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너머 짜파게티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이런 날이 온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짜파게티가 먹고 싶어진다. 그럼 먹는다. 먹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저녁에 이마트에서 사온 포도주를 마시며 찔끔찔끔 일을 하다가 오리털 파카를 뒤집어 쓰고 뛰쳐나가 문 닫기 직전인 가게에서 짜파게티 두 봉지를 집어왔다. 스물 다섯 이후로 내 라면 끓이는 기술은 계속해서 퇴화되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열 아홉 이후로는 계속해서 퇴화되고만 있다. 어쨌든 먹는다. 나는 오늘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내 입맛이 너무나도 싸서, 이런 날 캐비어를 얹은 블리니 따위가 아닌 짜파게티 두 개만을 원한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또 슬프다. 때때로 산다는 건 너무 재수없다고 느껴진다. 오늘이 좀 그런 날이었다. 나는 사실 기분이 잘 나빠지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또 종종 그러는 만큼 아주 깊은 곳까지 화가 나지는 않는 사람인 편이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오늘은 아주 깊은 곳까지 기분이 나쁜 날이었다.
오이는 초점을 잘 맞추기 위해서 넣은 것이지, 맛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저만큼 넣으면 짜파게티의 맛이 변한다. 나는 채를 예쁘게 썰지 못한다.
# by bluexmas | 2009/11/22 01:32 | Taste | 트랙백 | 덧글(30)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군침 질질~^^;;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그래서 전 사리라면 하나 사서 반 잘라 추가해먹곤 하죠^^
채를 예쁘게 썰줄 몰라도 대신 예쁘게 썰어주는 것들이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지 뭐랍니까~
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짜파게티를 잘 안먹게 됐어요. 짜파게티 대신 후루룩 국수라던가 둥지냉면이라던가를 먹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ㅅ’
친구가 전에 생일선물로 짜파게티랑 이것저것 줬는데 그게 몇년 만에 먹었던 짜파게티….
근데 이 포스팅 보니까 이번 주 안에 꼭 저도 사다 먹어야겠어요 +ㅁ+
절대 배가 고픈것도 아닌데.. 먹고 나서도 기분이 좀 나아지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전 일주일에 두세번씩 기분이 나빠져서 걱정이에요.
전 채를 참 잘 썹니다. … 그냥 자랑하고 싶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점심을 애매하게 먹어서 그런지 사진 보고 있으려니 더 먹고 싶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