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국물을 재활용해서 만든 정체 불명의 쌀국수

그동안 홍합국물이 남으면 파스타나 짬뽕을 해서 먹었는데, 그 전날 어딘가에서 쌀국수를 먹고 나니 남은 쌀국수를 처리하고 싶어졌다. 특별한 원칙이나 조리법 따위는 없다. 그저 이번에는 건더기가 없는 것이 아쉬워 새우를 몇 마리 사다가 볶고 홍합 국물을 섞었다. 그렇게 끓인 국물에 삶아둔 쌀국수를 넣어 볶고, 마지막에 계란을 하나 풀었다. 예전에 만들어 먹었던 팻 타이가 생각나서 캐슈넛을 다져서 식감에 액센트를 좀 줄 겸 살짝 뿌렸고, 남은 고수잎을 뿌렸다.

바질이 아직도 쑥쑥 잘 자라고 있어서 이파리를 좀 따서 그레몰라타(gremolata)흉내를 좀 냈다. 사실 그레몰라타는 파슬리와 마늘, 그리고 레몬 제스트를 함께 다져서 만드는데, 내가 키우는 파슬리는 죽을 뻔 한 걸 거의 살려놓았기 때문에 아직 이파리를 딸 만큼 자라나지 못했다. 어쨌든 이렇게 만든 그레몰라타는 느끼한 고기 음식(이를테면 푹 조린 오소 부코 따위)이나 이런 해산물 음식에 액센트를 줄 때 쓴다. 마늘을 너무 많이 섞으면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는 점만 신경 쓰면 된다. 사진을 보니 칼을 좀 갈아야되겠다. 바질잎 채치기가 힘들다.

보너스 다큐멘타리 ‘새우와 불지옥’, 약 30초짜리 단편: 어떠한 고통에도 덤덤하니 말이 없는 새우의 삶을 아주 짧은 시간에 그린 작품.

 by bluexmas | 2009/11/05 16:46 | Taste | 트랙백 | 덧글(19)

 Commented by zizi at 2009/11/05 17:03 

치직거리는 소리에 침이 넘어가네요. (달궈진 팬에 육수를 부을 때의 쾌감 ㅎ.ㅎb)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6 21:02

아 그게 또 무쇠 팬 같은데에는 급격한 온도변화를 주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논스틱팬도 기름을 안 두르고 너무 달구면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Commented by JUICY at 2009/11/05 17:04 

아, 정말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요.

어쩜 이렇게 요리를 잘하실까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6 21:03

사실은 못하는데 보기만 그럴싸하게 만든거에요…히히히(믿거나 말거나-_-;;;)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1/05 18:06 

맛있게 볶으셨네요. ㅠㅠ 부담없는 맛일 것 같아요. 간단해 보이지만 신경 많이 쓰신 것 같아요. 지금 저녁먹을 시간인데.. ㅠㅠㅠㅠㅠ

다큐멘터리는 설명을 읽고 시청하니 왠지 숙연해지네요. 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6 21:03

사실은 굉장히 간단해요^^ 30분이면 만드는걸요. 다큐멘타리는 가슴이 아프실거에요. 새우가 참…T_T

 Commented by 늄늄시아 at 2009/11/05 20:04 

와아앗!! >_< 새우가 듬뿍 들어간 쌀국수

너무 먹음직 스러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6 21:03

아아 아시아요리의 전문가 늄님한테 칭찬을 듣다니 참 몸둘바를…T_T

 Commented by 늄늄시아 at 2009/11/07 07:45

헉!! 전문가라뇨… ㅎㅎㅎ

다만, 숙주가 함께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것 같아요 (쫄깃쫄깃한 식감에 아삭아삭한 식감까지!)

 Commented at 2009/11/05 21: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6 21:04

언제나 난장판이라서 부엌 사진이 별로 없어요…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1/05 23:42 

다큐멘터리 인상깊었습니다

참으로 탐나는 주방이로군요

이사하기 전에는 남부럽지 않았지만

지금은 몹시도 부럽습니다 으허헝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6 21:06

역시 몬스터님도 뭐 볼 줄 아시는 군요. 다큐멘타리가 명작이지요?-_-;;;; 사실 부엌이 너무 좁아요. 우리나라 아파트는 대부분 다 그렇죠…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1/06 08:19 

특별한 원칙에 얽매여 하는 요리는 재미없잖아요

이래서 블루마스님의 요리가 매력적이라니까요 뇌에 자극을 주는 좋은 요리입니다-.-d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6 21:07

무엇인가 따라하는 것보다 이런저런 것들 보고 생각해서 만드는 게 재미있더라구요… 뭐 그렇다고 대단한 걸 만들지는 않지만요…

 Commented by 나녹 at 2009/11/06 08:41 

이번엔 직접 촬영하셨군요. 저 지금 새우넣고 파스타 하러가려던 참이었습니닷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6 21:08

지난 번에도 직접 촬영했어요…제가 팔이 세개라서;;; 새우 파스타 맛잇게 해 드셨죠?

 Commented by 나녹 at 2009/11/06 21:18 

엥; 진짠가요-.-막 왔다갔다 하던데…무섭.

파스타는 소스가 맛있는 거라서 어지간해선 먹을만하게 나온다는; 동네수퍼에서 떨이로 나왔을 때 세 병이나 사다뒀었죠. 후후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7 23:45

등에 나사구멍이 있어서 팔을 필요할때마다 끼우면 된답니다(믿거나 말거나^^;;;;)

저도 토마토 좋을 때 소스 한 냄비 만들어서 얼려 두었는데 어째 잘 안 먹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