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송화강- 바로 전설이 되어버린 비운의 중국집

이 송화강이라는 중국집은 오산 역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큰길가에 있는, ‘홀짜장’ 을 파는 집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이름을 ‘송화강식관’ 이라는 중국풍으로 바꾸고 가게 앞에 ‘짜장면 안함’ 이라고 쓴 종이까지 붙여놓고는 진짜 중국음식을 하는 집으로 변신했다. 홀짜장에는 관심이 없지만, 혹시 꿔바로나 다른 중국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집이라면 반갑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날 시내에서 영화를 한 편 보고 들러보았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여섯 시쯤이었으니 저녁시간이었다), 주인 부부 가운데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가 들어서자 대끔 ‘짜장면 안 해요’ 라며 너도 짜장면 먹으러 온 것 같은데 잘못 찾아왔으니 나가라… 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래서 나는 짜장면 먹으러 온 게 아니라며 메뉴를 달라고 해서 들여다보았는데, 역시 모두 한자였다. 그러나 무슨 면이나 물만두 정도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고, 나는 바로 꿔바로와 물만두 한 접시를 시켰다. 장사가 신통치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사람이 그런지 계속 화가 나 있는 표정의 주인 남자에게 말을 붙이자 우리나라식의 중국음식을 하던 주방장을 다루기가 어려워 아예 내보내고 한족인지 중국인인지 잘 구분이 안 가는 주방장을 불러다가 중국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는 가운데 계속해서 근처 학교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며 가족들, 적어도 세 무리가 들어왔으나 이 남자는 짜장면 안 한다는 말로 사람들을 쫓았다. 개중에 학생들은 우리말로 된 메뉴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그냥 막종이에 손으로 쭉 쓴 무엇인가를 보여줬고, 이들 역시 그냥 멋적어하면서 가게를 나섰다.

카메라까지 가져갔는데 메모리카드를 가져가지 않아서 그냥 구린 폰카로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물만두는 물기가 좀 적고 간이 살짝 싱거웠으나, 피가 쫀득쫀득하고 그럭저럭 괜찮았다. 마지막으로 성민에 갔을 때 내온 물만두보다 솔직히 낫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꿔바로 역시, 전분을 안 넣고 만든다며 거의 물에 가까운 소스에 잠긴듯한 튀김이 나왔는데 튀김 솜씨가 좋았고, 소스는 빙초산의 냄새가 처음에 너무 확 올라왔지만 서울에서 먹어본 것들과도 차이가 없는, 준수한 맛이었다. 나는 이 정도의 음식이면 짜장면이 아니라도 근처에 학생들도 많고 하니까, 좀 알려보면 장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서울의 식당들처럼 사진도 찍고 메뉴도 만들고 해서 홍보를 하면 좀 괜찮지 않겠냐는 얘기를 넌지시 던져보았으나, 그래도 사근사근한 여자와는 달리 주인 남자는 오산에서는 그런게 안 된다는 얘기만 계속해서 했다. 어쨌든 나는 맛있게 먹어서, 꼭 식구들과 함께 오겠다고 생각하고 가게를 나섰는데, 일주일인가 지나서 언제나처럼 가게 앞을 지나가니 셔터가 내려져 있고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금까지 한 얘기로 미뤄보아도 참 장사할 만한 태도가 아닌 사람들이 가게를 꾸렸으니 금방 문 닫는 것이야 그렇다쳐도, 주방장 솜씨는 꽤 괜찮았는데 먹어본 음식이 그저 꿔바로라니 아쉽기가 정말 이루 말 할 수 없다. 나는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왜 다들 망할 수 밖에 없는 길로 걸어가는 것일까? 정말 근처에 학생들도 많고, 유동인구도 꽤 있는 편인데다가 공간도 널찍해서, 홍보만 잘 되면 그럭저럭 사람을 좀 그러모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는데, 굉장히 아쉬웠다.

 by bluexmas | 2009/11/17 09:56 | Taste | 트랙백 | 덧글(19)

 Commented by 아리난 at 2009/11/17 10:17 

주인아저씨가 너무 시크하셨네요-_;;;;;;;;;;; 짜장면 안한다고 굳이 내쫒으실것 까지야. 일단 들어온손님에게 짜장면이 없더라도 다른걸 팔아보려고 하는게 장사가 아닐까 하는데..

정말 한번 먹어보고 자로 전설이 되었네요-_;;; 짜장면이 아닌 진짜 중국요리 하는집, 게다가 잘하는집;;은 많지 않은것 같은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9 22:25

그러게요. 손님이 일단 들어왔으면 뭐라도 먹어보라고 권하는 게 장사가 아닐까요… 이 동네에서 못먹어보던 음식이라 정말 반가웠는데, 문을 닫으니 슬프더라구요 T_T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9/11/17 10:40 

아~ 배가고파효..ㅠㅠ;;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9/11/17 10:40

참~ 여의도 근처에 오실일이 있으시면 연락주세요…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9 22:25

여의도에 계시는군요… 언제 찾아뵐테니 같이 그 유명하다는 콩국수 드시죠~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11/17 10:43 

참고로, 이런 장사는 유동인구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스타일을 찾는 남학생, 역시 스타일있게 (소주에 삼겹살파 말고) 저녁에 술과 안주 걸치려는 아저씨들이 주요타겟이겠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꿔바로식 중국집주점이 쉽지많은 않죠..

장사가 될만한 곳들은 동대문구,관악구,동작구,영등포구에 집중적으로 몰려있고, 경쟁자가 적은 지역은 고객층이 아직 이런걸 낯설어하기도 하고..그런게 있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9 22:26

그렇군요. 그런 사업적인 부분은 제가 잘 모르니, 도움이 되는 지적입니다. 중국 주점은 아니고 사실 식당이었는데, 뭐 트렌트 세터까지는 아니어도 들어온 손님들에게 어떻게든 뭐라고 한 번 먹여볼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내보낸다는 건 제 생각에 조금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장사에 자존심을 내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1/17 11:13 

저 사진속의 요리는 정말 사진으로만 남게되었네요 ^^; 야심차게 새출발하셨는데 좀더 가게를 끌고 가셨더라면 손님이 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짜장면을 안파니 손님이 떨어져서 문 닫으신건 아니겠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9 22:27

짜장면을 팔때에도 그렇게 사람이 많이 오지는 않던 집인 것 같은데, 그마저 안 팔고 나가라고 하니 버틸 재간이 없지 않았나 싶어요-_-;;;;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1/17 16:15 

이곳이 바로 일전에 말씀하신 문 닫은 곳이로군요..

아무리 음식이 맛있다고 해도 손님이 자동으로 오는 것도 아닌데..

너무 음식맛만 믿고 장사한 것이 아닌지…짜장면으로 일단 고정손님 확보하는 것도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9 22:27

그러게요, 아니면 아예 짜장면이라도 좀 팔던지… 이도저도 아니다 망하면 참 슬프잖아요. 망하려고 장사시작한 건 아닐텐데T_T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09/11/17 16:52 

아무리 진수성찬이라 해도 역시 장사는 장사죠.

아쉬운 일이네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9 22:28

그렇죠. 장사는 참 힘든 일이라… 제가 회사 다닐때 철없는 한국인 40대 아저씨가 있었는데, 이 양반은국제적인 고문관으로 소문난 가운데 ‘아니 뭐 다 안되면 장사하지 뭐’ 라는 말을 뱉고 다녀서 참 듣기 거북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장사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Commented by JUICY at 2009/11/18 01:10 

흠. 정말 장사는 맛이 좋다고 다 해결되는게 아닌데 말이죠 🙂

저는 아직 맛을 잘 모르는지라, 아무리 맛있어도 서비스가 안좋으면 두 번 다신 안가게 되요 ‘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9 22:29

그렇죠. 저도 쫓겨날뻔 했는데, 정말 한 번 먹어보자고 해서 먹은거에요… 보통때같았으면 응 즐쳐드셈, 그리고 나왔을듯-_-;;;

 Commented by 유 리 at 2009/11/18 15:18 

일단 들어온 손님은 자리에 앉히는 게 기본일텐데 어째 저 사장님은 사람 얼굴 보면 뭘 시킬지 다 아는 것 마냥 굴어서 손님을 쫓나요;;; 장사의 기본이 안 되어 있군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9 22:29

그게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저희 짜장면 안 해요”

…. 좀 너무한거죠. 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봐요 저는.

 Commented by yuja at 2009/11/19 09:04 

아, 미국 시골 중국음식 도무지 못먹겠어요.. 불친절해도 좋으니 이런 꿔바로우 한번만 제발.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9 22:30

아 그 미국 시골 중국음식 가운데 정말 엄청난 것들이 많지요… 저도 미국에서 중국음식 정말 만만치 않게 먹었는데 시골부페같은데 가면 이게 정말 자연재료로 만든 음식인가 싶기도 해요…T_T 고생이 많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