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스놉-그저 조금 더 깔끔한 프랜차이즈 케이크
사실은 케이크를 안 먹은지 꽤 오래 되었다. 워낙 잘 먹을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먹으면 바로 다 살로 가니까…;;; 그러나 너무 케이크가 먹고 싶어지는 시점에 이르러, 홍대앞 어딘가를 가보겠다고 마음 먹었다가 오며가며 계속 보았던 ‘스놉’ 을 가게 되었다. 기억하기로 열 종류 조금 넘는 케이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추천을 해달라니 다 맛있다고…(들으나 마나한 대답) 그래서 어디에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는 초콜렛 케이크(가토 오 쇼콜라?)와 그 반대 색깔인 레어치즈 무스를 주문했다. 1층에서 케이크를 고르고 주문서를 받아 2층에 올라가면, 마실 것을 고르면서 그 주문서를 주는 시스템이었다.
곧 케이크가 나왔는데, 초콜렛 케이크의 프로스팅이 정말 반지르르하게 윤기가 흐르길래, 먼저 먹어보려고 포크로 뾰족한 끝 부분을 눌렀는데, 잘 잘라지지 않았다. 솔직히 파는 케이크를 안 먹어본지가 정말 오래인지라 기억하거나 비교해볼 무엇인가가 조금 부족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속에 들어 있는 초콜렛 크림이 완전히 굳어서 케이크 따로 크림 따로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정말 맞는지 굉장히 헛갈렸다. 초콜렛의 풍미는 강하게 느껴졌지만, 이해할 수 없는 식감이었다. 게다가 크림과 케이크를 굉장히 얇게 여러겹 올렸는데, 그렇게 크림이 딱딱해진다면 둘 다 한 겹 정도 줄이는 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나중에 나가면서 다시 케이크 앞에 붙어 있는 설명을 보았는데, 초콜렛과 적포도주에 절인 건포도의 맛이 어우러지는 설명을 보았으나, 내 기억에는 건포도맛이 없었다… 알바인 듯 보이는 여자분에게 물어보았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렇다고 하던데요?” 와 비슷한 것이었다).
두 번째 케이크인 레어치즈 무스는 사블레를 밑에 깔고 그 위에 치즈 무스를 얹었다고 들었는데, 사블레치고 바닥에 깔린 건 버터의 풍부한 느낌이 부족했고 딱딱했다. 그리고 그 위에 얹힌 무스는 무스라고 하기에는 조금 묽어서, 그 둘의 식감 역시 그다지 조화롭지 못했다. 초콜렛 케이크나 이거나, 케이크나 과자와 크림 또는 무스가 맞닿는 부분에는 시럽 같은 것을 축여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무엇인가를 한 듯한 느낌이 없었다. 치즈 무스의 신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사브레의 가운데에도 레몬 커드 같은 것이 들어있어서 그것까지의 신맛을 더하면 약간 지나친 듯한 느낌이었다. 무슨 재료를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입 속에서 그다지 반갑지 않은 신맛이 조금 오래 갔다. 케이크의 바닥을 뒤집어 보니 구운 흔적이 내게는 너무 깔끔하게 보여서 이거 이런 곳에서 쓰는 오븐으로 구운 걸까? 하는 생각이 좀 들었다(어디에선가 사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전체적으로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는 케이크를 조금 더 깔끔하게 만들었다는 정도 이상의 인상은 주지 못했던 가운데, 그 케이크며 가게의 이름이며 공간 등등의 조화는 케이크보다도 살짝 더 어긋나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이런 케이크는 유럽의 영향을 받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을 텐데, 그런 케이크를 만들어 파는 공간의 이름이라면 조금 더 케이크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다른 이름이 좋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누군가의 강아지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 생각에 ‘스놉’ 이라는 이름은 케이크의 느낌과는 그다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리고 그렇게 강아지를 내세우고 싶었다면 휴지 같은 데에도 강아지를 좀 찍어 놓던가… 가게 이름도 안 찍힌 하얀 냅킨을 보고 있으려니, 어울리지는 않아도 귀엽기는 하던데 좀 여러 곳에 아끼지 말고 쓰지? 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공간은 아예 아무런 생각이 없이 칠하고 대강 고른 가구를 들여 놓은 듯 휑덩그렁했으며, 2층으로 올라가는 큰 계단실과 높은 천장 덕분에 애초에 비효율적으로 생긴 공간이라 많은 사람이 들어올 수 없음에도 소리가 굉장히 많이 울렸다. 개인적으로는 간소한 디자인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2층 전체에 걸쳐 벽에 칠해놓은 것말고는 무엇이 있었다고 생각이 되지 않는 이런 공간에서는, 정말 너무 썰렁한 느낌이 들어서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무슨 흰 동굴 같은데 멀거니 앉아서 케잌만 빨리 먹고 나가야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아예 좀 고전적이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나가서 그런 공간에 맞는 케이크를 팔거나, 아니면 좀 더 현대적이고 단순하게 가거나 뭐 그런 생각이나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으면 좋았겠지만,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안목이 없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이렇게 하면 잘 된다고 말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따로 가져다 놓고 보니 전체가 다 조금씩 엇나가는 뭐 그런 느낌의 공간이고 또 케이크였다. 그 모든 것이 그렇다고 해도 케이크가 정말 맛있다면 나도 입닥치고 아무런 상관도 없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참, 에스프레소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마셨는데, 특별히 말할 무엇인가는 없었다…
# by bluexmas | 2009/11/06 21:00 | Taste | 트랙백 | 덧글(36)
정말 ‘괜찮다’싶은 케잌이 없습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어제 poetree라는 체인점같은 커피숍+빵집에 가서 브라우니를 먹어봤는데 특이하게도 건포도가 들어있더라고요. 의외로 잘 어울리던데.. 케이크에 건포도맛이 없었다니 왠지 제가 아쉽네요. =_=;
비공개 덧글입니다.
Snob은 허세부리는 사람을 일컫는 하는 욕인데…
가게이름이 고객들을 꾸짓고 있어 -_-;
비공개 덧글입니다.
솔직히 매장에서 직접 케이크 만드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좀 받았습니다. 몇몇 재료들의 느낌이 너무 공산품 같았거든요.
케이크랑 좀 동떨어진 메뉴이긴 한데..
수제 햄버거 유명하다고 다들 하도 감싸롱 감싸롱 노래들을 하길래 일부러 홍대앞까지 가서
감싸롱에서 햄버거 먹고 화났어요. 직원들 서비스 형편없고.. 가격대비 넘 별루…
그 돈으로 버거킹 가서 먹는 것이 더 저렴하고 맛있게 먹겠다 싶더라구요.
검정색 케이크는… 참으로 먹고싶지 않은 느낌이네요;
크림이 굳어서 빵과 붙어있지 않는것은 좋지않은 추억을 남겨주어서…
건물내부의 묘사가 마치 정신병동을 연상케 하는데요
지금 방을 둘러보니 우리집도 마찬가지 ㅋㅋㅋ
아 이 한줄에 모든 진리가…
케이크 파는 집인데 케이크가 저래서야 대체 지갑을 열어줄 이유가 없지 말입니다.
제가 먹었던 것은 다른 종류의 타르트였는데 각각의 재료들이 딴 맛을 내서 영 아니었다고 기억합니다. 블로그에 리뷰를 써두긴 했지만 그닥 열어보고 싶은 생각도 안드는..;
그것이 이 주나 지속되어 돈이 제법 묵직하게 빠져나갔더랬죠ㅜ.ㅜ
보통은 케익을 부드러운 맛에 먹는군요 저는 얼려 먹기 때문에 딱딱한 게 나쁜거라곤 느끼지 못했어요 역시 개인 차가…
제가 최근 먹어 본 케잌 중에선 페이야드가 제일 나았어요. 그리고 압구정과 백화점 지하 몇 군데에 입점해 있는 본 누벨요. 쓰다 보니 갑자기 본 누벨 케이크가 먹고싶어지네요. 그 참.
전 집에서 한번 막 케이크를 구워 먹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_-;;;
타르트는 진짜 딱딱한 것 같아요. 그리고 초콜릿 무스? 로 보이는 저 카토 오 쇼콜라는
초콜릿 맛이 많이 나서 맛있게 먹었는데 (단 한번 이지만)
생각보니니 bluexmas님 말씀대로 포크로 자르면 층이 부서졌던 것 같아요-_-;
그래도 전.. 초콜릿 맛이 듬뿍 나서 맛있었어요 ㅎㅎ
다음엔 저기서 저 케이크만 사서 다른 카페에 가고 싶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