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과제빵 박람회 짧은 방문기
어제 오후, 잠깐동안 제과제빵 박람회에 들렀다. 이런 종류의 박람회라면 그 초점은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며 재료에 맞춰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그 예상은 당연히 딱 들어맞았다. 품질에 대한 논의가 왜 없겠냐만, 적어도 눈으로 보기에는 거의 대부분의 기계며 재료가 생산성 향상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 번 죽 둘러보는 정도로만 시간을 보내고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런 기획 자체에 거의 100% 수긍은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부분-질 위주의 소량 생산이나 끼니로 먹을 수 있는 빵 등등-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쏠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런 것들은 어떤 행사가 어떤 식으로 소화를 하는지 조금 궁금해지기는 했다. 오히려 시장성이 있는 건 그쪽인 것 같은데, 미친 듯이 만들어대는 델리만주가 아니라…거기에서 엿볼 수 있는 분위기로만 대강 짐작해보면, 그런 흐름은 아예 없는 것처럼 믿어도 될 것 같았다. 물론 그렇지는 않지만.
역시나 이런 박람회에는 시식이 큰 즐거움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솔직히 칠천원인 입장료와 나눠주는 것의 양을 생각해 본다면, 차라리 그 돈을 모아 근처 빵집에서 빵을 사다가 먹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오히려 덜 피곤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또 현장학습이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그것도 나 혼자만의 생각일 것 같았다.
위에서 언급한 델리만주도 솔직히 뜬금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더 뜬금없었던 모 업체의 언니들이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있었던 큰 업체였는데, 내놓는 제품은 주로 생크림 대체제로 쓰이는 업체용 크림이었다. 그리고 선전 문구는 ‘생크림과 달리 깔끔해요’ 라고… 눈으로 보기 위한 케잌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깔끔하겠지만, 먹기 위한 케잌이라면 그게 정말 깔끔한지 나는 좀 알 수가 없었다. 그 업체는 그 재료를 써서 만든 케잌으로 어린이와 함께 케잌 만들기 등의 행사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게 솔직히 싫었다. 게다가 근처에서 신차발표회를 마치고 동원된 듯한 분위기의 마른 언니들은 너무 말라서 보기가 안쓰러웠다. 어째 나도 남자라면 그런 언니들의 출현에 기뻐해야 될텐데, 나는 그냥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원하는 사람들과는 사진도 찍어준다고 했다. 그 회사에서 내놓는 제품들 가운데 대체제가 아닌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빵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제품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현실에 대놓고 까다롭게 굴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 by bluexmas | 2009/11/02 10:21 | Taste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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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 회사에서 파는 그 대체제는 좀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안타깝죠…
좋은 재료가 생산될 날도 있겠지요
어느 것이나 진실성이 있어야 하겠지만 먹는 장사만큼은 사람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니 양심적으로 해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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