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중 잡담
집에 열 시 좀 넘어 들어와서, 두 시간동안 계속해서 일을 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일이 이것저것 겹치면 강박관념에 쩔어 일들을 나눠서 하게 된다. 이를테면, 지금 집에 들어오자 마자 한 일은 피곤한 상태에서는 스스로 마음에 들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조금 집중해서 해야되는 일이라서… 그래서 이런 일은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아니면 최소한 피곤에 쩔지 않은 시간에 하고 또 다른, 피곤해도 그럭저럭 끌고 갈 수 있는 일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나 졸려서 쓰러질 것 같은 상태에도 그냥 한다. 어쨌든 한 가지 일을 끝내고 잠시 휴식중, 사실 이 일은 보내놓고 별 반응이 없어서 폐기처분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급하게 재편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서 다른 일을 잠시 미뤄놓았어야만 했다.
2.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았는데, 좀 길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다. 뭐랄까, 나는 영화에 대해서는 이론이고 뭐고 아무 것도 몰라서 설명할 능력이 좀 딸리기는 하지만, 계속 죽여대는 그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을 무한반복시켜서 보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낯설음을 덜어버리고 무엇인가 더더욱 친숙한 상황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인가? 하는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체계는 없는 생각이라는 걸 잘 알고 있고…
영화도 영화지만, 브래드 피트의 그 진한 남부 억양은 이 영화의 등뼈라고 생각한다. 자꾸 티내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그 동네 가까운 곳에 살아본다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과 그가 맡은 임무와 그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마지막의 대사에 나오는 밀주업에 관한 그의 대사에서 ‘moonshine’은 남부 동네에서 주로 노인네들이 집에서 빚는 독한 싸구려 술이다. 아마 소주나 보드카 같은 증류주일텐데? 워낙 그 동네 애들이 많은 회사를 다니다 보니 문샤인에 대한 얘기도 참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3. 그래, 오늘 빼빼로 데이라고… 발렌타인이든 빼빼로든 가래떡이든 그 어느 데에서 놀아나고 싶지는 않은데, 또 재미로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꼭 그렇게 비판적이어야 할 필요는 있나 생각도 한다. 만약 비판적이라면 뭐랄까, 그게 결국 회사의 돈을 벌어주는 장단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을 굳이 그런 방식으로 표현할 필요는 사실 없다고 생각한다. 뭐 나 자신도 안 그랬냐면…꼭 그런 것도 아니긴 하지, 뭐 옛날에는.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황량한 주택가 앞 미니스톱에서 마이크 들고 춤추며 빼빼로 파는 언니를 보니 그건 좀 어째 그렇더라. 꼭 그렇게라도 팔아야 하는 걸까.
4. 내일이 수능 시험보는 날인가? 그래서 날씨가 이렇게 춥나?수능시기만 되면 수능 1세대였던 내 첫 수능 생각이 난다. 나는 여름에도 수능을 보았다… 뭐 나도 다 거쳐온 것이기는 하지만, 그런 시험 한 번에 어느 학교를 가고 뭘 하는 따위의 미래를 정해야만 하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뭐 그것보다는 지식이라는 것이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이 상황이 슬픈 것이겠지.
5. 계속해서 실망스러운 음식을 먹는 일이 벌어지자, 음식에 대한 글을 쓰는 것에 스스로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제 올린 글은 사실 글을 올려주기로 하고 공짜로 밥을 먹었으니까 올렸지, 그렇지 않았다면 안 올렸을 것이다. 누군가의 장사에 영향을 미치냐 마냐를 생각하기 전에, 일단 그런 글은 정말 쓰기가 즐겁지 않다. 처음 한 줄 쓰고 쓰기 싫어져서 정말 나라는 말의 등에 피가 나도록 채찍질하면서 썼다. 그렇다고 또 사진만 달랑 올려놓으면 내가 아니니까. 뭐 그랬다. 그 글 쓰고 나니까 몇 사람이 또 링크를 끊더라. 그런 글을 계속해서 올리면 이 새끼는 어디 가서 먹고 비아냥거리는 글만 올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뭐 그게 나한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느냐는 또 전혀 다른 얘기겠지만.
6. 답글 달아야 되는데…T_T
7. 하나 더… 루저타령? 그래서 나는 텔레비젼을 아예 안 봐. 안 보면 마음이 편하거든.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나으니까, 그런 건.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사는 게, 정말 힘들긴 힘들다니까.
# by bluexmas | 2009/11/12 00:27 | Life | 트랙백 | 덧글(14)
음식에 실망을 덜할 거라면, 아무래도 강북 위주로 가는게 낫죠. 최소한 서초/강남은 피하는 게^^;
사투리는 세계만국 공통인가보군요. 전 지인이랑 여행갈때 스페인 숙소에서 뮌센에서 온 여중생 일행을 만났습니다. 지인이 독일어를 좀 하니깐 여자애들이 자기들 말 알아챌까봐 이후 남독일 바이에른 사투리를 써, 지인도 못알아듣겠다고 하더군요^^;
자주 놀러다니는 블로그가 있는데 거기는 항상 칭찬일색 ‘ㅁ’
언제부턴가 잘 안가게 되더라구요.
저는 bluexmas 님의 그런 음식평들이 좋아요 🙂
비평이란 힘든법. 맛없는 음식먹고 성실하게 쓰기가 얼마나 힘든데요…..-_ㅠ 저는 주로 분노+욕을하지 평가가 안되거든요.
자식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어요…ㅠㅠ
7. tv도, 신문도…심지어 이글루에서도 ‘마이’만 주로 드나들기 때문에 저역시 주변정세에 어둡지만 별 아쉬움없이 잘 살고 있답니다~ 😀 후배들이 요즘 뜨는 드라마 얘기하면 잘 못 알아듣거나, 흥분하는 일도 그게 뭔지 의아해하지만서도.-.- 대한민국에서 제정신차리고 살려면 거의 모든 매체와의 단절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이기적일까요?
6. 답글 안 달아주셔도 섭섭해 하지 않을께요…ㅋㅋ
답글은 열심히 달아야지요T_T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요. 와서 읽고 또 반응 남겨주시는 건데.
요즘은 패배의식에 절어서 루저가 될것같은 시기네요
사우나가서 땀좀 배출하고 정신좀 차려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