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교육 후기
그저 어디 가나 잔소리 투성이다. 어려서는 부모님, 학교 선생님, 좀 커서는 또 선후배에 군대에 결혼한 사람들은 마누라한테까지… 그 모든 것을 어떻게든 견디거나 물리칠 수 있다고 해도, 나라가 잔소리를 하면 젠장 도저히 참기 힘들 때가 있다.
민방위 교육이라는 건 어째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뭐 삶이라는 게 다 그렇고 그래서 조심 안 하고 살면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불상사를 당할 수 있다는 것, 나도 잘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말 나라에서 강제로 앉혀놓고 이렇게 하면 이렇게 죽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죽는다는 잔소리를 하는 자리는 참 겨우 네 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귀는 열린 것이라고 그냥 앉아서 듣기가 버겁다.
뭐 그렇다고 이런 종류의 교육이 아예 백해무익하다는 것은 아니다. 도움이 되지만 이런 식의 형식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다가섰을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무슨 교통안전관리공단인가에서 나온 사람이 노트북도 안 된다고 마이크만 들고 50분 동안 각종 사고며 합의 얘기를 하는 것은 재미도 있었고 또 알아두면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교육을 진행하는 공무원 아저씨는 녹음기나 앵무새처럼 한 얘기를 하고 또 했다. 남자들만 꽉 찬 공간의 분위기는 참으로 이상했으며, 생업을 마지 못해 뿌리치고 온 사람들은 계속해서 밀려오는 전화를 밖에 나가지도 앉고 그 자리에서 받아 즐겁게 떠들어댔다. 다들 그럴 수 있다는 게 놀랍기만 했다. 입대한지는 13년, 제대한지는 11년인데 나라는 아직도 내가 무엇인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봉사하라고 잔소리를 해댄다. 그냥 개인으로도 살기 버거운 세상 아니었나.
# by bluexmas | 2009/10/22 23:46 | Life | 트랙백 | 덧글(10)
한국의 보통 남자들이 인구많은 분단 사회에서 꽤 푸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군대에 대한 이중잣대가 있죠. 이 모 대통령후보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며 표심을 거두어들이면서도, 사병을 동물 수준으로 취급하는 그런 모순적 행태말이죠. 이런건 결국 갔다 온 사람들에 있어서 ‘쌉쌀한 기억’이 아닌, 트라우마가 되는거라 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