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사실은 어제가 11월 1일인줄 알고 있었다. ‘TV는 사랑을 싣고’ 에서 이 용이 나오는 것을 보아서 그랬나보다. 노래 하나 히트시키면 평생 10월의 마지막 날에는 팔아 먹을 수 있나보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정작 그 노래 자체는 듣지 못했다. 라디오를 안 틀어놓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나도 저런 자리에 나가서 찾고 싶은 추억의 사람이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답은 없다, 가 맞다. 세월이 오래 흐른 뒤 서로 변한 모습을 안 보여주는 게 나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물론 첫사랑 따위는 정말 감상적인 사랑을 한 사람이나 찾고 싶은 종류임에는 틀림없다. 고로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나는 아직도 어떤 의미에서 그를 좀 미워하니까. 어쨌거나 옛날 것들을 자꾸 땅에서 파내고 싶어하면 사람이 추해진다. 추한 건 질색이다.
그렇게 어제가 11월 1일인줄 알아서 관리비 연체료를 또 물어야 되겠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더 웃긴 건 지난 달에 관리비를 낸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장에서는 5일에 빠져 나갔다는데 이건 또 뭘까… 라고 생각하다가 아직도 31일이길래 서둘러 이체를 시켰다. 돈이 들어올 데가 있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 내가 알기로 받아야 되는 기한으로부터 적어도 일주일은 지난 것으로 알고 있다. 큰 돈이 아니면 좀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물론 골똘하게 그것만 생각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냥 어쩌다 생각이 나면 잔액을 확인한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뱅킹은 차라리 의식과도 같아서 접속하다 보면 인내심이 옅어지므로 잘 하지 않는다. 어쨌든 그래서 도움이 좀 된다. 안 그랬으면 백원을 받기로 했더라도 한 시간 마다 확인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가끔은 좀 좀스럽게도 살아야 되지 않나 생각도 한다. 그러기에 나는 충분히 좀스러운 사람이니까.
어쨌거나 11월이 찾아왔다. 나는 11월을 싫어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대기 어렵지만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에 걸맞게 비마저 내린다. 낮술도 밤술처럼 마셔야 한다, 이런 날에는.
# by bluexmas | 2009/11/01 00:11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