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청도 양꼬치-무난한 음식, 애매한 위치
벌써 양꼬치와 진짜 중국식 중국 음식을 하는 집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집들의 한국식 변종이 나오는 것을 보게 되는 것도 나름 흥미롭다. 9월에 문을 열었다는 영등포의 ‘청도 양꼬치’ 는 바로 그런 집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조리사가 바뀌었다니 어쩌면 음식이 더 나아졌을 수도 있겠다. 두 번째 갔을 때의 음식은 글에서도 썼다시피 실망스러웠다. 물론 양꼬치 자체는 좋았다. 다른 음식들은 두 번째 들렀을 때는 정말 영…-_-;;;) 성민 양꼬치에서 배운 분이 가게를 여셨다니 그쪽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가지거나 애정을 쏟을 수도 있겠다. 물론 나는 아니다. 양꼬치를 그렇게 즐겨먹는 사람도 아니고…
그러나 요즘들어 양꼬치를 먹고 싶어져서, 겸사겸사 지난 수요일 청도 양꼬치에 가 보았다. 영등포 먹자 골목에는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어서, 지도까지 뽑아서 갔는데도 정말 찾기가 어려웠다. 점심을 대강 먹어서 배가 고팠던 터라, 헤매다가 짜증이 끝까지 치밀어 오르기 바로 전에 정말 골목 안쪽에서 음식점을 찾게 되었다. 다섯시 쯤으로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손님은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그런지 넓은 가게는 좀 추웠다. 난방기로 보이는 기계를 고치는 기사가 와 있는 것으로 보아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사진에서 보았던 대로 가게는 널찍했고, 시설은 잘 되어 있었는데 중국집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고기집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갈비살과 그냥 꼬치 1인분식, 그리고 꿔바로 작은 것과 물만두를 시켰다.
말한 것처럼 양고기를 그렇게 자주 먹는 편이라 양꼬치 관련 포스팅을 자주 올리는 사람들처럼 깊이 얘기할 능력은 없지만, 그렇게 잘 모르는 나에게도 꼬치는 부드럽고 맛있었다. 한 가지 궁금했던 점이라면, 꼬치라는 게 이렇게 구워서 그 꼬치채로 손에 들고 고기를 입에 물어 당겨 빼서 먹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쯔란을 담아 찍어 먹을 수 있는 접시가 완전하게 평평하지 않아서 결국 찍어 먹으려면 꼬치를 올려 굽는 틀의 홈에 꽂아서 고기를 당긴 다음 다시 젓가락으로 뽑아야 하는 점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이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성민에서도 그랬던 것 같고, 다른 집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일텐데, 내가 너무 까다로운 걸까? 귀찮은데 그냥 꼬치채로 먹을 수 있으면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물만두가 나왔는데, 사장님이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에는 직접 빚은 것을 썼지만 손이 딸려서 사다가 쓰신다고 하더라. 아니나 다를까, 만두의 크기며 모양도 그렇지만, 바닥에 포장 받침인 플라스틱 자국이 나 있는 것으로 보아 말씀 안 해주셔도 알 수는 있었을 것 같다.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후추맛이 좀 두드러지고 조미료맛이 풍기는 전형적인 기성품 만두의 느낌으로 먹는 재미는 별로 없었다(굳이 얘기하자면, 가끔 음식점들이 다른 음식점의 이름이 찍힌 접시를 재활요하는 것을 보면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다른 음식점 이름이 찍힌 건, 또 그게 오래 되어서 막 지워지는 것이라면 더더욱…-_-;;;).
두 사람이 먹기 딱 좋은 정도의 작은 꿔바로는 뻣뻣할 정도로 바삭거리기 보다는 적당히 말랑거렸는데, 밀가루 반죽이라면 바싹 튀긴 것을 더 좋아하지만 그보다 쫄깃거리는 찹쌀가루 반죽이라면 이 편이 더 낫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지라 괜찮았다. 센 식초의 향이 확 올라오는 것을, 만드는 것을 배운 사장님도 안 좋아하신다고 했고, 나도 그랬던 터라 그런 느낌이 없는 것이 좋았다. 이것도 어찌보면 꿔바로의 현지화라고 할 수 있을지…?
11월말까지 맥주와 소주를 한 사람 당 한 병씩 천원에 판다고 하는데,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맥스가 한 병에 이천원이라면 음식의 무난함을 생각해 볼 때 그 먹자 골목의 음식 질이 어떤지는 몰라도 그 안에서는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물탕면을 비롯한 몇 종류의 식사가 있기는 한데, 꿔바로 말고도 한 두 종류의 요리, 이를테면 이 음식점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중국식 중국집의 마파두부나 깐풍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닭고기로 된 무엇인가 정도만 더 있어도 양꼬치/꿔바로로 끝나서 금방 물릴 수 있는 음식의 선택에 조금 더 다양함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많이 들어차고 난방기를 고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내가 저녁을 먹을 때에는 사실 너무 추워서 정말 빨리 일어날 수 밖에 없었으며, 위치를 찾지 못해 헤매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닌지 한 시간 정도 음식을 먹는 동안에도 사장님이 위치를 물어보는 전화에 답하는 것을 두세번은 들었던 것 같다. 위치는, 이제는 찾아 가겠지만 말로 설명하려면 아직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힌다. 나는 다른 곳에서 먹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찾아 헤맸지만,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 배가 고픈 채로 가게를 찾으려 든다면 열에 한 둘 정도는 찾다 지쳐서 다른 집으로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좀 들었다.
# by bluexmas | 2009/11/23 10:20 | Taste | 트랙백 | 덧글(18)
양꼬치 먹으러는 자주갔는데 현지화라니 그것도 나름괜찮겠네요
태국에서 양을 기르는것도 본적이 없고…
아 급 떙기네요
저는 양고기를 한번도 먹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사뭇 궁금해져요 –
그래도 저에게 있어 최고의 고기는 역시나 돼지고기…ㅋㅋ:)
돼지고기도 맛있죠. 갈비나 사다가 좀 찜을 해야…^^
어우 암튼 양꼬치는 중국에서 먹어줘야 제맛인데요 ㅎㅎㅎㅎ
본토는 더 작게 자른 고기를 대나무 꼬치에 꿰어 파는 곳이 많던데, 클러빙하다가 나와서 편의점에서 산 맥주랑 먹으면 꿀맛이에요
그러게 중국에서 클러빙하다가 편의점에서 산 맥주와 양꼬치라니, 힘이 솟아 밤새 춤을 출 수 있겠는데요?^^;;;;;;
소 자체의 맛이 좋아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먹는 것이 맛있는 것처럼 양도 소랑 비슷한가봐요
꿔바로우를 먹어보지 못했는데 탕수육이랑 비슷한 부위를 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