지 않으시나요?

얼마 전 처음 시도했는데 말린바질과 월계수잎을 넣었더니 쓴맛이 도는 듯 해서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1 12:41

월계수잎은 넣는게 좋은데 어디 있는지 못 찾아서 안 넣고 있구요. 토마토소스를 처음 만드실 때에는 일단 그냥 만드시고, 나중에 원하는 소스로 만드시는 마지막 순간에 넣으시는 게 좋지 않나 싶네요. 말린 허브는 너무 오래 끓이면 좀 그렇더라구요. 양도 너무 많이 넣으시면 안되구요. 말린 거라 아무래도 향이 너무 강하거든요.

 Commented by 관찰자 at 2009/12/01 16:38

답변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허브양도 많았던 것 같고 오래 끓인 것도 패인이었던 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아리난 at 2009/12/01 13:02 

여기에도 등장하는 구례통밀님ㅎㅎㅎㅎ 앞으로는 통밀만 보면 블루마스님 빵 생각날것 같아요ㅎㅎ

사실 파스타도 말하자면 그냥 외쿡국수인건데 ‘파스타’라는 거품으로 너무 어이없게 비싸고 맛없는곳 많은것 같긴해요. 괜히 애매한거 밖에서 먹을바에는 집에서 해먹는게 훨씬 좋은것 같아서 저도 파스타 자주해먹어요ㅎ 크림소스로도 자주해먹는데 이런식으로 반죽하면 소스를 잘 흡수한다고 하니 좋네요! 좋은정보 얻어가요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4 21:20

아무래도 좀 그런 건 있어요. 너무 비싸죠, 또 비싼 게 비싼 값을 못하는 것도 좀 이해가 되지 않구요…사실 조금 공이 들기는 해도 손으로 밀어서 자르셔도 손파스타는 만드 실 수 있을 거에요. 수제비나 칼국수랑 뭐 다를게 있나요?^^

 Commented by subin at 2009/12/03 23:15 

와우..파스타까지 손수! 존경스럽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4 21:20

그냥 반 히키코모리면 뭐든지 해요^^ 뭐 밀농사 지어서 가루 내서 먹는 것도 아닌데요-_-;;;

 Commented by ra at 2009/12/04 10:01 

아 저 부들부들한 생면. 맛있겠네요; 어디 파는 곳도 없고 후..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4 21:21

사실 우리나라도 면에 대한 기술은 참 좋은데, 왜 생 파스타는 안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별로 다를 것도 없는데… 풀무원 같은데에서 곧 만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