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전야
내일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야 될 것을 생각하면 낮에 졸려도 참았어야만 하는데, 눈 뜨자마자 모종의 일이 벌어져서 미친 듯이 스트레스를 자체 생산해냈더니 안 잘 수가 없었다(거기에는 뜬금없이 날아들어온 민방위 교육 통지서도 한몫 단단히 했다-아직도 병역의무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T_T 제대한지가 벌써 11년인데 제발 좀 놓아주면 안되나…젠장). 곧 다시 자야 되는데,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잠을 못자고 달리게 되면 달릴 때도 괴롭지만, 다 끝내고 난 뒤에 더 괴롭다.
지난 번에는 한 달 동안 아예 운동을 하지 않고도 어떻게든 완주를 했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멀쩡하게 결승점을 통과야 하겠지만 그 과정이 내가 원하는 것만큼 매끈하게 굴러갈지는 역시 이번에도 확신이 전혀 없다. 게다가 요 한 달 동안 운동에 정말 염증을 느껴서 몸만 운동을, 그것도 정말 대강 했기 때문에 상태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지도 않다. 뭐 언제는 이번에 제대로 좀 뛰어보겠다… 생각이 들어서 뛰었겠냐만.
뭐 이런 것들에 도전이라는 거창한 딱지 따위는 붙이고 싶은 생각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발악하듯 무엇이라도 하려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삶이라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더 잘하고, 돈을 더 많이 벌고 기타 물심양면으로 이익이라는 것을 얻으면 또 얼마나 좋겠냐만 때로 삶은 그냥 제대로 굴러가게만 유지하기도 버겁다. 그냥 숨쉬면서 살고 있으니까 이게 삶이겠지, 생각하면 또 무엇인가 그런 생각조차도 계속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래서 이런 일들은 어쩌면 그런 불상사들을 미연에 좀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개인적 발악같은 것이다. 그렇다, 나는 이걸 발악이라고 생각한다. 성취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때로 성취감이라는 감정은 강력한 고통을 그 자양분으로 삼아 피는 꽃이기 때문에 그 이전 과정이 무엇이었든지간에 편안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게 언제나 반가운 것은 아니다.
어쨌든, 한 번 뛰어보자. 새신을 신고 팔짝… 까지는 아니지만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르게 뛰면 어찌 되었든 두 시간 안에는 들어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기쁜 건, 내일 하루는 핑게를 대고 미친 듯이 탄수화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냉장고에 쳐박혀 있는 각종 쿠키며 빵, 케잌의 잔재들을 모조리 꺼내놓아야 겠다^___^;;;
사진은, 시간을 기록해주는 센서인데 이 센서는 결승점에 들어오고 꼭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 20킬로미터 이상 뛴 다음 쪼그리고 앉아 운동화 끈 푸는 것도 굉장히 고통스럽다. 요즘은 아예 스티커식으로 운동화에 붙였다가 쓰고 버리는 것들도 많은데, 아직 도입이 안 된 모양이다.
# by bluexmas | 2009/10/10 21:24 | Life | 트랙백 | 덧글(14)
전 오늘 공부한다는 핑계로 초콜릿을 마음껏 섭취!
몸을 안굴린지도 어언 2년이 되어서 한국가서 만나는 사람마다 살쪘다고 뭐라하고…
다친 발만 나으면 미뤄뒀던 다이빙 공부와 운동을 좀 병행해야 하겠어요
그래서 오늘 장을 보면서 식단도 다이어트와 몸 만들기를 할 식단을 사왔죠
열심히 뛰시고 맛있는거 많이 드세요