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외출

어제 두 시까지 이것저것 쓰고 침대에 누우면서 시계를 새벽 네 시 반에 맞춰 놓았다. 원래의 계획은 아침 일찍 무엇인가를 하러 서울에  갔다가 또 다른 곳을 들러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살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침에 알람이 울리자 들었고, 다시 욕심을 잠재우며 나도 잠이 들었다.

다시 열 한 시엔가에 일어나자마자 일을 시작했는데, 피곤한건 둘째치고 좀 지루하고 답답했다. 단백질 가루와 삶은 계란으로 대강 점심을 때우고, 세 시엔가 집을 나서 극장에 갔다. 데니스 퀘이드가 나오는 SF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것도 나 혼자 텅빈 극장에 앉아서 보았다. 머리를 식히려고 본 영화였는데 시종 일관 깜깜해서 다 보고 나니 오히려 머리가 아팠다. 결국 집에 와서 두통약을 먹었다.

버스를 타고 역 앞을 지나치면 늘 보게 되는 중국집이 있었는데, 이 집이 진짜 중국음식을 하는 집으로 바뀌고 ‘짜장면 안 합니다’ 라는 종이까지 붙여 놓았길래 들러보았다. 나 역시 짜장면 먹으러 온 손님인 줄 알고 내보내려는 걸 잽싸게 꿔바로를 달라고 해서 먹었다. 계속 튀김이 먹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먹을만해서, 물만두까지 시켜 모든 걸 혼자서 꾸역꾸역 다 먹고는 걸어서 이마트에 들러 홍합과 고수, 싸구려 백포도주 등등을 사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배가 부르다. 부른 배를 움켜쥐고 오늘의 진도를 뽑았다.

 by bluexmas | 2009/10/31 00:31 | Lif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Amelie at 2009/10/31 00:35 

bluexmas님은 아니실지 모르지만, 글을 읽으니 어쩐지 더 외로워 지네요.

단풍이 한창이라 구경가기 딱 좋은 것 같아요. 날씨도 좋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1 00:42

정말 어디 가고 싶은데 요즘 그것도 못가고 있어요… 아 요즘 삶이 너무 무미 건조해요T_T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31 00:42 

어떻게 두 시간을 주무신다는 거예요; 진짜 말도 안돼요. 저는 요즘 큰 외출만 하는지라 작은 외출이 하고싶네요. ㅠㅠ 내일은 신종플루의 위험을 무릅쓰고 빵 박람회 가려고 해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1 00:42

저도 저 날 빵 박람회 가려고 했던건데요… 내일 아침에 갈까 생각중이에요. 오후에 가면 너무 사람이 많을 것 같구요… 신종플루 때문에 없을까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1/01 10:26

블루마스님! 한 12시까지만 가면 사람 많이 없어요 ^^ 그치만 오후가 될수록.. ㅠㅠ 2~3시쯤 정말 사람 많았던 듯 해요. 그치만 뭔가 시식하는 곳에만 사람 많고 나머지 부스는 한가한 편이에요 ^^: 안에 손소독 코너도 많고 손씻기 부스도 따로 있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2 10:34

저도 어제 갔다왔어요^^ 솔직히 저에게는 그렇게 재미있지 않더라구요. 그냥 본다는 의미는 있었지만…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0/31 16:00 

수면시간이 적으면 확실히 그 날은 하루종일 멍 떄리게 되더군요^^;

뭔가 모든게 엉성하기도 하고…

얼른 주무시고 앗 뭐라구요 콸ㄹ라님 내일이 빵 박람회 날이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1 00:43

잠은 정말 여섯 시간은 자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잠 안자도 똑같다는 주변 사람이 있었는데 전 그말 안믿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