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별 것도 아니지만, 메일 주소를 달아놓기로 했다. 그 이유는, 나에게 ‘여자 접선 블로거’ 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하사해주신 그 분의 유지를 계속해서 받들고자 보다 원활한 접선을 위한 연락처를 제공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을 이제서야 내렸기 때문이다. 메일 주소도 공개했으니 보다 많은 접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라고 또 누군가는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농담이고, 이유는 그렇다. 며칠 전에 어떤 매체에서 기자가 블로거를 까는 글을 싫었는데, 이런 저런 진상 블로거들의 유형을 죽 늘어놓은 다음에 마지막으로 어떤 파워블로거는 명함을 카운터의 명함통에 넣으면서 ‘나한테 잘 못 보이면 뭐 알죠?’ 하는 식의 압박을 주더라는 얘기로 마무리지은 것이었다. 아니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정말 어이가 없기는 했는데, 그것도 그렇지만 저런 기자같은 사람들이 블로거를 까는 가장 큰 무기는 블로거는 매체의 기자와는 달리 자기가 생산하는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솔직히, 요즘 세상에 기자와 블로거의 경계선이 있기는 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기자가 블로그를 꾸려서 글을 쓰면 그 사람은 기자일까, 블로거일까? 아니면 블로그로 글을 쓰던 사람이 매체에 글을 쓰면 그 사람은 또 무엇일까? 나는 직업은 직업이고, 블로거라는 명칭은 그저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것과 상관없이 붙는 명칭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이 음식 만드는 일이면 그 사람은 조리사일테고, 그런 사람이 블로그질을 하면 그 사람은 블로그도 하는 조리사고, 뭐 그런 것 아닐까?

어쨌든, 그렇게 파워 블로거랍시고 다니면서 공짜 음식을 먹는다거나, 진상을 떨어놓고 자기가 무슨 권력이라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지는 정말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또한 나는 파워블로거도 아니고 파워블로거 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권력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더더욱 없기는 하지만(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정말 진지하게 이짓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어쨌든 책임은 지면서 뭘 해야 할 것 같아서 메일 주소를 올려놓기로 했다. 어차피 내 블로그에는 비로그인 덧글을 달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앞으로도 웬만해서는 그걸 풀 생각이 없다. 한편으로는 메일 주소 딸랑 올려놓는다고 뭐 책임진다고 하는 나 자신도 얄팍한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 편으로 드는 생각은, 그런 사람들이 없어야 하는 것은 분명히 맞지만 주로 돈으로 대표되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 무엇을 얻었다면, 비판까지는 하면 안 되지만 비평-물론 이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다-까지는, 아니 그것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내놓는 것은 그 대가를 치른 사람의 자유가 아닐까 싶다. 음식을 예로 들자면, 누군가는 맛있게 먹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맛없게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논리로 이 모든 현상이 다 이해될 수 없는 이유는, 이성적이지 않은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가 씹어댄 저 진상 파워블로거처럼. 솔직히 어디에서 뭔가 먹고 맛있다고 쓰기도 싫고, 맛 없다고 쓰기도 싫은 것이, 그런 글로 인해서 본의 아니게 간접광고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고 싶을 뿐이지, 누군가의 장사를 흥하거나 망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나의 글이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낸다면? 그건 좀…

 by bluexmas | 2009/11/11 00:32 | Lif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1/11 01:59 

음… 나비효과죠 뭐…

의도치 않아도 어떻게 돌고돌고 돌아서…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2 12:08

그, 그런걸까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1/11 02:40 

저도 동면 상태인 하이텔 아이디가 있을텐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설마, 저게 주로 쓰시는 이메일인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2 12:09

메일 주소 두 개를 쓰는데, 저건 오래전부터 쓰던거라 버릴 수 없어 씁니다. 문제는 유료라는 것인데, 왜 유료인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죠-_-;;;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1/12 12:46

기억조차 희미한데 천리안을 한동안 유료로 썼었지요. 지금 천리안은 두 가지일겁니다. 무료와 유료. 저는 무료를 역시 동면 상태로 두고 있습니다. 어쩌면 하이텔도 무료가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메일 두 개를 쓰신다면 다른 하나는 구글일까요.

 Commented by turtle at 2009/11/11 09:53 

우와 하이텔…반갑습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2 12:09

거북님도 하이텔 쓰셨나봐요^^ 하긴 그 시대에는 다 썼죠^^

 Commented by turtle at 2009/11/12 22:29

사실 저는 케텔부터… 🙂 (나이가 나오는군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1/11 11:14 

아직도 하이텔이 있네요 ;ㅁ; 옛날에 전화비 10만원 넘게 나와서 뚜드려 맞은 기억이 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2 12:09

으하하 어디 10만원뿐이겠어요… 한 20만원 나오지 않았나? 히히 쫓겨날뻔했던 것 같아요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