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 나는 삼겹살 고추장 찌개
사실은 요즘 음식을 잘 못 해먹는다. 시간 여유도 없지만, 그것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음식은 서둘러서 만들면 맛이 없어진다. 느긋하게 즐기면서 해야 맛이 있는데, 요즘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잘 안 풀린다.
그래도 뭔가 만들어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떨이로 파는 삼겹살 쪼가리들을 사다가 고추장찌개를 끓였다. 이건 청국장을 먹여 키운 돼지라는데, 얼마나 맛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고기가 조금 더 연한 것 같기도 하다. 진짜 충실하게 먹인다면, 청국장이든 녹차든 뭐든 고기맛에 반영이 되기는 할 것이다. 소도 옥수수 먹인 소, 풀 먹인 소 맛이 다르다고 하니까.
어쨌든, 남비에 고추기름을 살짝 두르고, 고추가루까지 넣고 중불에 삼겹살을 볶는다. 적당히 불맛이 배었다 싶으면 물을 붓고, 고추장을 넣고 끓인다. 팔팔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아주 약한 불에서 적당히 시간을 들여 끓여준다. 마늘과 파를 넣고 맛을 좀 낸 뒤, 양파와 호박을 차례로 넣는다. 각각의 야채를 넣고 난 다음 불을 좀 올려 국물의 온도를 회복시켜주고 나서 그 다음 야채를 넣는다. 두부를 넣고,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던 팽이버섯을 넣은 뒤 불을 끈다. 색은 그럴싸한데, 무엇인가 맛이 좀 덜 든 느낌이었다. 차라리 짬뽕을 끓여먹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어쨌거나 밥을 담아 창가의 식탁에 앉아 먹는다. 점심에 혼자 집에 앉아 밥을 먹고 있노라면,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걸 멍청히 지켜보고만 있을때가 있다. 가끔 그 순간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 by bluexmas | 2009/10/19 10:40 | Taste | 트랙백 | 덧글(10)
비공개 덧글입니다.
저리 쓰시니 너무 슬프잖아요 따끈할 떄 얼른 먹어주어야지요 모처럼 맛있게 만든건데 흑흑..
고추장찌개를 먹어본 적이 없어요..
집에 고추장이 가끔 있긴 하지만 새까만 색에 맛도 된장스러워서 따라해도 저 맛이 나지 않을 것 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