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와 인기

 다른 사람들도 초등학교 다닐 때 그런 걸 경험해보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가끔 어떤 교사라는 사람들은 ‘반에서 가장 싫어/좋아 하는 사람’ 을 써내라는, 지금 생각하면 손들고 일어나 ‘아니 당신 교육자로서 정말 그런거 해도 된다고 생각해?’ 라고 묻고 의자 집어 던지고 나가고 싶은 뭐 그런 걸 하라고 강요했었다. 내가 왜 굳이 의자까지 집어 던지고 나가고 싶었냐하면, 꼭 그런거 하면 내가 뽑혔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재수없는 인간이었다. 왜 그렇게 재수없는 취급을 당했을까? 나는 안다, 그러나 굳이 여기에 지금 당장 구구절절이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어릴 때에 꽤나 쓴 기억이지만, 지금은 그냥 웃고 만다. 나는 인기 따위는 끌어 모을 수 없도록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것을 지금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좋은 의미에서든, 아니면 나쁜 의미에서는 나는 만만한 사람이 애초에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때로 굴레와도 같다.

2. 나는 무리에 속하는 것을 싫어한다. 오늘 몇몇 잘 나가는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그래서 예약 안 하면 밥 한 끼 사 먹기도 힘들다는 모처의 중국집에 가서 음식 몇 가지를 시켜놓고 먹다가, 그 예약까지 해야만 하는 거창함이 실제로는 그다지 거창하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서는, DSLR을 어깨에 둘러멘 사람 열 명을 포섭해서, 예약해서 가서는 다들 음식접시에 대고 미친 듯이 사진찍게 만들면 이렇게 먹는 음식보다 조금 더 나은 것을 먹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설사 더 나은 음식을 먹더라도 무리에 속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건 무리에 속하는 것이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다. 무리는 개인이기를 두려워하는 개인이 숨는 곳이라고, 나는 늘 그렇게 이해했다. 내가 개인적인 개인이기 때문에 무리에 속하는 개인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야만 한다면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다. 오늘은 대놓고 말했다. 사실은 꽤 멀리에서 왔는데, 음식이 꽤 싱겁네요. 닭을 튀기려면 닭고기에도 소금간은 당연히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깐풍기에 간을 하려면, 닭고기와 튀김옷과 소스, 그 세 가지 모두에 간을 해야 간이 맞는 깐풍기가 나온다. 파스타를 만들면 소스에도 간을 하고, 또 삶는 물에도 소금을 넣는데, 대체 무슨 이유로…?

3.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기 투표 따위에는 때려 죽여도 관심 같은 것 가지고 싶지 않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현실이 싫다. 인기 얻고 싶어서 무엇인가 했다면, 지금 이런 것들은 당연히 하지 않는다. 난 이런 것들이 있을 때마다 개인적인 개인과 무리 속의 개인 등등이 뚜렷하게 갈리는 짜증나는 현실을 보게 되어서 싫어한다. 나는 그런 것들에 영향받고 싶지 않지만, 나도 그저 완전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데에 100% 영향 안 받을 수는 없다. 그랬으면 벌써 득도해서 사리가 나왔겠지.

4. 당연히 술 마셨다. 요즘 기분은 언제나처럼 그렇듯이 별로 좋지 않고, 오늘은 바닥이었다. 일이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는다.

 by bluexmas | 2009/11/26 02:44 | Lif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아리난 at 2009/11/26 05:32 

한잔 하셨나보네요ㅎㅎㅎ

그..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씨 일기 가끔 가서 보는데 그런 얘기가 있었거든요. 어렸을때 하던 게임들중에 참 이상한 억지게임 많았다고. 손수건 돌리기나 정해주는 숫자대로 짝짓기같은거요. 술래가 되도, 안되도 불안하고 관심의 중앙에 있지 못한 사람들은 머쓱해져서 뭉뚱그려지는 뭐 그런것들. 지금은 그나마 좀 커서그런건지-_;; 그런거에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릴때는 많이 휩쓸리고 그랬었는데 블루마스님은 어릴때부터 초연하셨던 거일까요?ㅎㅎㅎ 알고보면 강한남자-_;; 뭐 이런?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1 12:43

아뇨 뭐 지금도 그렇게 초연하지는 않아요…. 뭐 그런 척 하는거랄까요. 의식 안 하고 살기는 힘들죠.

석원이형은 책을 냈다고 들었는데.. 그 일기가 모아서 책 낼 정도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Commented at 2009/11/26 10: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1 12:43

네, 바로 글을 올려서 아시겠지만, 그 집 맞아요. 별 볼일 없더군요.

 Commented at 2009/11/26 13: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1 12:43

그러셨어요? 그냥 개인적인 푸념이었는데… 🙂

 Commented at 2009/11/26 13: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1 12:43

조건없는 호의라는 건 솔직히 없다고 생각해요. 다 대가를 치르게 될걸요…

 Commented by Lon at 2009/11/27 11:58 

어, 그 설문조사 요즘은 초중고 다 합니다.; 아무래도 왕따나 이런 것들이 많이 등장하다보니 교사가 잠정적으로 분위기를 판단한다는 차원에서 하는 것인데..

사실, 그걸 제대로 적어서 내는지를 알 수 없어서 말이죠, 정리하면서도 아이들 장난이라고 보여지는 것도 꽤 많았고..

밸리에서 타고 들어와 포스팅 보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앞으로 종종 들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1 12:45

아 그런 취지에서라는거 이해는 하는데, 제가 학교 다닐때에는 그걸 교사라는 사람이 애들 앞에서 발표를 했나 뭐 그랬을걸요. 아니면 불러다 혼을 냈나? 그걸로 뭔가 판단하려는 것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애들 말을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종종 들러주시면 저도 고맙죠^^

 Commented at 2009/12/04 21: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4 21:22

아 네^^ 링크 신고도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저도 링크했어요. 자주 들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